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투수를 내주고도 미동조차 없다. 미련 없는 LG는 또 한 명의 손주영(26·LG)이 등장할 기회라 보고 있다.
LG는 최근 자유계약선수(FA) 최원태를 삼성에 내줬다. 최원태는 2023년 LG가 우승하기 위해 트레이드로 영입했던 투수다. 선발 투수가 부족했던 LG는 그해 7월 트레이드를 통해 최원태를 영입해 로테이션을 채웠다. 결과적으로 LG는 바로 우승의 꿈을 이뤘다.
올해도 최원태는 가을야구에서 약했지만 정규시즌에는 비교적 선전했다. 24경기에서 9승7패 평균자책 4.26으로 지난해 후반기 LG 입성 이후보다 훨씬 좋은 모습을 보였다. 갑작스런 부상 이슈도 있었지만 선발 로테이션에 고정돼 10승을 기대해볼 수 있는 젊은 선발 투수라는 강점은 다시 확인했다.
라이벌 구단에 선발 투수를 뺏긴 LG가 큰 아쉬움을 느끼지 않는 이유는 손주영 때문이다. 올해 성장한 손주영의 존재감을 LG는 생각 이상으로 매우 크게 보고 있다.
일찍이 군 복무를 마친 손주영은 전역 이후 2021년부터 줄곧 선발 기대주로 꼽혔지만 주로 2군에 머물렀다. 갈고닦던 손주영은 드디어 올해 1군에서 잠재력을 터뜨렸다. 선발로 27경기에 등판해 143.2이닝을 던지고 9승10패 평균자책 3.82를 기록했다. LG 투수 중 외국인 디트릭 엔스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규정이닝을 채웠다. 포스트시즌에선 중간계투로 멀티이닝을 소화하며 대활약을 펼쳤다.
LG는 우승한 2023년만 해도 국내 선발이 가장 취약한 팀이었다. 이민호, 김윤식, 강효종으로 개막 로테이션을 꾸렸고 얼마 못 가 부상과 부진으로 다 교체해야 하면서 불펜으로 이동했던 임찬규, 이정용을 선발로 끌어오고 최원태를 트레이드해 어렵게 마운드를 꾸렸다.
올해 임찬규가 2년 연속 완전히 선발로 자리를 잡았고 손주영이 5선발급 이상의 선발 투수로 등장하면서 마운드 걱정은 오히려 우승 시즌보다 덜 수 있었다. 내년에도 LG는 새 외국인 투수 요니 치리노스, 재계약 한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와 함께 임찬규와 손주영으로 4명의 선발을 꾸리고 5선발만 경쟁으로 채워가면서 시즌을 치를 계획이다.
5선발 후보들을 향한 기대치가 꽤 높다. 2021년 LG에 입단한 좌완 송승기와 2022년 입단한 우완 이지강, 올해 초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에서 LG로 이적했던 2년차 언더핸드 우강훈이 5선발을 놓고 경쟁할 계획이다. 이지강과 우강훈은 올해 중간계투로 1군에서 던졌고 송승기는 올해 퓨처스리그 상무에서 선발로 뛰며 11승4패 평균자책 2.41로 다승·평균자책·탈삼진(121개) 모두 1위를 독식하고 전역했다.
이 중 ‘제2의 손주영’의 가능성을 누군가 보여주기만 해도 충분히 시즌을 치를 수 있다는 것이 LG의 구상이다. 마무리 캠프를 지켜본 염경엽 LG 감독은 “셋 다 괜찮아 보인다. 셋 중에 누가 크든, 올해 손주영처럼 어린 투수들이 5선발로 자리를 잡아주면 미래 가치도 훨씬 커진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