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련하네요." 선수 시절 그리고 팀 지휘봉을 잡았을 때 함께 한 기억이 새록 새록 떠오른다.
남자프로배구 현대캐피탈 문성민은 지난 13일 구단을 통해 은퇴 결정을 밝혔다. 지난 2010-11시즌 V-리그 데뷔 후 한팀에서 쉼없이 보낸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다. 문성민과 함께 지난 시즌까지 오랜 기간 시간을 보낸 최태웅 전 현대캐피탈 감독(현 SBS스포츠 배구해설위원)은 감정이 남다르다.
그는 '더스파이크'와 가진 통화에서 "늘 몸 아끼지 않고 정말 성실하게 묵묵하게 팀 연습과 경기에 나섰던 (문) 성민이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선수 시절 국가대표팀에서 문성민과 처음 만났다.
국제배구연맹(FIVB) 주최 2006 월드리그였다. 같은 해 열린 도하아시안게임은 함께 하지 못했지만 2007, 2008 월드리그에선 세터(최태웅)와 아포짓과 아웃사이드 히터(문성민)으로 손발을 맞췄다. 2009-10시즌 종료 후 최 감독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현대캐피탈에서 삼성화재로 이적한 박철우(현 KBS N스포츠 배구해설위원)의 보상 선수로 현대캐피탈로 왔다. 그리고 문성민과 소속팀 동료로 다시 만났다.
2014-15시즌까지는 함께 선수로 코트로 나왔고 2015-16시즌부터 2023년 12월까지는 선수(문성민)와 지도자(최태웅)으로 현대캐피탈에서 함께 보냈다. 같은 선수로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지만 문성민과 최 감독은 2016-17, 2018-19시즌 두 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 기쁨을 함께 누렸다.


최 전 감독은 "성민이는 팀에서 고참급이 됐어도 후배 선수들에게 쓴소리도 안하고 성실하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다. 이제 선수로서 코트로 나오진 않겠지만 앞으로 정말 잘돼서 본인이 생각하는 것 보다 더 높은 자리에 갔으면 한다"며 "어떤 진로를 선택하도라고 잘하리라고 본다. 그리고 승승장구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문성민의 향후 진로는 아직 정해진 건 없다. 은퇴 후 코치 연수 등과 관련해선 최 전 감독이 팀 지휘봉을 잡고 있을 때는 계획된 부분이 있었다. 최 전 감독은 "배구 관련으로 유학을 간다는 얘기는 돼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와 지금은 구단이 처한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구단 운영 주체가 바뀌면서 구단주도 바뀌었고 사무국도 변화가 있다. 최 전 감독은 "성민이가 당연히 선택해야하는 진로겠지만 그래도 내 욕심이겠지만 배구를 위해서 활동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얘기했다.
세터로서 본 문성민은 어땠을까. 최 전 감독은 "정말 편했다. 어떤 패스(토스)를 보내더라도 잘 처리했다. 타고난 스피드가 있다보니 2단 연결이 흔들리더라도 잘 때렸다. 이 부분은 정말 대단했다. 세터를 정말 편하게 해준 스파이커였다"고 강조했다.
문성민은 2008 월드리그에서 당시 대륙간 라운드 12경기에서 284점을 올려 득점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이때 문성민에게 패스를 보낸 세터가 최 전 감독이다. 문성민은 이때 활약을 발판삼아 해외리그(독일 분데스리가 프리드리히스하펜)로 진출했다.

글_류한준 기자
사진_KOV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