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박정현 기자) "선수들 덕분에 상 받았다."
2024시즌 주인공은 KIA 타이거즈였다. 지난 10월 2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포스트시즌'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7전4승제) 5차전에서 7-5로 승리해 구단 역사상 열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그라운드에서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던 선수단. 팬들 역시 37년 만에 광주 안방에서 우승 트로피를 든 선수단을 향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선수들은 경기의 주인공이다. 그라운드에서 플레이하는 모든 것이 팬들에게 보인다. 또 그들의 움직임과 판단 하나에 팀 운명이 갈린다. 지도자는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책임감으로 매 경기를 지켜봤던 홍세완 KIA 타격코치는 팀의 통합 우승 순간 누구보다 환한 미소를 보였다.
지난 10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프로야구 OB 모임인 사단법인 일구회 주관 '2024 뉴트리디데이 일구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홍 코치는 '프로지도자상'을 받았다.
KIA는 혼란스러웠던 2024년 초반을 보냈다. 김종국 前 감독이 금품수수 의혹을 받아 해임돼 스프링캠프 기간 이범호 1군 메인 타격코치가 감독으로 승격했다. 1군 보조 타격코치였던 홍 코치는 자동으로 1군 메인 타격코치를 맡았다. 보조 코치는 새롭게 뽑지 않았다. 상황에 따라 이 감독이 홍 코치를 돕기로 했다.
KBO리그 대다수 팀이 타격코치에 메인과 보조를 두지만, KIA는 여러 사정상 그러지 않았다. 홍 코치 '홀로' 책임졌다. 힘든 상황이었지만, 그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팀 타율(0.301)과 안타(1542안타), 타점(812타점), OPS(0.828), 득점권 타율(0.308) 등 주요 공격 지표를 순위표 최상단에 올렸다.
올 한 해를 돌아본 홍 코치는 "나보다 더 좋은 코치님들도 많은데... 기록적인 측면에서 좋았기에 받은 것 같다. 내가 잘한 건 아니다. 선수들 덕분에 상 받았다. 무엇인가 해냈다는 점이 기분 좋고, 선수들이 꾸준하게 잘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도영과 최형우, 나성범, 김선빈 등 특급 선수들이 포진된 KIA 라인업. 홍 코치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들의 상승세에 큰 힘을 보탰다. 경기는 선수가 하는 것이 맞지만, 그 결과를 끌어내는 건 선수 홀로 할 수 없다. 코치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홍 코치는 "내가 선수들을 (잘하도록) 만든 건 아니다. 편안하게 경기를 하도록 도와줬다. 항상 '잘할 수 있다'는 조언을 하거나 자신감을 줄 뿐이다. 선수들이 잘 귀담아들었고, 해줬기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 스스로 그런 방향성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한다"라고 얘기했다.
현역 시절 홍 코치는 소리 없이 강했다. 데뷔 2년 차인 2001년에는 133경기 타율 0.293(451타수 132안타) 14홈런 72타점 8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97을 기록해 그해 일구상을 받았다. 커리어하이는 2003년이었다. 129경기 타율 0.290(549타수 141안타) 22홈런 100타점 7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30을 기록하며 KBO리그 최초 유격수 100타점 기록을 세웠다.
은퇴 후에는 현역 시절 풍부한 경험을 살려 지도자로 변신했다. 그리고 지도자로서 일구상을 받으며 남다른 보람을 느꼈다.
홍 코치는 "급하게 감독님이 바뀌시며 코치를 외부에서 데려와야 했다. 선수들도 새로운 코치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혼자 했다. 감독님도 타격코치를 했기에 옆에서 조금씩 도움받을 수 있어 혼자 했는데, 정말 힘들었다"며 "선수와 코치의 수상은 아주 다르다. 선수는 나만 잘하면 되지만, 지도자는 여러 선수를 다 케어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상으로 힘들었던 점을 보상받았다. 내가 잘했다는 느낌도 들어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잘하면 선수 탓, 못하면 코치 탓' 이 문구를 새기고 홍 코치는 그라운드에 나선다. 결과에 책임지는 지도자를 맡아 선수들이 최대한 편한 환경에서 부담 없이 경기하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홍 코치는 "'결과가 안 나오면 지도자의 잘못이다. 잘한 건 선수가 잘하는 것이다' 항상 이렇게 얘기한다. (코치는) 선수들이 플레이하는 데 최선을 다하도록 만들어 줘야 한다. 책임지는 건 당연하다"며 앞으로도 선수들을 위한 코치가 될 것을 강조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 KIA 타이거즈
박정현 기자 pjh6080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