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떠나는 김해란이 후배들에게 “배구하며 스트레스 받을 때는 연습이 답”···정규리그 우승에 다가서는 흥국생명에 “챔프전에도 응원 오겠다”

입력
2025.02.10 11:15
수정
2025.02.10 11:15


“돌이켜 보면 왜 그렇게 스트레스 받으면서 배구했는지 몰라요.”

‘미친 디그’라 불렸던 리베로 레전드 김해란이 정든 코트를 떠나며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남겼다.

김해란은 지난 9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홈 경기 흥국생명-페퍼저축은행전 직후 코트에 섰다. 김해란은 통산 수비 1만6118개라는 대기록을 남기고 지난 시즌을 마친 뒤 현역에서 물러났다. 조금 늦은 은퇴식이었지만, 흥국생명 구단은 성대한 행사로 ‘레전드’의 퇴장에 박수를 보냈다.

모처럼 배구장을 찾은 김해란은 조금 낯설어하는 모습이었다. 은퇴 후 두 번째로 배구장을 찾았다는 김해란은 “오랜만에 경기장에 오는거라 설레는 마음으로 뫘다. 이렇게 단장하고 코트에 나서는 것도 어색하다”며 쑥쓰러워 했다. 김해란은 은퇴 뒤 잠시 배구를 떠나 일상 생활도 쉽지 않았던 무릎 부상 치료를 위해 수술을 받고 회복에만 집중했다. ‘엄마’ 김해란으로 돌아가 그간 놀아주지 못한 아들 조하율과 보내는 시간을 늘렸다. 이날 팀 승리를 지켜본 김해란은 “이제 ‘내가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정말 못할거 같다”고 웃었다.



1984년생 김해란은 한국 여자배구 역사상 최고의 리베로로 평가받았다. 2005년 V리그 출범과 함께 프로 무대에 입성해 19시즌간 최고 수비수 지위를 놓치지 않았다. 2009~2010시즌 여자부 최초로 리시브와 디그를 합산한 수치인 수비 5000개를 달성했고, 2015~2016시즌에는 역대 첫 수비 1만개를 채웠다. 2021~2022시즌에는 남녀부 통틀어 최초로 개인 통산 1만 디그 기록도 달성했다.

화려한 커리어에 비해 우승 운이 없었던 김해란은 2017~2018시즌부터 흥국생명에서 뛰며 2018~2019시즌에 한을 풀었다.

10년 넘게 국가대표로 뛰면서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2 런던 올림픽 4강행을 이끌기도 했다. 2020 도쿄 올림픽 예선에서는 한국의 3회 연속 본선 진출에 힘을 보탰다.

김해란은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지나서 보니 배구를 하면서 너무 잘하려고 스트레스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실은 나도 배구를 하며 너무 힘들었던 때가 있었다”면서 “결국 안될 때는 연습이 답이었다. 물론 생각도 달라져야 한다. ‘나는 왜 안되지’라고 하다보면 자신감까지 떨어진다. 생각을 바꾸고 시간이 지나면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흥국생명 선수단은 은퇴식에서 김해란에게 선수단 전체가 사인한 유니폼과 응원 메시지가 담은 액자를 선물했다. 마르코 아본단자 감독은 꽃다발을 전달했다. 김연경은 “해란 언니와는 대표팀에서나 팀에서 좋은 추억이 많다. 항상 본받을게 많은 언니다. 곧 따라가겠다. 너무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고, 응원하겠다”고 했다.

김해란은 “(현역 때)힘든 날도, 그만두고 싶은 날도 많았지만 팬들과 가족들이 있어서 힘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선수 생활을 잘 마무리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 선수로서는 은퇴하지만 배구는 놓지 않을 것이다. 제2의 인생도 지켜봐달라”고 약속했다. 김해란은 또 “오늘 후배들이 승리해줘 기쁘게 기분좋게 은퇴식을 하게 됐다. 정규리그 우승에 도전하는 후배들을 응원하겠다. 챔프전에도 찾아와 응원할 것”이라며 “우리 팬들의 함성과 응원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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