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팀을 위한 행동이었지만, 일부 팬으로부터 스파이라고 비판받은 황희찬(울버햄턴)이다.
지난달 30일 토트넘 홋스퍼와의 2024-25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9라운드 원정 경기에 선발 출전한 황희찬은 전반 7분, 기막힌 세트피스의 마무리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만화에서 가능하다던,다소 복잡하면서도 간단한 프리킥 과정을 잘 정리해 줬다.
두 경기 연속골을 넣으며 비토르 페레이라 감독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줬다. 전임 게리 오닐 감독 체제에서 부상으로 영입생 요르겐 라르센에게 주전을 내주는 등 부침을 겪었던 것을 선발 기회에서 해결사를 자임하며 정리에 성공한 것이다.
골을 넣은 뒤 무릎 슬라이딩 세리머니로 동료들과 기쁨을 나눴던 황희찬이지만, 이내 일어서서 고개를 숙였다. 무안국제공항에서 벌어진 제주항공 참사에 대한 묵념을 잊지 않은 것이다. 고개를 든 뒤에는 하늘로 두 팔을 올리며 추모했다.
승부사 기질도 뽐냈다. 43분 브레넌 존슨에게 페널티킥을 내줬고 키커로 손흥민이 나섰다. 중앙선 부근에서 이 장면을 보던 황희찬은 골문을 지키던 동료 조세 사 골키퍼에게 보란 듯 팔을 올려 킥 방향을 알려줬다.
그러자 수비하던 라두 드라구신이 팔을 치며 방향을 잃지 못하게 방해했다. 사가 황희찬의 동작을 봤는지는 여전히 의구심이 있지만, 적어도 A대표팀을 통해 손흥민의 습관을 꿰고 있어 조금이라도 울버햄턴의 승리를 위한 행동이었다는 중론이다.
영국 대중지 '데일리 메일'은 '황희찬은 사가 보도록 팔을 들어 손흥민의 킥 방향을 알렸다. 이를 드라구신이 저지하려 했다'라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손흥민은 골키퍼가 키커를 바라보는 시선을 기준으로 오른쪽 4개, 왼쪽 1개의 페널티킥을 성공한 기억이 있다. 확률상 오른쪽이 더 높았던 셈이다. 의도를 읽었는지, 손흥민의 킥이 오른쪽으로 오자 몸을 던져 선방했다. 경기 전체에 정말 중요했던 흐름에서 막아낸 페널티킥이었다.
이후 토트넘과 일부 국내 팬은 황희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몰려와 "꼭 그렇게 알려줬어야 했느냐"는 등의 글을 남기며 비판을 쏟아냈다. 다른 유니폼을 입고 냉정하게 프로답게 행동한 황희찬에 대한 몰지각한 비판이었다.
하지만, 경기 후 토트넘에 입단한 양민혁을 두고 서로 대화를 나누는 등 선수들끼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대표팀도 아닌 프로에서 승부에 집중하느라 벌어진 일, 승점 3점을 사이에 두고 겨룬 행동을 두고 벌어진 비판은 도를 넘은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실제 황희찬의 행동을 소개한 매체 기사 댓글에는 영국 현지인들이 '매우 냉철한 대처'라던가 '울버햄턴을 위한 손짓'이라는 류의 시선이 많았다. 대표팀 경기로 착각하고 본 일부 팬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인 셈이다.
경기 종료 후 황희찬은 울버햄턴을 통해 "울버햄턴에는 정말 중요한 승점이었다. 3경기에서 승점 7점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다시 골을 넣고 팀을 도와 기쁘다"라고 설명했다.
강등권 근처를 오가며 생존 경쟁을 벌이는 울버햄턴과 황희찬이다. 손흥민과의 우정을 잠시 접어두는 것은 이상한 일도 아니다. 지난 시즌 12골을 넣었던 황희찬의 스스로 부활이 더 절실하다. 그는 "동료들과 골에 대한 축하를 나눴지만, 경기 전 한국에서 끔찍한 소식이 들려왔다. 애도했고 깊은 슬픔을 느꼈다"라며 한국의 상황을 외면하지 않고 뛰었다고 답했다.
페레이라 감독은 황희찬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며 "그는 수준이 높은 선수이자 정말 중요한 선수다. 자신감을 가지게 되면 울버햄턴에 더 많은 것을 가져다줄 수 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직 울버햄턴을 위한 헌신을 100% 보여준 황희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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