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국가대표 출신 카일 러셀(등록명 러셀)이 3년 만에 다시 V-리그 무대에 올랐다.
러셀은 13일 오후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6라운드 한국전력전에서 선발로 출전해 16점을 선사했다. 블로킹, 서브로도 1점을 올렸고, 후위공격으로 6점을 기록했다. 공격효율은 44.44%였다. 1, 2세트만 뛴 러셀의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봄배구를 앞둔 대한항공은 마지막 퍼즐 맞추기에 집중하고 있다.
3세트부터 러셀 대신 임재영을 투입한 대한항공은 이날 5세트 접전을 펼쳤다. 5세트 9-13에서 듀스에 돌입하며 맹추격했지만 마지막 싸움에서 고전하며 2-3(25-20, 23-25, 25-21, 21-25, 21-23)으로 패했다.
대한항공이 러셀과 새 출발을 알렸다. 2020-21시즌 한국전력, 2021-22시즌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었던 러셀이다. 그동안 러셀은 서브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삼성화재 시절에는 정규리그 36경기 연속 서브 득점을 올렸고, 현재 남자부 최다 연속 서브 1위 기록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러셀은 2022년 2월 3일 한국전력전 2세트에서 서브로만 연속으로 8득점을 올린 바 있다. 이날 서브 11점을 터뜨렸다.
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이 2021년 처음으로 대한항공 지휘봉을 잡았을 때 러셀을 삼성화재 소속으로 마주하기도 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그로부터 몇 년의 시간이 흘렀다. 기술적으로 향상하는 등 성숙해졌을 것이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한국전력 코치 시절 러셀과 한솥밥을 먹었던 권영민 감독도 “그 때도 서브가 강했고, 피지컬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범실이 많았던 기억이 있다”면서도 “그 때 당시에는 미국 대표팀 예비 엔트리에만 들었었는데 지금은 대표팀에도 발탁되고 있다. 기술적으로 더 올라왔을 것이다. 한국전력, 삼성화재에 있었던 러셀과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이날 러셀의 첫 득점은 블로킹 득점이었다. 1세트 3-4에서 임성진 오픈 공격을 가로막고 포효했다. 첫 서브는 범실이었다. 하지만 이후 러셀은 유광우와 호흡을 맞춰가기 시작했다. 낮고 빠른 토스에도 영리하게 공을 처리하며 노련한 모습을 보였다. 러셀은 1세트에만 블로킹 1개를 포함해 9점을 터뜨렸다. 공격 성공률과 효율은 각 47.06%, 41.18%였고, 후위공격으로도 3점을 올렸다. 범실은 2개에 불과했다. 러셀의 공격 비중은 68%였다.
2세트 양 팀의 팽팽한 접전 속에 20-20에서 러셀이 서브 득점을 올렸다. 21-20 역전을 이끌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흐름을 이어가지 못하며 2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러셀은 2세트 서브 1점을 포함해 7점을 기록했다. 공격 점유율은 31.25%, 공격 효율은 50%였다.
이후 러셀은 틸리카이넨 감독이 예고한대로 3세트부터 쉬었다. 임재영이 아포짓 자리에 나섰다. 계속 러셀은 웜업존을 지켰다.
러셀은 이전과 달리 공격 상황에서 강타와 연타를 적절히 활용하며 결정력을 높였다. 유광우와의 호흡도 끌어 올리고 있는 단계다. 틸리카이넨 감독 역시 베테랑 세터 유광우, 한선수를 향한 믿음을 드러냈다.
대한항공의 V-리그 최초 통합우승 4연패를 넘어 5연패는 무산됐지만, 챔피언결정전 5연패 도전은 계속된다. 봄배구를 앞두고 러셀을 영입해 전력을 끌어 올리겠다는 심산이다.
러셀은 한국을 떠난 뒤 2022-23시즌 프랑스, 2023-24시즌 이탈리아를 거쳐 2024-25시즌 그리그 리그에서 활약했다. 2022-23시즌 프랑스에서도, 떠나기 전 이번 시즌 그리스에서도 서브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러셀의 영입은 이번 시즌 남자부 봄배구의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은 러셀이 한국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을지 시선이 모아진다.
사진_KOV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