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베테랑 필승조 김상수(37)는 지난해 커리어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섰고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74경기 73⅔이닝 8승 4패 2세이브 17홀드 평균자책점 4.15의 성적을 기록했다. 팀 내 최다 등판이었다. 지난해 롯데 불펜진의 평균자책점 5.36으로 리그 9위에 머물렀다. 불펜진 대부분이 고전했고 또 부상자들이 속출했던 상황에서 김상수가 없었다면 롯데는 더 빨리 무너졌고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연투(23회)와 멀티이닝(25회)를 30대 후반으로 향하는 시점에 소화했다. 김태형 롯데 감독 역시 “(김)상수한테는 내가 정말 할 말이 없다”라고 미안한 감정을 전하기도 했다.
누구보다 고생한 김상수지만 스스로에게 휴식은 용납할 수 없었다. 8일 사직구장에서 만난 김상수는 “운동선수인데 쉴 수 없다. 운동을 쉬게 되면 야구를 그만두고 쉬어야 한다. 힘들다고 하면 그만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그러면서 “많이 던졌으니까 더 많이 운동을 해야 한다. 많이 던져서 쉰다고 하더라도 그게 회복되지는 않더라. 다시 더 강해지려고 노력해야 회복도 되고 그 다음도 버티는 것이다. 휴식을 취하게 되면 오히려 더 안 좋더라”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지난해 정규시즌이 끝나고 약 2주 가량 휴식을 취하고 11월 초부터는 계속 사직구장에 출근했다고.
“제가 철인일 수는 없다”고 말하는 김상수다. 당연히 체력적으로 부침이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김상수는 스스로에게 납득하지 못했다. 다른 이들에게 지친 모습을 드러내기 싫었다. 그는 “많이 나가서 지친 게 티가 났을 때 화가 많이 났다”라며 “올해는 어떻게 하면 지치지 않을까를 고민하면서 운동하고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한다. 더 보여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지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지 공부도 많이 하는데, 사실 답은 없는 것 같다. 웨이트를 열심히 하고 러닝도 많이 했지만 답은 없다. 경험인 것 같다. 많이 던져보면서 어느 시기에 지치는구나를 확인해서 운동량을 줄이거나 식단을 조절하면서 시즌을 치러가는 것 같다”라고 전하며 “무엇을 준비한다기 보다는 몸을 다시 강하게 만들기 위해 근력을 끌어올리고, 나이가 들면서 어쩔 수 없이 스피드가 떨어지지만 떨어지게 하지 않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그가 사직구장에 꾸준히 출근해서 운동하는 또 다른 이유는 시즌을 준비하는 선수들과의 교감이다. “저는 시즌이 끝나면 항상 팀에 나와서 운동하는 편이다.”라며 “지난해는 서울에서 운동했지만 올해는 사직구장에서 계속 운동하고 있다. 야구장에 나와서 어떤 선수들이 지금 야구장에서 운동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또 운동 나온 선수들과 어울리면서 운동하고 그 선수들이 더 잘 할 수 있게끔 도와주려고 계속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어린 선수들과 경쟁에서도 뒤쳐지지 않기 위해, 그리고 경쟁하고 자극이 되기 위해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스스로가 뒤쳐지면 어린 선수들도 안주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는 “어린 선수들과 함께 경쟁을 해야 하는데, 제가 만약에 경쟁에서 쉽게 밀려서 뒤쳐지게 되면 경쟁할 선수가 없어지지 않나. 그렇게 되면 1~2년 지나면 또 나태해질 것이다. 내가 열심히 해서 경쟁 상대가 돼야 서로 시너지를 발휘해서 강해진다고 생각한다. 1등도 경쟁 상대가 있어야 계속 노력하지 않나. 그런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최준용이라는 선수가 공이 빠르고 RPM(분당 회전수)가 좋다고 하면 김상수라는 선수도 ‘저 나이에도 저 정도 RPM을 기록하고 있구나’ 라고 경쟁 상대가 되어주는 것이다. 또 ‘(김)원중이 다음으로 김상수가 포크볼을 잘 던지네’ 하면서 경쟁 상대가 되어주면서 서로 대화하고 강해지려고 노력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화려한 커리어는 아니지만 묵묵히 오랜시간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노력의 결실이 최정상에 서는 게 아니더라도 ‘오래 하는 사람이 강하다’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버티려고 하면 뒤쳐지지만 내가 더 강해지려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면 그래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그래서 열심히 하는 것 같다”라는 김상수다.
이 믿음의 끝에 김상수는 다시 한 번 우승을 꿈꾼다. 그는 “2025년 모든 운이 롯데에 떨어졌으면 하는 상상은 계속 한다”라며 “LA 다저스가 월드시리즈 우승했을 때, KIA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을 때 했던 퍼레이드를 부산에서도 한 번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거 한 번 해보고 싶다. 나는 홀드왕을 해봤지만 우승 반지가 없다. 우승을 한 번도 못해봤기 때문에 우승을 하고 싶다. 우승이라는 평생 좋은 기억 하나를 안고 떠나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우완 투수로 850경기 이상 등판, 최초 200홀드 등 커리어의 끝에 이루고 싶은 기록들도 있다는 김상수. 그러나 김상수가 상상하며 미소를 지은 또 하나의 꿈은 따로 있다.
그는 “커리어의 끝에 제발 롯데가 강해져 있고 롯데 투수들도 강해져서 그 투수들이 날 밀어내고, 나는 또 그 투수들을 가르칠 수 있는 지도자가 되면 최고일 것 같다. 내가 투수 코치가 돼서 다시 한 번 뭔가 도전을 해서 이루게 된다면 그때는 지도자도 미련없이 그만둘 것 같다. 모든 것을 다 이룬 것이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여전히 철인이 되고 싶은 김상수. 롯데를 생각하는 마음도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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