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5선발 자리가 비었기 때문에…"
LG 트윈스에는 이번 겨울 많은 변화들이 생겼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마운드다. LG는 스토브리그가 시작된 직후 4년 동안 52억원(계약금 16억원, 연봉 36억원)을 보장하는 계약을 통해 장현식을 영입, 불펜을 보강했다. 이로 인해 LG와 FA 자격을 얻은 최원태가 재결합할 가능성은 자연스럽게 낮아졌다. 이미 LG는 2024년 샐러리캡을 한차례 초과한 만큼 두 번을 넘어서는 것은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이후 모두가 예상했던 대로 최원태는 LG를 떠나게 됐다. 12월 4년 총액 70억원(계약금 24억원, 연봉 합계 34억원, 인센티브 합계 12억원)의 계약을 통해 2025시즌부터 삼성 라이온즈를 유니폼을 입기로 결정한 것. 이에 LG는 며칠 지나지 않아 FA 자격을 얻은 김강률과 3+1년 총액 14억원(계약금 5억원, 연봉 9억원)의 계약을 맺으며 다시 한번 불펜 자원을 확보했다.
LG가 최원태와 결별하고, 불펜을 보강에 모든 것을 쏟아낸 이유는 명확하다. 2024시즌이 끝난 뒤 함덕주가 또다시 수술대에 올랐고, 지난해 고우석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워준 유영찬도 팔꿈치 피로골절로 인해 수술을 받게 된 까닭. 2023년 '통합우승'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선발 한 명을 지키는 것보다 두 명의 검증된 불펜 투수를 확보, 함덕주와 유영찬이 돌아올 때까지 최대한 많은 승리를 쌓기로 결정한 셈이다.
LG 유니폼을 입은 이후 분명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최원태에게선 많으면 두 자릿수 승리, 적어도 10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7~9승을 기대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LG가 불펜에 '올인'하게 된 것은 그만큼 선발 역을 맡을 선수들이 준비가 돼 있는 까닭이다. 완벽한 상태는 아니라곤 하지만 후보들은 확실하게 구성이 돼 있다. 지난 8일 2025년 선수단 신년인사회에서 취재진과 만난 염경엽 감독은 성적과 육성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뜻을 드러내면서, 5선발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염경엽 감독은 "앞으로 LG의 플랜을 위해선 야수와 중간 투수들의 성장이 꼭 필요한 시즌"이라면서도 "5선발 자리가 비었기 때문에 선발에 대한 육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LG의 5선발 후보는 송승기와 우강훈, 이지강, 최채흥이 있다. 현재 염경엽 감독의 머릿속에 5선발 역할을 가장 유력한 선수는 송승기다. 송승기는 지난 2021년 2차 9라운드 전체 87순위로 LG의 지명을 받았다.
송승기는 1군에서 2022년 7경기(1패 ERA 5.40), 2023년 1경기 출전에 그쳤던 선수지만, 지난 2023년 상무에서 16경기에 등판해 5승 1패 평균자책점 2.82의 성적을 남겼고, 지난해에는 20경기에서 완봉승 한차례를 포함해 11승 4패 평균자책점 2.41로 다승과 평균자책점, 탈삼진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1군과 2군의 갭이 큰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2군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만큼 먼저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스프링캠프를 통해 판도는 바뀔 수 있다.
우강훈은 150km 중반의 강속구를 뿌릴 수 있는 사이드암 투수로 제구만 잡힌다면, 1군 선수들도 쉽게 건드릴 수 없는 구위를 보유하고 있다. 이지강은 1군에서 3시즌 동안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57경기에서 4승 8패 3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4.27을 기록 중이며, 최원태의 보상선수로 LG의 유니폼을 입은 최채흥은 2020년 11승을 수확했을 정도로 선발 경험이 풍부한 편이다. 누가 5선발 자리를 꿰차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하지만 야구는 구상대로,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만큼 대안도 있다. 바로 이정용이다. 이정용은 지난 2023시즌 6월부터 선발로 13경기에 등판해 4승 2패 평균자책점 4.01을 기록한 바 있다. 상무에 입대한 이후 경기 출전은 많지 않았지만, 꾸준히 선발을 준비하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송승기와 최채흥, 이지강, 우강훈 중에서 선발 자원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전역하고 돌아올 예정인 이정용을 선발로 활용할 생각을 갖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전반기에 5선발 자원이 성장을 해야 LG가 올 시즌도, 앞으로도 더 강해질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다. 그러나 전반기에 5선발의 육성이 되지 않았을 때의 대안도 있다. (이)정용이가 선발로 뛰고 돌아온다"며 "최채흥은 중간 투수로도 쓸 수 있다. 일단 롱릴리프는 5선발에서 빠지는 선수가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명단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LG는 미국 애리조나 캠프에 상당히 많은 선수들을 데려갈 예정이다. 모든 포지션이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공백'이 두드러지는 5선발 자리에선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될 전망. 2025시즌 LG의 5선발 자리는 과연 누가 차지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