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손흥민을 벼랑 끝으로…이게 바로 토트넘! 1년 연장 옵션 '무력시위'

입력
2024.12.26 01:36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토트넘 홋스퍼가 구단의 레전드 손흥민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토트넘이 손흥민의 계약 연장 옵션을 발동하기로 결정하면서 손흥민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토트넘의 의도가 불분명한 가운데 손흥민은 토트넘의 선택만을 기다리는 처지가 되고 만 것이다.

영국 매체 '기브 미 스포츠'는 지난 23일(한국시간) 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 등에서 활동하는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치오 로마노의 발언을 인용해 "토트넘은 손흥민의 계약을 2026년까지 연장하는 옵션을 발동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손흥민은 지난 2021년 토트넘과 재계약을 맺었는데, 당시 토트넘이 손흥민의 계약 조건에 1년 연장 옵션을 삽입했다. 구단의 선택에 따라 2025년 6월에 끝나는 손흥민의 계약을 1년 더 늘릴 수 있는 옵션이었다. 옵션에 대한 선택권을 토트넘이 쥐고 있기 때문에 손흥민 입장에서는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토트넘에서 1년 더 뛸 수도 있는 것. 로마노에 따르면 토트넘은 이 옵션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기브 미 스포츠'에 의하면 로마노는 "토트넘이 (손흥민의) 연장 옵션을 발동시켜 손흥민을 2026년 6월까지 구단에 남길 것으로 예상된다"며 토트넘이 손흥민의 연장 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로마노는 이미 지난달에도 같은 소식을 전한 바 있다. 당시 로마노는 영국 유력지 '텔레그래프'가 토트넘이 손흥민의 연장 옵션을 발동하기로 결정했고, 손흥민 측에 그 결정을 전달하기만 하면 된다는 내용의 단독 보도를 낸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같은 소식을 다뤘다.

로마노는 이와 관련해 "이는 10월 이후 토트넘 내부에서 감지된 분위기"라며 이미 지난 10월부터 구단 내부에서는 토트넘이 손흥민의 계약 연장 옵션을 활성화하고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1년 더 머무를 것을 예상하는 눈치였다고 밝혔다.

다만 토트넘이 손흥민의 계약 연장 옵션을 활성화하려는 목적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현재는 토트넘이 손흥민과 재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자신들에게 더 나은 조건을 맞추기 위해 시간을 벌려고 한다는 주장, 그리고 내년 여름 자유계약(FA) 신분이 되는 손흥민의 계약 기간을 늘려 여름 이적시장에서 손흥민을 현금화할 계획이라는 주장 등이 제기되고 있다.



두 주장 모두 일리가 있어서 더 큰 혼란을 빚는 중이다.

손흥민의 에이전트가 밝힌 바에 따르면 손흥민 측은 현재 토트넘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토트넘 관련 소식을 다루는 '스퍼스 웹'은 이를 두고 토트넘이 손흥민의 계약 연장 옵션을 발동하려는 이유가 그의 계약을 1년 연장해 손흥민과 협상을 벌일 시간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퍼스 웹'은 그러면서 토트넘이 손흥민과 2년 재계약을 맺을 거라고 내다봤다.

꽤나 희망적인 내용이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을 포함해 그간 공공연하게 토트넘의 레전드로 남고 싶다는 발언을 하면서 팀에 헌신했다.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프리미어리그(PL) 정상급 윙어로 활약하면서도 다른 팀으로 이적하지 않고 토트넘에 남아 토트넘과의 신의를 지켰다. 그렇게 쌓인 시간 동안 손흥민은 토트넘에서만 400경기 이상 출전해 수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팀의 레전드로 자리잡았다.

또한 손흥민은 이번 시즌 인터뷰를 통해 토트넘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는 열망을 드러냈다. 특히 대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토트넘이 유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됐던 유럽축구연맹(UEFA)이 주관하는 유럽대항전인 UEFA 유로파리그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싶다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만약 '스퍼스 웹'의 예상처럼 손흥민이 계약을 1년 연장한 뒤 토트넘과 다년 계약을 맺는다면 손흥민은 앞으로 2~3시즌은 더 토트넘에서 우승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그 전에 트로피를 따낸다면 더욱 좋겠지만, 토트넘에서의 우승이라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할 기회를 몇 차례 더 얻게 되는 것이다.

또한 손흥민은 내년에 33세가 되지만 여전히 프리미어리그 내 수준급 공격수이자 토트넘 내에서는 최상급 자원이다. 손흥민은 시즌 초반 햄스트링 부상을 겪고서도 17라운드 기준 프리미어리그에서만 5골 6도움을 기록했으며, 모든 대회를 통틀어 6골 6도움을 올리며 토트넘 공격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토트넘 입장에서는 연봉 인상이나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지 않고도 손흥민을 쓸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손흥민은 토트넘이 기대하고 있는 어린 선수들에게 좋은 멘토로 여겨진다. 손흥민이 구단 역사상 최고의 공격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마이키 무어, 윌 랭크셔 등 토트넘 유스 출신 유망주들은 물론 최근 강원FC에서 합류한 양민혁 등 토트넘의 미래를 짊어질 선수들이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손흥민과 같은 훌륭한 멘토가 필요한 게 사실이다.

손흥민의 마케팅적 가치 역시 여전하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역대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손흥민은 홍보 효과를 통해 이미 지난 10년간 토트넘에 어마어마한 수익을 안긴 바 있다. 손흥민의 인기가 빠르게 식을 가능성은 적기 때문에 손흥민이 토트넘에 남을 경우 토트넘은 손흥민을 활용한 마케팅을 적어도 향후 1~2년은 더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토트넘이 손흥민의 FA 신분 전환을 막은 뒤 손흥민을 현금화할 계획이라는 주장 역시 받아들여질 만한 내용이다.

지난 2021년 토트넘과 재계약을 맺은 손흥민의 기존 계약은 내년 6월에 끝나지만, 토트넘이 손흥민의 계약 연장 옵션을 행사할 경우 계약 기간은 2026년 6월까지로 늘어난다. 기존대로라면 손흥민은 내년 여름 FA 신분이 되지만, 토트넘의 결정에 따라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

즉 토트넘이 손흥민의 계약을 연장시킬 경우 손흥민에게 관심을 가진 타 팀들이 손흥민을 영입하려면 토트넘과의 협상을 통해 토트넘에 일정 수준의 이적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다.

구단의 사업적인 측면이나 재정적인 부분을 우선시하는 다니엘 레비 회장의 성향을 고려하면 토트넘이 손흥민을 매각하는 그림은 어렵지 않게 그려진다. 게다가 손흥민은 지난해 여름 지갑이 두둑한 사우디아라비아 부호 구단들의 관심을 받았기 때문에 토트넘은 손흥민을 매각하면서 상당한 이적료를 벌어들이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토트넘이 어떤 결정을 내려도 이상하지 않지만, 확실한 것은 손흥민의 입장은 크게 고려되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이다. 레전드 대우가 처참한 수준이다. 

사실 토트넘은 이전부터 레전드들에게 인색하기로 유명했다. 구단의 황금기를 작성했던 센터백 듀오 토비 알더웨이럴트와 얀 베르통언을 보낼 때에는 저렴한 기념 선물을 손에 쥐어주는 데 그쳤고, 구단에 10년 헌신한 위고 요리스가 떠날 때에도 그저 잠시 팀에 머물렀던 선수를 보내다시피 했다. 손흥민의 마지막이 다를 거라고 확신할 수 없는 이유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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