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싱가포르전에서 1골·3도움의 맹활약을 펼쳤던 국가대표 공격수 주민규(32·울산 HD)가 “늦게 핀 꽃이 아름답다고 이야기해 주시는 만큼, 더 오래 버텨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민규는 8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오픈 트레이닝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그냥 ‘늦게 발탁이 됐네’라고 생각해 주실 수도 있는데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굉장히 관심을 많이 가져주신다는 생각에 동기부여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주민규는 33세 333일의 나이로 역대 최고령 국가대표 첫 발탁을 기록을 세웠던 주민규는 열흘 뒤 태국과의 경기에 출전하면서 33세 343일의 나이로 역대 최고령 A매치 데뷔전이라는 또 다른 기록을 세웠다. 이어 지난 싱가포르전 데뷔골로 34세 54일, A매치 역대 최고령 데뷔골 2위 기록까지 세웠다.
K리그에서 오랫동안 활약에도 유독 국가대표팀과 인연이 닿지 않던 주민규는 지난 3월 황선홍 당시 대표팀 임시 감독의 부름을 받아 A대표팀의 한을 풀었다. 울산 HD 서포터스는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며 주민규와 이명재의 국가대표팀 발탁을 축하한 바 있다.
주민규는 “그전에는 제가 많이 부족했기 때문에 대표팀 발탁이 안 됐다고 생각했다. 제 자신한테 부족하다고 채찍질하면서 보완하고 견뎌낼 수 있었다”며 “가족들은 제가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항상 왜 안 될까라는 실망감을 갖고 있었다. 그 부분을 충족 못 시켜드려서 가족들한테 굉장히 죄송했다. 한을 풀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사실 포기하고 싶은 순가도 있었다. 하지만 가족들이 먼저 포기를 안 했다. 끝까지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불어줬기 때문에, 저 또한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며 “일찍 폈으면 좋겠지만, 늦게 핀 꽃도 굉장히 아름답다고 이야기해 주시는 분들 덕분에 더 오래 버틸 생각”이라고 했다.
거듭 최고령 관련 기록을 새로 쓰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사실 나이가 꽤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도 주민규는 “다른 의미로는 나이가 더 많을수록, 기록을 더 세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동기부여를 갖고 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2년 뒤 북중미 월드컵 본선 출전 욕심까지는 아직 꾸지 않고 있다. 주민규는 “당장 앞에 있는 것부터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그다음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하나하나씩 풀어나갈 생각”이라며 “다음 A매치, 다음 경기에 더 많이 잘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태국전 무득점과 달리 싱가포르 원정 1골·3도움의 맹활약의 비결로는 “제가 조금 더 편안해졌기 때문”이라고 돌아봤다. 주민규는 “처음에는 기장도 많이 하고 어색하기도 했다. 잘해야겠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두 번째 들어왔을 땐 선수들과의 소통이나 이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나오면서 경기장에서 그런 부분들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1골 3도움 중에서는 당연히 데뷔골이 더 의미가 크다. 공격수이기 때문에 골을 더 많이 좋아한다”며 웃어 보인 주민규는 “이렇게 골을 넣으니까 인터뷰도 한다. 지난 3월과 달라진 점”이라며 “컨디션이 굉장히 좋다. 골도 넣은 만큼 부담감도 사라졌다. 중국전에서도 그전에 했었던 공격 포인트나 잘할 수 있는 플레이를 잘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고양=김명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