타구단 새 외인 절반이 좌완
좌완 변화구에 취약한
소크라테스와 작별 결단
떠나는 테스형 “팬사랑 기억”
SNS에 뭉클한 한글인사
KIA가 3년 간 함께 했던 소크라테스 브리토(32)와 작별하기까지는 많은 고민이 있었다. 갈등의 단계에서 결정적으로 타 구단들의 외국인 투수 영입 상황이 큰 영향을 미쳤다.
KIA는 지난 26일 새 외국인 타자 패트릭 위즈덤을 영입했다. 메이저리그에서 2021~2023년까지 3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쳤고 올해도 시카고 컵스 소속으로 출전 경기 수는 적었지만 8홈런을 친 장타자다. KIA는 지난 10년간 타율 3할 능력을 갖추고 발도 느리지 않은 외야수를 뽑아 모두 성공했다. 위즈덤의 입단으로 작별하게 된 소크라테스도 마찬가지다.
소크라테스는 2022년 KIA 입단 뒤 3년 동안 통산 타율 0.302 63홈런 270타점 266득점 40도루를 기록했다. 3년 간 평균 출루율은 0.352, 장타율은 0.491이다. 올해 기록은 타율 0.310 26홈런 97타점 92득점으로 3년 중에서도 가장 좋았다. 우승까지 한 해, 기록 좋은 외국인 타자 교체는 드문 경우지만, 장타력에 갈증이 있었던 KIA는 고민했다.
KIA가 외인 타자 결정을 맨뒤로 미뤄둔 사이 타 구단들은 속속 외인 선수 구성을 마무리했다. ‘뉴페이스’ 중에서는 좌완 투수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두산의 콜 어빈, 키움의 케니 로젠버그, 롯데의 터커 데이비슨, NC 로건 앨런이 모두 좌완이다. 두산이 메디컬테스트 결과 계약을 해지한 우완 토마스 해치 대신 최근 영입한 투수 잭 로그도 좌완이다.
소크라테스는 좌완 변화구 대처에 약점을 갖고 있다. 올해 타율이 .310이지만 좌완 상대 타율은 0.289다. 3년 간 좌완 상대 타율은 0.259로 우완 상대 타율(0.319)과 큰 차이가 있다.
이범호 KIA 감독은 올해 시즌 초반에도 소크라테스가 교체 위기에 있을 때 그만한 타자를 찾기도 어렵다는 점을 들어 잔류에 무게를 뒀고, 교체를 검토하던 구단도 결국 소크라테스와 끝까지 갔다. 소크라테스는 3년 중 최고의 기록으로 우승까지 힘을 보탰다.
그러나 소크라테스가 해마다 시즌 초반에는 바닥부터 올라가는 극단적인 슬로우스타터라는 점에서 고민하던 무렵, 타 구단이 줄줄이 좌완을 영입한 상황이 현장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범호 감독은 “소크라테스가 가장 약한 유형이 변화구를 잘 던지는 좌완인데, 리그 외인 투수 중 좌완이 너무 많아졌다. 새 우완들은 또 다 153㎞ 이상 강속구 투수들이다. 소크라테스가 그렇지 않아도 페이스 올리는 게 느린 편인데 새 투수들과 이겨낼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3년 간 팀의 중심타선에서 활약하며 리그에 적응한 타자를 교체하는 데는 큰 부담도 따른다. 그러나 슬로우 스타터인 소크라테스가 약 두 달 동안 부진했던 올해처럼, 그 기간을 새 타자의 적응 기간으로 생각하고 그 이후 기대한 장타력이 터지기 시작한다면 기존보다 나은 외인 타자 호흡을 기대할 수 있다고 KIA는 결론을 내렸다.
고민의 시간이 길었기에, KIA는 지난 11월30일 발표된 2025년 보류선수 명단에 소크라테스를 포함해놓고 협상해왔다. 새 타자를 영입한 KIA는 소크라테스의 보류권은 풀기로 했다. 시즌 중 소크라테스를 원하는 팀이 있다면 KBO리그로 돌아올 수 있다.
소크라테스는 지난 27일 자신의 SNS를 통해 “지난 3년간 가족처럼 대해준 동료들과 코치님, 구단에 감사드린다. 특히 열렬하게 응원해준 팬들의 사랑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동안의 노력이 2024시즌 통합우승으로 결실을 보게 돼 기뻤다. 우승의 감동은 평생 마음속에 간직하겠다. 믿음과 감사, 기쁨의 감정으로 작별의 시간을 보내겠다. 난 새로운 도전을 향해 다시 나아갈 것”이라고 영어로 인사한 뒤 맨 마지막에 ‘테스 형’이라고 팬들이 불러준 자신의 애칭을 한글로 적으며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