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몬스터'로 불리는 이유가 있다. 김민재(28, 바이에른 뮌헨)가 남다른 프로 의식을 공개했다.
독일 'TZ'는 5일(이하 한국시간) "바이에른의 '수비 몬스터' 김민재는 몇 주 동안 아픔과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나는 파이터다'라고 말했다"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김민재는 지금까지 바이에른에서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몇 주 동안 자신을 괴롭혀온 여러 가지 통증에도 불구하고 말이다"라며 "상대방과 자기 몸에 신경쓰지 않는다. 이게 바이에른의 수비 괴물 김민재의 모토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TZ에 따르면 김민재는 "난 벤치에 앉느니 차라리 뛰다가 부서지겠다는 점을 여러 번 강조했다. 팀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각오를 불태웠다.
김민재는 자신을 '파이터'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는 "내 팀 동료들과 클럽은 내가 파이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최대한 자주 출전해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라고 힘줘 말했다.
전 세계 1위 센터백으로 뽑힌 이유를 보여준 김민재다. 그는 지난달 11일 국제축구연맹(FIFA) 산하 국제스포츠연구소(CIES)가 선정한 최고의 중앙 수비수에 이름을 올렸다. 'CIES 풋볼 옵스'는 자체 제작한 관찰 기준에 따라 점수를 매겨 모든 선수들의 순위를 정했다.
1위는 바로 김민재였다. 그는 91.1점을 기록하며 순위표 최상단에 올랐다. 바이에른에서 보여주고 있는 경기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센터백으로 뽑힌 것. 바이에른은 최근 공식전 5경기 연속 클린시트를 거두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범위를 분데스리가로 좁혀도 6년 만에 4경기 연속 무실점이다.
김민재가 밀어낸 선수들을 보면 얼마나 더 대단한 기록인지 알 수 있다. 맨체스터 시티 수비의 핵심 후벵 디아스(89.7점)가 2위에 올랐고, '리버풀 센터백 듀오' 이브라히마 코나테(89.5점), 버질 반 다이크(89.4점)가 나란히 3·4위에 자리했다. 5위는 에데르 밀리탕(레알 마드리드·89점). 모두 하나같이 월드클래스다.
김민재의 파트너인 다요 우파메카노도 빠지지 않았다. 그는 88.9점을 받으며 6위에 위치했다. 그 밑으로는 마누엘 아칸지(맨체스터 시티), 이니고 마르티네스(바르셀로나·88.2점), 윌리 오르반(라이프치히·87.1점), 마르턴 더론(아탈란타·87.0점)이 이름을 올렸다.
새로 부임한 뱅상 콤파니 감독 밑에서 완벽 부활한 김민재다. 그는 지난 시즌 후반기 토마스 투헬 감독 체제에서 벤치로 밀려나며 어려움을 겪었다. 데뷔 시즌인 점을 고려해도 5000만 유로(약 746억 원)의 몸값에 어울리는 활약은 아니었다.
그러나 콤파니 감독의 부임이 터닝포인트가 됐다. 김민재는 라인을 극단적으로 높이 끌어올리는 '콤파니볼'과 찰떡궁합이다. 그는 나폴리 시절부터 돋보였던 적극적인 수비와 빠른 발을 앞세워 뒷공간을 잘 커버하고 있다. 감독의 신뢰를 받으며 안정감도 되찾은 김민재다.
김민재는 다요 우파메카노와 호홉을 맞추며 분데스리가 최고의 센터백 듀오로 자리 잡았다. 지난 시즌 후반기 토마스 투헬 감독 체제에서 중용받던 에릭 다이어는 벤치로 밀려난 지 오래다. 그 결과 바이에른 뮌헨은 지난 10월 보훔전부터 지난달 파리 생제르맹(PSG)전까지 7경기 무실점을 기록하며 7전 전승을 거뒀다. 리그 기록도 12경기 8실점으로 최소 실점이다.
아예 쉴 틈조차 없다. 김민재는 올 시즌 바이에른 뮌헨과 한국 대표팀을 오가며 모든 경기에서 선발 출전하고 있다. 4일 열린 레버쿠젠과 DFB포칼 16강전까지 포함하며 26경기 모두 선발로 나섰다. 그만큼 바이에른에서도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된 김민재다.
김민재의 진가는 수비력뿐만이 아니다. 그는 정확한 패스 실력을 뽐내며 후방 빌드업의 시발점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단순히 짧은 패스만 시도하는 게 아니라 최전방 공격수를 향한 공간 패스나 좌우 전환 패스도 적극적으로 뿌리는 중이다.
지난달 벤피카전에서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새 역사까지 썼다. 당시 김민재는 113회의 패스를 시도해 모두 동료에게 전달하며 103번 이상 패스를 시도해 성공률 100%를 기록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롱패스도 4회, 공격 지역 패스도 14회나 됐다.
독일 'TZ'도 여기에 주목했다. 매체는 "바이에른은 특히 김민재가 온더볼과 빌드업에 강점을 갖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 숫자도 이를 증명한다. 김민재는 500번 이상 패스를 시도한 유럽 5대리그의 모든 중앙 수비수 중 성공률 1위(97.2%)를 자랑한다. 또한 경합 승률도 86.1%에 달한다"라며 "수비 괴물 김민재는 다가오는 토요일 하이덴하임전에서 다시 한번 그 클래스를 증명하고 싶어 한다"라고 강조했다.
막스 에베를 바이에른 디렉터도 김민재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는 지난달 23일 아우크스부르크전을 앞두고 "김민재는 자신감을 잃었고, 실수를 했고, 벤치에 앉았다. 그러다가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라며 "우린 여름에 결정을 내렸고, 김민재와 다요 우파메카노라는 두 명의 파이터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둘은 신뢰에 보답했다. 그 덕분에 김민재도 경기에 적응했고, 발전했다"라고 밝혔다.
김민재가 더 대단한 점은 그가 부상 투혼을 발휘 중이기 때문. 장거리 비행과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만큼 탈이 날 수밖에 없었다. TZ에 따르면 김민재는 10월 초부터 발목 통증을 호소했고, 아킬레스건에 문제가 있다. 그는 PSG전을 마친 뒤에도 "프랑크프루트와 경기 후에 약간 문제가 있었다. 회복에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민재의 중요성이 너무나 크기에 콤파니 감독으로서도 마땅한 대안이 없다. 이토 히로키와 요시프 스타니시치가 부상 중이기에 백업 수비수는 에릭 다이어 한 명뿐이다. 하지만 다이어는 올 시즌 단 한 경기도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TZ는 "다이어는 콤파니 감독의 높은 수비 라인을 소화하기엔 속도가 부족하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심지어 김민재는 직전 경기였던 도르트문트전에서 눈가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크리스토프 프로인트 단장에 따르면 그는 스테이플러로 상처를 봉합해야 했다. 그럼에도 프로인트 단장은 "김민재는 기계다. 이번 부상으로 힘들어하지 않을 것이다. 즉시 다시 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언했고, 실제로 김민재는 휴식 없이 레버쿠젠전도 선발 출격했다.
TZ도 김민재의 정신력에 감탄했다. 매체는 "김민재는 프랑크푸르트전 이후 왼쪽 아킬레스건에 지속적인 문제를 겪었다. 이는 분명히 다른 신체 부위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는 레버쿠젠전을 마친 뒤 아킬레스건에 문제가 있어서 오른쪽 무릎에 부담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라며 "그러나 김민재는 높은 스트레스와 신체적 영향에도 불구하고 불평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명과 암이 있었던 바이에른 데뷔 시즌에 비해 매우 강력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콤파니 감독에게 그는 우파메카노와 함께 중앙 수비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라고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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