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비로소 프로 입단 이후 잠재력을 꽃피우기 시작했다. 잠재력을 꽃피우기 시작한 그 곳으로 다시 향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좌완 유망주 김진욱(23)은 다시 약속의 땅에서 2025시즌을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다.
김진욱은 다소 어수선했던 2024년 연말을 마무리 하고, 일본 돗토리현 월드윙 트레이닝 센터에서 팀 선배 한현희와 함께 개인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2024시즌을 준비했던 곳에서 다시 한 번 2025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월드윙 트레이닝 센터는 재활에 일가견이 있는 트레이닝센터로 과거부터 한국 선수들이 많이 찾았던 곳이다.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지명된 특급 좌완 유망주 김진욱. 그러나 데뷔 3년차까지는 잠재력을 펼치지 못했다. 2021년 신인 시즌, 도쿄올림픽에 나서는 국가대표팀에 깜짝 선발 되기도 했지만, 그 뿐이었다. 흔치 않을 국제대회 경험을 쌓고 돌아왔지만 김진욱의 성장 그래프는 올라가지 않았다. 되려 우하향 곡선이었다.
어느덧 4년차가 됐고 김진욱에 대한 잠재력은 인정하면서도 기대감은 옅어지고 있었다. 지난해 김진욱의 시작은 1군이 아닌 2군이었다. 시즌 초반, 김태형 감독은 “내 머릿속에 아직 믿음이 없는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망주라고 무한정 기회를 받을 시기는 지났다는 것을 넌지시 전했다. 스스로 보여주고 증명해야 했다.
결국 김진욱은 2군에서 다시 준비했다. 그리고 선발로서 차근차근 스텝업 했다. 결국 5월 말, 외국인 선수 찰리 반즈의 부상과 나균안, 이인복의 부진으로 김진욱에게 선발 기회가 찾아왔다.
그리고 김진욱은 다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태형 감독의 신뢰를 되찾았고 선발 투수로 시즌을 완주했다. 19경기(18선발) 84⅔이닝 4승 3패 평균자책점 5.31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 했다. 고질적인 제구 불안을 어느 정도 해결했다. 9이닝 당 4.68개의 볼넷이 냉정하게 좋은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그 전이 7.9개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김진욱은 충분히 성장했다고 볼 수 있었다.시즌이 끝나고 김진욱은 상무 입대를 준비했고 최종 14명의 합격자 명단에 포함됐다. 상무 입대에 대한 생각이 확고했지만, 시즌을 치르면서 생각이 점점 바뀌어가는 듯 했다. 그동안 성장의 늪에서 허우적 됐는데, 이제야 비로소 늪에서 빠져나와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김진욱으로서도 욕심이 날 법 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변수가 생겼다. 시즌이 끝난 뒤 팔꿈치 통증으로 개인 훈련을 잠시 멈췄고 검진 결과 팔꿈치 내측측부인대 부분파열이 발견됐다. 재활만 2개월 걸린다는 소견이 나왔다. 김진욱은 결국 고민 끝에 상무 입대 의사를 철회했다. 부상 선수들이 상무 입대 이후 재활만 하는 풍토를 달갑지 않아 한다는 배경도 있었다.
2024년을 발판 삼아 2025년을 더 화려하게 수놓을 준비를 하는 김진욱이다. 지난해 시즌 준비를 했던 돗토리에서 다시 준비를 하면서 좋은 기억을 되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징크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지난해 성과가 괜찮았기에 다시 돗토리를 찾은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돗토리 월드윙 트레이닝센터는 메이저리그 명예의전당 헌액이 유력한 일본의 레전드 이치로 스즈키가 비시즌 훈련을 소화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군 입대를 포기했지만 김진욱이 지난해의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롯데 선발진은 안정을 찾을 수 있다. 김진욱까지 된다. 올해 확실하게 선발로 자리 잡는다면 찰리 반즈와 터커 데이비슨, 그리고 박세웅과 김진욱까지 4선발을 구축하게 된다.
롯데의 좌완 선발 투수의 역사는 장원준(은퇴)에서 사실상 끊겼다. 장원준은 2004년 데뷔해 2014년까지 활약하며 85승을 수확한 뒤 FA 자격을 얻어 두산으로 이적했다. 롯데는 이후 ‘포스트 장원준’을 찾아 헤맸지만 모두 실패했다. 장원준 이후 롯데 소속으 토종 좌완 선발 투수 가운데, 단일 시즌 15번 이상 선발 등판한 선수는 김진욱이 유일하다. 잠재력을 만개하기 시작한 김진욱은 10년 넘게 끊겨있던 좌완 선발의 역사를 재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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