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난 직접 꽃다발을 주지는 못했는데, 멋있었어요.”
KIA 타이거즈 박찬호(29)는 2023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지환(34, LG 트윈스)와 유격수 공동 수비상을 차지할 정도로 둘 다 빼어난 시즌을 보냈다. 타격 볼륨도 엇비슷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시리즈 우승 프리미엄에, 더 많은 홈런을 친 오지환이 골든글러브를 가져갔다.
박찬호는 시상식에 당당히 참석했다. 마음을 비우고 오지환을 축하해주기 위해서였다. ‘2등의 품격’이란 말을 꺼냈다. 그리고 박찬호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했다. 실제로 오지환의 수상에 힘찬 박수를 보냈다.
1년이 흘렀다. 박찬호는 단독 수비상을 따냈다. 그리고 타격 커리어하이를 다시 한번 달성했다. 박찬호보다 홈런을 많이 친 도전자 박성한(26, SSG 랜더스)을 누르고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이날 박찬호는 레드카펫 인터뷰부터 1년전과 달리 상기된 모습이었다. 대신 차분하게 솔직한 감정을 털어놨다.
박찬호는 “작년엔 양심에 손을 얹고 (골든그러브를)받는다는 생각을 전혀 안 했다. 박수치러 갔다. 그런데 올해는 진짜 받을 마음으로 왔으니까”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수상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자신을 컨트롤했다.
그러면서 박찬호는 “지환이 형도 부상이 겹쳐서 그렇지 여전히 최고의 유격수다”라고 했다. 박성한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타격은 자신보다 낫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박성한도 3할 언저리에 10홈런 이상 칠 수 있는 유격수로 성장 중이다. 프리미어12 주전 유격수였다.
그런 박찬호는 수상 순간 오지환이 꽃다발을 주러 단상에 올라오자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1년이 흘러 이번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졌다. 오지환은 수상이 불확실한데 현장을 찾았다. 박찬호든 박성한이든 후배 수상자를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박찬호는 “좀 멋있었다. 또 이렇게 하나 배워가는 것 같다. 선배들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좋은 선배로서 하나하나 조금씩 배워가는 중인 것 같다”라고 했다. 오지환의 꽃다발 선물에는 “나는 작년에 직접 꽃다발을 주지는 못했는데…”라고 했다. 감동과 고마움이 뒤섞인 모습이었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통상적으로 수상이 유력한 선수 외에는 참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날 시상식장에는 누가 봐도 수상이 유력하지 않은데 당당히 참석해 선, 후배들을 격려하는 선수들이 있었다. 작년엔 박찬호 딱 한 명이었는데, 올해는 드문드문 있었다. 피도 눈물도 없는 경쟁 사회지만, 이건 참 좋은 문화다. 알고 보면 1년 전 박찬호가 먼저 나섰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도 용기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