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20)는 키움의 색깔을 잘 나타내는 선수 중 한 명이다. 투타 겸업에서 출발해 전업 포수로 전향한 뒤 차세대 거포로서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내년이면 데뷔 3년 차가 되는 김건희는 어엿한 선배로서 팀의 중심을 잡고 있다.
키움은 올해 드래프트에서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14명의 신인 선수를 뽑았다. 이지영과 김휘집 등 팀의 주전급 선수를 신인 지명권과 트레이드한 결과다. 어린 선수들은 베테랑 주전 선수가 적은 키움에서 주전급 출전 시간을 부여받아 실전 감각을 키울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성적에 대한 부담과 책임도 크기 마련이다. 팀의 꼴찌 탈피 여부가 신인 선수들의 손에 달려 있다.
김건희는 지난 시즌 듬직한 막내 포수로 주목받았다. 포수 마스크를 쓴 첫 시즌 83경기에 출장해 15개의 2루타와 9개의 홈런을 생산했다. 2024 신인 김윤하와 배터리로 호흡을 맞출 때는 1년 선배로서 김윤하를 다독이기도 했다.
김건희는 지난달 대만 가오슝에서 1~2년 차 신인들과 함께 루키 캠프를 마치고 돌아와 고양에서 몸을 만들고 있다. 그는 지난 3일 통화에서 “3년 차가 되니 더 책임감도 생긴다”라며 “아직 나이는 어리지만 막내에서 벗어나서 성숙해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금껏 투타 양쪽을 두루 훈련해 온 김건희는 처음으로 야수 포지션에 집중하는 비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는 “지난 시즌에는 타자로서 프로의 공에 적응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라며 “이번 비시즌에 고정 포지션을 갖고 훈련을 받으니까 기량이 더 빨리 느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최근 키움과 6년 다년계약을 맺은 베테랑 포수 김재현(31)은 김건희에게 든든한 버팀목이다. 김건희는 김재현에 대해 “시즌 중에 제가 수비가 잘 안 풀리는 날이 있으면 경기 중에도 더그아웃에서 ‘네가 크게 잘못한 거 아니다, 너무 죄책감 느끼지 말라’라고 하면서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신다”라며 “비시즌에도 연락을 잘 주고받고 궁금한 것도 잘 알려 주시는 좋은 선배”라고 말했다.
키움은 해결사 역할을 해 줄 대형 선수를 스토브리그에서 영입하지 않고 있다. 다음 시즌에도 신인 발굴과 육성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예고다. 올해 전체 1순위로 우완 투수 정현우를 영입했으나 외국인 선수를 투수 1명, 타자 2명으로 구성하면서 안정성에 물음표가 붙었다. 내년에도 어린 선수들의 어깨가 무겁다.
김건희는 “우리가 올해 팀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오히려 우리끼리 똘똘 뭉쳐서 하려는 의지가 점점 더 강해진다”라며 “베테랑 선배님들이 다음 시즌 스프링캠프부터 잘해보자고 의지를 북돋는 말을 많이 해 주시니까 어린 선수들도 ‘우리가 잘해야 한다’라는 마음가짐을 하게 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