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좌완 투수 김진욱(23)에게 운명의 2025시즌이 왔다.
강릉고를 졸업한 뒤 202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1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김진욱은 데뷔 첫 해부터 5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는 등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유망주였다. 하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고 들쑥날쑥한 구위로 인해서 결과를 내지 못했다. 마운드 위에서 생각이 많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혔다.
그러다 2024시즌에는 가능성을 보였다.
시즌 개막 전까지만해도 5선발 경쟁 후보 중 한 명이었지만 우선 순위는 아니었다. 개막 엔트리에도 포함되지 못했던 김진욱은 김태형 롯데 감독으로부터 “지금은 내 머릿 속에 없다”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그러나 김진욱은 낙심하지 않고 2군에서 몸을 만들면서 기회를 기다렸다. 5월 말 1군에 올라와 선발 투수로서의 가능성을 보여 스스로 사령탑의 마음을 열었다. 처음으로 선발로 풀타임을 소화하며 19경기 4승3패 평균자책 5.31이라는 성적을 냈다.
하지만 또 변수가 생겼다. 시즌을 마치고 상무 입대가 예정되어 있었으나 팔꿈치 인대 부분 파열 부상 여파로 군입대를 취소했다. 재활과 치료를 병행하는 김진욱은 2025시즌 개막 엔트리 합류는 가능하다.
새 시즌을 맞이하는 김진욱에게는 선택지가 두 가지가 있다.
다시 상무에 지원해 2025시즌을 마치고 입대를 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상무 경쟁률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한번 상무 입대를 취소한 이상 다시 합격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아니면 군입대를 좀 더 미루고 2026년 열리는 아시안게임 엔트리 합류에 도전장을 던져볼 수 있다. 만약 아시안게임에 참가해 금메달을 따 병역 혜택을 받게 된다면 공백 없이 야구 인생을 이어갈 수 있다.
2002년생인 김진욱은 2026년이 되면 24세가 된다.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는 기준에 부합한다.
다만 대표팀에서 뛰려면 실력을 갖춰야한다. 2025시즌부터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는 역량을 선보여야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에 합류할 수 있다. 김진욱이 2025시즌 성적에 대한 동기부여가 더 커지는 이유다.
일단 김진욱은 이번 시즌에는 선발로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롯데에는 선발로 뛸 자원들이 많지 않고, 지난해 선발로 한 시즌을 소화한 국내 투수는 박세웅 외에 김진욱 한 명 뿐이다.
김진욱이 증명해야할 부분은 이닝이다. 김진욱은 19경기 중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한 경기는 3경기 뿐이다. 한 경기당 평균 이닝이 4.1이닝으로 5이닝이 되지 않는다. 평균 투구수가 85.8개로 많은 편이다. 경기 당 볼넷도 4.68개로 적지 않다. 선발 투수로서 경기를 책임질만큼의 이닝을 던져야한다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기복도 적지 않았다. 김진욱이 선발 투수로 보내는 첫 해임을 감안해 벤치에서는 많은 이닝을 책임지게 하지 않았지만 5이닝을 연속으로 던진 횟수는 많지 않았다. 6월, 7월에는 3경기 연속 5이닝을 소화한 적도 있지만 시즌 막판에는 거의 5이닝을 넘기기가 힘겨웠다. 선발 투수로서의 체력도 갖춰야할 부분이다.
김진욱은 팀 선배 박세웅을 롤모델로 삼아야할 필요가 있다.
박세웅은 2022년 10월 말 구단 최초로 다년 계약을 한 뒤 11월에는 상무 입대를 포기하면서 아시안게임에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2023시즌에 모든 걸 걸었다. 그는 “아시안게임에 도전을 해보거나 이후에 방법을 생각해볼 것”이라고 했다.
2023년 3월에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승선한 박세웅은 같은 해 9월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에 승선했다. 대표팀 ‘맏이’로서 금메달을 이끄는데 기여했다. ‘올인’을 외친 박세웅은 자신이 바라는 바를 이뤘다.
김진욱은 이미 대표팀 경력이 있다.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 대표팀에 추가 발탁됐다. 대표팀은 메달을 따지 못해 고개를 숙였지만 김진욱은 귀중한 경험을 쌓았다. 대표팀에서의 시간이 적지 않은 자극이 되었는지 그 해 후반기에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상무 입대가 취소된 뒤 김진욱 스스로도 마음가짐이 달라졌다는 후문이다. 김진욱이 자신의 동기부여로 맹활약해준다면 롯데 성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