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새 외국인 투수, '산전수전' 다 겪은 잡초같은 인생…한국서 반등할까?

입력
2024.12.26 07:00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시절의 투수 애덤 올러)

(MHN스포츠 애리조나(美) 이상희 기자) 한국프로야구(KBO)리그 KIA가 새 외국인 투수를 영입했다.

KIA는 지난 16일(한국시간) "새로운 외국인 투수 애덤 올러(30)와 계약금 20만 달러에 연봉 60만 달러 그리고 퍼포먼스 결과에 따른 옵션 20만 달러까지 총 100만 달러(약 14억 5920만원)에 계약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오른손 투수인 올러는 지난 2022년 오클랜드 소속으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처음 밟았다. 올해로 메이저리그 3년차가 된 그는 통산 36경기(선발 23회)에 등판해 5승 13패 평균자책점 6.54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빅리그 커리어의 성패를 떠나 올러는 지난 2016년 프로진출 이후 KIA가 벌써 그의 아홉 번째 팀일 만큼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 말 그대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셈이다. 때문에 그의 '야구인생'은 팬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텍사스주 출신인 올러는 고등학교 시절 자신의 야구팀을 주(州) 챔피언십까지 진출할 수 있도록 투수와 포수로 크게 기여했다. 그는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투수와 포수로 뛰었을 정도로 재주가 많았다.

올러는 지난 2016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20라운드에서 피츠버그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진출했다. 지명순위가 말해주듯 아마추어시절 크게 주목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계약금도 단 7만 달러(약 1억원)에 그쳤다.(마이애미 시절의 투수 올러)

피츠버그 산하 마이너리그 루키팀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올러는 총 13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4.45로 좋지 못했다. 이듬해인 2017년에는 한 단계 위인 싱글 A 로우 팀에서 평균 자책점 1.59로 호투했다. 그러나 2018년 싱글 A 하이에서 평균 자책점 6.29로 부진하자 시즌이 끝난 뒤 방출되고 말았다.

올러는 아무도 자신을 불러주지 않자 독립리그로 향했다. 2019년 독립리그에서 총 4경기에 선발등판 한 그는 2승 1패 평균자책점 0.67로 호투했다. 그러자 샌프란시스코가 같은 해 5월 그에게 마이너리그 계약서를 내밀며 다시 프로생활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그해 샌프란시스코 마이너리그 싱글 A 팀에서 뛴 올러는 17경기에 나와 5승 6패 평균자책점 4.02의 성적을 올렸다. 그리고 그해 12월에 열린 룰파이브(Rule 5) 드래프트를 통해 뉴욕 메츠로 이적했다. 하지만 코로나-19사태로 인해 2020년 마이너리그 시즌 전체가 취소되는 바람에 1년을 허비해야만 했다.

2021년 마이너리그 시즌이 재기되자 올러는 더블과 트리플 A팀을 거치며 총 23경기에 나와 9승 4패 평균자책점 3.45로 좋은 성적을 올렸다. 프로진출 후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그러자 뉴욕 메츠는 시즌이 끝난 뒤 그를 룰파이브 드래프트에서 다른 팀에 뺐기지 않기 위해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포함시켰다. 프로진출 5년 만에 찾아온 경사였다.(올 시즌 메이저리그 마이애미에서 뛰었던 올러)

올러는 2022년 3월 오클랜드로 또 한 번 트레이드 됐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기회가 돼 그해 개막전 26인 로스터에 포함되는 행운을 잡았다. 그리고 같은 해 4월 12일(현지시간) 탬파베이를 상대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하지만 빅리그 첫 해 성적은 2승 8패 평균자책점 6.30으로 좋지 못했다. 2023년에는 빅리그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10.07을 기록한 뒤 방출됐다. 하지만 시애틀이 그를 영입해줘 다시 한 번 더 반등의 기회를 잡는 듯 했지만 마이너리그 트리플 A에서 조차 6승 4패 평균자책점 5.51로 좋지 못했다. 시즌이 끝나자 시애틀은 그를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서 제외했다. 사실상의 방출이었다.

2023년 겨울, 올러는 클리브랜드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으며 다시 한 번 더 도전 의사를 나타냈다. 올해 클리브랜드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 A에서 뛴 그는 12경기(선발 6회)에 나와 평균자책점 7.48로 부진했다. 그리고 같은해 7월 또 한 번 방출의 칼날을 맞았다.

이젠 정말 꺼질것만 같았던 올러의 야구인생은 마이애미가 그에게 손을 내밀며 다시 살아날 수 있었다. 올 시즌 '리빌딩' 구조로 전환하며 주축선수 대다수를 트레이드 시킨 마이애미는 선수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결국 올러는 마이애미를 통해 선수생명을 이어간 것은 물론 트리플 A에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88로 호투를 펼친 뒤 지난 8월 다시 메이저리그에 복귀하는 반전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올 시즌 마이애미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 복귀한 올러는 총 8경기에 선발등판해 2승 4패 평균자책점 5.31의 성적을 기록했다. 그의 빅리그 커리어 중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그럼에도 시즌이 끝난 뒤 마이애미가 그를 40인 로스터에서 제외시키자 KIA가 내민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며 한국행을 선택하게 됐다.

오른손 투수 올러는 총 5개의 구종을 장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심 패스트볼을 가장 많이 던지고 그 뒤를 이어 슬러브, 커브, 체인지업 그리고 슬라이더 순이었다. 구속은 포심이 93.7마일(약 150km)로 가장 빠르고, 커브가 81.5마일(약 131km)로 제일 느리다. 포심과 커브의 구속 차이가 약 20km나 되기 때문에 적절한 볼배합에 따른 체감속도는 더 클 것으로 기대된다.

올러에게 KIA는 그의 프로생활 중 아홉 번째 팀이 된다. 수치가 말해주듯 쉽지 않은 과정을 걸어왔다. 그래도 포기를 모르는 의지와 도전 정신 만큼은 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잡초'같은 남자 올러가 한국에서 또 한 번 반등의 기회를 만들어 낼지 주목된다.

사진=마이애미 구단 홍보팀 제공<저작권자 Copyright ⓒ MHN스포츠 / MHN Sport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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