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개막 14연승으로 적수가 없는 듯한 기세를 자랑했던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이 최근 심각한 부진에 빠져들고 있다. 흥국생명은 11일 한국도로공사와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2-3으로 패하며 시즌 5패(15승)째를 기록했다. 14연승 이후 치른 6경기에서 단 1승만을 거두고 5패를 기록하면서 팀 분위기는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흥국생명은 지난달 17일 정관장과의 경기에서 1-3으로 패하며 연승이 끊긴 이후 전혀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연승 후의 부진은 체력 소모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지만, 흥국생명은 3라운드 종료 후 10일간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치른 4라운드 첫 경기 GS칼텍스전에서도 세트 스코어 2-3으로 패했다. 리그 하위권인 GS칼텍스(7위)와 한국도로공사(6위)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려던 계획은 완전히 무너졌다.
현재 흥국생명은 1위 자리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15승 5패(승점 45)를 기록 중인 흥국생명은 2위 현대건설(14승 5패, 승점 43)의 맹추격을 받고 있다. 정규시즌이 아직 16경기나 남아있어 달아날 시간은 충분하지만, 연승 당시의 위압감을 잃은 점은 향후 흥국생명의 위기가 계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승 기간 동안 "누구와 붙어도 질 것 같지 않았다"는 흥국생명은 최근 들어 "거미줄에 걸린 나비"와 같은 신세로 전락했다. 현재 흥국생명을 상대하는 팀들은 순위와 관계없이 자신감으로 무장하고 코트에 나서고 있다.
흥국생명의 부진은 김연경과 함께 쌍포를 이루던 투트쿠 부르주 유즈겡크(등록명 투트쿠)의 이탈에서 시작됐다. 대체 선수인 마르타 마테이코(등록명 마테이코)는 데뷔전인 7일 GS칼텍스전에서 3득점에 그쳤지만, 11일 한국도로공사전에서는 27득점을 올리며 분전했다. 그러나 팀의 패배를 막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최근 6경기에서 흥국생명은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부진을 겪고 있다. 시즌 평균 리시브 효율은 29.65%였으나, 최근 6경기에서는 28.63%로 떨어졌다. 김연경이 여전히 리시브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있지만, 다른 국내 선수들이 그의 부담을 덜어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연경의 리시브 부담이 커지면서 공격이 원활하지 않다.
연패 기간 동안 흥국생명의 공격 성공률은 37.18%로, 시즌 평균인 40.18%에 비해 낮아졌다. 이 수치는 리그 최하위 페퍼저축은행(36.19%)과 큰 차이가 없다. 더욱이 심리적으로 쫓기는 선수들이 범실을 연발하고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연승 기간 동안 평균 범실은 17.1개였지만, 최근 6경기에서는 20.8개로 약 22% 증가했다.
사진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