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금강불괴라는 강점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명성에 금이 갔고 좌절했다. 선수 한 명의 부진이 아닌, 구단의 좌절이기도 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포수 유강남(33)은 그렇기에 다시 한 번 각오를 단단히 다지고 있다.
유강남은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사직구장에 출근도장을 찍고 있다. 지난해의 아쉬움을 만회하기 위해 재활과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유강남은 LG 트윈스 시절, 상무에서 전역한 이후인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1군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지난해는 상무 전역 이후 가장 적은 52경기에 나섰다. 52경기 타율 1할9푼1리(136타수 26안타) 5홈런 20타점 OPS .599의 성적에 그쳤다.
시즌 초반부터 타격 슬럼프에 허덕였고 쉽사리 벗어나지 못했다. 4월 14일 고척 키움전에서는 2-7로 뒤진 1사 만루 3볼 상황에서 타격을 펼치다 병살타로 물러나기도 했다. 유강남의 슬럼프와 부담감이 얼마나 극심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결국 이후 유강남은 경기에서 곧바로 교체됐고 이튿날에는 2군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2군에서 재정비를 마치고 돌아왔지만 컨디션 회복세는 더뎠다. 결국 무릎 수술을 받았다. 유강남은 7월 17일, 왼쪽 무릎 내측 반월연골 기시부 봉합술을 받고 시즌 아웃됐다. 재활 기간만 7개월에 달하는 부상이었다.
2022시즌이 끝나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유강남은 롯데와 4년 80억원의 대형 계약을 맺었다. 기나 긴 포수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 롯데는 유강남을 적임자로 택했다. 그러나 2년 동안 유강남은 롯데에서 기대 이하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계약 첫 해인 2023년 121경기 타율 2할6푼1리(352타수 92안타) 10홈런 55타점 45득점 OPS .726의 성적을 기록했다. 계약 첫 해에도 무릎부상으로 잠시 이탈하기도 했고 또 공수에서 여러모로 아쉬운 모습들이 있었다.
그리고 계약 2년차 시즌에는 극심한 슬럼프에 수술까지 받았다. ‘금강불괴’라고 불리며 건강함이 최고 무기였던 유강남의 명성에 금이 갔다. 아쉬운 기록들에 부상까지. FA로 영입한 선수에게 기대한 모습은 당연히 아니다. 유강남으로서도 이렇게 큰 수술을 받고 장기간 결장한 적이 없었다. FA 첫 2년 동안 유강남이 기록한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은 2.07에 불과했다(스포츠투아이 기준). 유강남은 지난해 11월 인터뷰에서 “수술 전 과정들을 돌아보니까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 것 같다. 올해 모든 게 겹쳤다”라며 “제 자신을 너무 채찍질했다. 개인 성적이든 팀 성적이든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절대 안하고 무조건 보여줘야하고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채찍질만 했고 격려해주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심적으로 지고 들어갔다. 결과가 안나오니까 나를 더 몰아 붙였다. 더 잘하려고 하다 보니까 거기서 실수나 스트레스가 더 많이 찾아왔다”라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그 이상의 것들을 생각했다. 팀까지 성적이 안 나오다 보니까 압박감과 중압감이 찾아왔다. 거기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컸다”라고 지난 시즌을 되돌아봤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재활 기간을 알차게 보냈다. 재활 기간 동안 독하게 감량하면서 홀쭉해진 모습을로 돌아왔다. 유강남도 독하게 의지를 다지고 올해 스프링캠프 참가를 목표로 막바지 재활에 임하고 있다. 지난해 유강만이 이탈한 이후 정보근 손성빈 서동욱 등 젊은 포수들이 후반기를 책임졌다. 공수에서 아쉬움은 더 짙어졌다. 유강남이 있었으면 이런 고민은 덜했을 수도 있다. 올해 유강남 개인의 부활이 중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롯데는 유강남이 다시 건강하게 안방마님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ABS 체제에서 유강남의 강점 중 하나인 프레이밍 능력은 평가절하됐다. 그러나 투수진의 부진으로 고생했던 롯데 투수진에서 유강남의 능력은 여전히 필요로 하다. 또한 통산 118홈런을 쳐냈던 장타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됐다. ‘성담장’으로 불린 6m였던 담장이 4.8m로 다시 낮아졌다. 담장이 낮아지며 유강남의 장타력도 살릴 수 있는 환경이 됐다.
불안하고 혼란스러웠던 롯데의 안방. 과연 독한 의지로 재활을 하고 돌아올 유강남은 롯데의 안방을 다시 평화롭게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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