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건창(36)이 생애 첫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었다.
KIA는 9일 서건창과 계약기간 1+1년 총 5억원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계약금 1억원에 연봉과 옵션이 1억2000만원과 8000만원씩이다. 올해 성적에 따라 옵션 조건을 충족하면 내년 계약이 자동 연장된다.
우여곡절 끝에 생애 첫 FA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서건창은 신고선수 출신으로 KBO리그 최초 기록 보유자이자 신인왕 및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선수다.
LG에 신고선수로 입단했으나 방출, 군 복무를 마친 뒤 입단 테스트를 거쳐 들어간 넥센에서 2012년 신인왕을 차지했다. 2014년에는 201안타를 쳐 프로야구 최초의 단일시즌 200안타 기록을 세우고 정규시즌 MVP까지 수상했다.
미래가 보장된 선수였으나 FA 등급제가 생기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키움에서 2021년 연봉을 자진삭감했으나 시즌 중 LG로 트레이드 되면서 이적이 가장 어려운 A등급이 되고 말았다. 그해 처음 FA 자격을 얻은 서건창은 권리를 포기하고 ‘재수’를 택했다. 그러나 꼬인 야구 경력은 LG에서 더 하락세를 탔다. 이적 당시 주전 2루수였으나 밀려나 백업이 되고 결국 2군에 머문 끝에 2023년 시즌을 마치고 스스로 요청해 방출 시장에 나왔다. LG는 29년 만에 우승했지만 서건창과는 관계 없는 일이었다.
KIA가 손을 내밀었다. 서건창은 지난해 연봉 5000만원과 옵션 7000만원, 총 1억2000만원에 계약하고 고향 팀 KIA로 합류했다. 다시 야구인생의 꽃을 피우고자 열심히 뛰었다. 선발로, 교체선수로, 2루수로, 1루수로 뛰면서 94경기에 나가 타율 0.310(203타수 63안타)를 기록했다. KIA는 서건창을 내야에서 요긴하게 활용했다.
이번에는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가 된 서건창은 시즌을 마치고 FA가 됐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 모를, 한 맺힌 FA 신청의 기회이기에 서건창은 권리를 행사했다. 그러나 시장은 침묵했다. 최소한 백업으로는 여전히 충분한 모습을 올해 보여줬지만 떠들썩했던 FA 시장은 일부 선수에게만 한정됐다.
선수로서는 은퇴 전 반드시 한 번 하고 싶었던 권리 행사임을 이해는 하지만 계약 협상에서 구단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협상은 한동안 정체상태였다. 타 구단 이적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원소속구단인 KIA와 협상은 12월초 첫 만남 이후 이어지지 않았고, 새해로 넘어오면서 다시 협상한 끝에 계약조건은 상당히 조정됐다. 구단은 ‘+1년’을 붙이면서 사인을 완료했다.
KIA가 서건창과 함께 한 시간은 1년뿐이다. 그러나 바로 그 시즌에 최고의 성적을 거뒀고 서건창이 기여한 부분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이범호 감독은 서건창이 잔류하기를 원했다. 비시즌 구단과 상의하는 과정에서도 이범호 감독은 새 시즌에도 서건창을 활용할 여지가 많다고 이야기해왔다. 이에 KIA는 2024시즌 전 FA 신청을 했던 백업 외야수 고종욱(2년 5억원)의 사례를 기준으로 서건창과 계약도 마무리했다.
생애 첫 FA 신청을 한 서건창은 그 뒤 결혼식을 올렸고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만족하며 활짝 웃을 수만은 없게 됐지만, 그래도 생애 첫 FA 계약서를 갖고 새 시즌을 준비한다.
서건창은 구단을 통해 “다시 한번 고향 팀에서 뛸 수 있게 되어 기쁘다. 고참 선수로서의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 그런 점이 구단이 나를 필요로 하는 부분이라 생각하고 젊은 선수들과 힘을 합쳐 올 시즌에도 광주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