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뒤통수 맞아도' 오직 선수들 생각 뿐…"인니 월드컵 진출 보는 게 내 소원"

입력
2025.01.12 13:17


(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인도네시아와 갑작스럽게 이별하게 된 신태용 전 인도네시아 축구 대표팀 감독이 아름다운 5년 간의 동행을 마무리하는 작별 인사를 전했다. 

신 감독은 1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5년간 함께 한 인도네시아 축구 대표팀과 축구협회에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신 감독은 "먼저, 그동안 우리 인도네시아 대표팀이 이자리에 있기까지 물심양면으로 큰 힘이 되어주신 에릭 토히르 협회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회장님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성과를 결코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PSSI 협회 여러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항상 도와주시고 지원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이라고 자신을 감독으로 선임했던 협회에 감사 인사를 했다.

이어 "우리 코치들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어렵고 힘든 상황도 많았지만 언제나 뜻과 힘을 모아 좋은 결과를 위해 항상 선수들과 함께 뛰어준 것을 잘 알고 있다"라며 함께 한 코칭 스태프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신 감독은 또 함께 한 대표팀 선수들에게도 감사함을 전했다. 그는 "대표팀 선수들에게도 정말 고맙고 감사해. 2026년 월드컵에 꼭 진출해야 한다. 우리 선수들이 월드컵 무대를 꼭 밟아보는 것이 내 소원이다"라며 당부했다. 

끝으로 그는 "마지막으로 나를 사랑해 주시고 성원해 주신 인도네시아 국민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나에게 보내주신 따뜻한 마음과 응원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며 인도네시아 국민들에게도 작별 인사를 했다.



앞서 PSSI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신태용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및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감독과의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인도네시아 축구협회는 "오랜 시간에 걸쳐 주의 깊게 대표팀의 경기력과 달성하고 싶은 장기적인 목표를 관찰해 온 것에 기반해 결정을 내렸다"라며 '협회는 "대표팀의 발전에 기여해온 것에 감사하다. 신태용의 미래가 잘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해하기 힘든 충격적인 경질이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 2019년 말 인도네시아에 온 뒤 코로나19로 축구 환경이 쑥대밭이 되는 상황에서도 5년간 인도네시아 대표팀은 물론 23세 이하(U-23), 20세 이하(U-20) 등 연령별 대표팀 감독직까지 겸임하며 인도네시아의 젊은 자원들을 중심으로 팀을 재편했다. 

물론 당시 인도네시아 개최가 확정됐던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이후 FIFA가 개최 취소하고 U-17 월드컵 개최)에서의 선전을 위해 인도네시아는 전략적으로 신 감독에게 연령별 대표팀 감독직까지 맡겼고 신 감독은 어린 선수들을 일찍 대표팀에 콜업시켜 성인 무대에서 경험을 쌓게 했다. 



인도네시아가 종교적인 이유로 이스라엘의 입국을 반대하면서 U-20 개최권이 박탈돼 출전하지 못했지만, 신 감독이 어린 선수들을 적극 기용하면서 국가대표팀(A대표팀)에 어린 선수들이 다수 포진했고, 이는 인도네시아가 이들을 이끌고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사상 첫 16강 진출하는 원동력이 됐다.

인도네시아는 아시안컵에서 유일하게 16강에 오른 동남아 국가였다.

연령별 대표팀에선 엄청난 성과를 냈다. 지난해 5월 2024 AFC 카타르 U-23 아시안컵에서 인도네시아가 한국을 8강에서 떨어트리고 사상 처음 4강에 진출한 것이다. 내친김에 2024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에 도전했다가 대륙 간 플레이오프에서 아쉽게 패해 본선 문턱에서 좌절했지만, FIFA 랭킹 140위권 인도네시아가 아시아 4강에 올랐다는 것 자체가 대형 이변이었다.



이에 PSSI는 신뢰를 보냈고 지난해 5월엔 2027년까지 3년 재계약을 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가 스스로 이를 뒤집는 결정을 내렸다. 신 감독이 긴 시간 만들어낸 성과는 돌아보지 않고 미래를 위한 '구국의 결단'처럼 이를 포장했다. 

명분은 2024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컵(AFF컵)에서의 부진이었다. 신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는 최근 열린 2024 AFF 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수모를 안았다. 23세 이하(U-23) 선수들로만 스쿼드를 구성했다고는 하나 최근 몇 년간 동남아시아 축구계에서 수준급 팀으로 올라선 인도네시아의 조별리그 탈락은 기대 이하의 성적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한 번의 대회에서, 그것도 A대표팀이 아닌 연령별 대표팀 선수단으로 구성된 스쿼드를 갖고 탈락했다는 이유로 지난 5년간 신 감독이 쌓았던 업적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에릭 토히르 인도네시아축구협회장은 "대표팀의 역동성이 발전에 대한 우리의 특별한 고려 대상이어야 한다"며 "우리는 선수들과 합의 된, 더 나은 전략을 갖고 있고 더 나은 의사소통, 그리고 대표팀을 위해, 더 나은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확인했다"라고 신 감독의 경질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그간 인도네시아가 적극적으로 추진한 네덜란드-인도네시아계 귀화 선수 중 일부와 신 감독의 마찰이 이번 결정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PSSI는 신 감독 경질 이틀 뒤인 9일 공식 채널을 통해 클라위베르트 감독을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임명했다고 알렸다. PSSI에 따르면 클라위베르트 감독의 계약 기간은 2027년까지다. 계약에 연장 옵션이 포함되어 있어 계약 기간은 2년에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존재한다.



PSSI는 "클라위베르트 감독은 알렉스 파스투르, 데니 란자트 등 네덜란드 출신 코칭 스태프들의 도움을 받고 인도네시아 현지 코치 두 명이 사단을 도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토히르 회장이 기자회견에서 12일에 새 감독이 올 거라고 밝히면서 이는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났다. 

어린 시절부터 네덜란드 최고의 재능 중 하나로 꼽혔던 클라위베르트 감독은 선수 시절 네덜란드 명문 아약스와 세계적인 구단인 바르셀로나 등에서 활약했던 전설적인 공격수 출신의 지도자다. 네덜란드 국가대표로도 79경기를 뛰는 동안 40골을 터트려 한동안 네덜란드 국가대표팀 역대 최다 골 보유자로 있었고, 유럽축구연맹(UEFA) 200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에서는 득점왕을 차지하기도 했었다.

클라위베르트는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스승인 루이스 판 할 감독 아래 코치를 맡아 네덜란드의 깜짝 3위에 보탬이 됐다. 이후 2015~2016년 북중미 카리브해에 있는 네덜란드령 퀴라소 대표팀을 맡았지만, 비중 있는 국가대표팀 혹은 클럽 지도자를 한 적은 없다.



지난해 7월 튀르키예 아다나 데미르스포르를 통해 생애 처음으로 프로구단 지휘봉을 잡았으나 6개월 만에 경질됐고 지금은 무직이다.

다만 이러한 점은 베테랑 감독 루이 판할을 기술이사로 선임해 보완하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스페인 매체 풋붐은 "패트릭 클루이베르트가 인도네시아 대표팀의 새 감독으로 발표됐다. 특히 아약스에서 자신의 흔적을 남긴 전 네덜란드 공격수였던 클라위베르트는 데미르스포르와 결별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현역으로 복귀한다"며 "그러나 클라위베르트는 이 여정을 혼자서 수행하지 않을 것이다. 루이 판할 또한 기술 이사로 임명되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상당한 리스크가 될 수 있는 사생활 논란도 있다. 클라위베르트 감독은 한창 잘나가던 선수 시절 운전 중 살인 혐의로 법적 문제를 겪었다. 결과적으로 과실 치사 혐의로 무죄 판결을 받아 징역형을 면했지만 이 사건은 이후에도 계속 클라위베르트 감독을 따라다녔다. PSSI의 결정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다.

인도네시아 팬들 역시 클라위베르트 감독 선임을 크게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한 팬은 PSSI의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인도네시아는 신태용 감독을 버리고 이름값에 의존하는 감독을 선임했다"며 이번 결정에 분노했다.



사진=연합뉴스, 인도네시아축구협회, 신태용 SNS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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