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제대로 '토사구팽' 당했어도 모든 수모를 감내하는 의연함을 보인 신태용 전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이다.
신 감독은 1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도네시아 국민과 대표팀 선수들, 에릭 토히르 인도네시아 축구협회(PSSI) 회장을 향해 감사 인사를 남겼다.
그야말로 황당한 경질이었다. PSSI는 지난 6일 신 감독과의 결별을 알렸다. A대표팀과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겸직하던 신 감독은 최근 끝난 2024 아세안 축구연맹 챔피언십(미쓰비시컵) 4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렇지만,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C조 3위에 오르며 본선 가능성을 살린 인도네시아다. 미쓰비시컵은 U-23 대표팀 선수들 중심으로 구성해 PSSI와 나가기로 합의하고 대회를 치렀다.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의 목표를 동남아 최강이 아니라 월드컵 본선에 나서는 강력한 팀의 완성을 강조한 바 있다.
지난해 2월 카타르에서 끝난 아시안컵에서 16강에 오르는 등 돌풍을 보여줬다. 3차 예선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 원정에서 비기고 호주에도 전략적인 경기 운영으로 재미를 보는 등 신 감독 특유의 영리함이 묻어 나왔다.
좋은 흐름에서 PSSI는 전격 경질을 선언했다.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이 달성해야 하는 장기적인 계획과 목표에 대해 오랫동안 신중하게 검토하고 평가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라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매체 '콤파스'는 'PSSI는 신 감독이 선수단과 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봤다'라며 마치 모든 잘못은 신 감독의 문제 있는 지도력이라는 식으로 지적했다.
영자 신문 '자카르타 포스트'는 '신 감독이 네덜란드계 귀화 선수들과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 언어 문제, 문화 차이 등을 극복하지 못했다. 귀화 선수 중 한 명이 신 감독의 지도 방식에 대놓고 불만을 표현했다'라며 불화가 있었다는 식으로 사례를 소개했다.
그래도 신 감독은 글을 통해 "인도네시아 대표팀이 이 자리에 있기까지 물심양면으로 큰 힘이 되어주신 토히르 회장에게 감사의 말을 던한다. 회장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성과를 결코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라며 가장 뒤통수 때리기의 선봉에 있었던 토히르 회장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코치진과 대표 선수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남겼다. 특히 대표팀 선수들을 향해 "2026년 월드컵에 꼭 진출해야 한다. 우리 선수들이 월드컵 무대를 꼭 밟아보는 것이 내 소원이다"라며 반드시 성과를 내기를 바랐다.
신 감독을 뒤로하고 PSSI는 네덜란드 축구 전설 패트릭 클루이베르트를 감독에 선임했다. 루이 판 할이 기술 고문으로 돕는다. 그러나 클루이베르트는 음주 운전 등 사고 전력이 있는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대표팀 감독으로 낸 성과도 없다. 네덜란드령인 퀴라소를 맡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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