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에 ‘오늘의 농구일기는 쉽니다’라는 팝업 창 만들어달라고 얘기해볼까 잠시 고민할 정도의 접전이었다. 서울 SK는 한때 13점 차까지 뒤처졌지만, 4쿼터 초반 전세를 뒤집는 등 총 6번의 역전을 주고받는 접전을 펼쳤다.
자밀 워니가 3쿼터에 약 22m 버저비터를 터뜨렸을 때 잠실학생체육관의 데시벨은 가히 플레이오프를 방불케 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잠실학생체육관을 찾은 손대범 편집인이 “이런 응원을 받으면서 뛰는 선수들은 진짜 행복하겠다”라며 감탄할 정도였다.
SK는 6라운드 제도 이후 처음으로 5라운드에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짓는 것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DB를 꺾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성립됐을 경우의 시나리오다. 같은 시간 맞붙은 공동 2위의 대결에서는 창원 LG가 연장 혈투 끝에 울산 현대모비스를 84-81로 꺾었다.
5라운드 일정을 모두 마친 SK는 오는 16일 오후 4시 DB를 상대로 원정경기를 갖는다. 6라운드 첫 경기다. 이에 앞서 2위 LG는 오후 2시 수원 KT를 상대로 원정경기를 치르는데, LG가 패한다면 SK는 역대 최소경기를 넘어 최초로 5라운드에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짓는 팀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DB의 화력을 제어하는 데에 실패, 80-88로 패하며 최초의 진기록은 물 건너갔다.

5라운드 우승은 무산됐지만, SK의 정규리그 우승 가능성이 높은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전희철 감독 역시 이를 염두에 두고 6라운드 플랜을 짰다. 잔여경기에서 부상 위험도를 줄이고, 최대한 경기력을 유지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4강에 직행, 정규리그 종료 후 약 1개월 만에 실전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무릎 컨디션이 썩 좋지 않은 최부경은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이후 컨디션 조절을 위해 출전명단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김선형, 안영준, 자밀 워니는 20~25분씩 소화하며 경기력을 유지할 계획이다. “부담 없이 경기를 치르면 마음은 편하겠지만 부상 위험도가 높아진다. 밸런스를 잘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라는 게 전희철 감독의 견해였다.
전희철 감독은 또한 “경기는 이기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팬들은 선수들이 컨디션 관리하는 걸 보려고 경기장에 오시는 게 아니다. 이기는 게 보고 싶을 것이고, 기록 달성을 바라는 팬들도 있을 것이다. 다른 팀들에 오해를 사는 상황도 생기면 안 된다. 순위 경쟁 중인 팀과의 대결은 특히 그렇다. 만약 우승이 확정된다 해도 주축선수들 역시 적정선에서 출전시간을 소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_유용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