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의 신인 뎁스는 리그에서 가장 두텁다. 베테랑 핵심 주전이 적다보니 저연차 신인들이 다른 팀에 비해 출전 기회를 많이 받으며 실전 경험을 쌓는다. 그러나 리그의 판도를 뒤바꿀 슈퍼 루키는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키움 ‘특급 신인’의 등장은 201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안우진은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금은 사라진 1차 지명(지역 연고 선수 우선 지명)으로 키움의 전신인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계약금은 당시 구단 사상 최고액인 6억 원이었다. 2021년 선발 투수로 입지를 굳힌 안우진은 2022년 15승8패 평균자책 2.11을 기록하며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2022년에는 224탈삼진으로 역대 한 시즌 최다 기록도 세웠다. 키움은 안우진이 복귀하는 2026시즌을 기다리며 극단적인 리빌딩에 들어가 있다.
안우진의 등장 이후 키움의 신인 지명이 가장 주목 받은 시기는 2021년 드래프트였다. 키움은 당시 1차 지명에서 고교리그 ‘괴물 투수’로 불렸던 장재영을 뽑아 리그 역대 신인 계약금 2위에 해당하는 9억원에 계약했다. 장재영은 제구 난조를 보이며 자리를 잡지 못하다가 올해 타자로 전향했다.
그해 2차 1라운드에서는 내야수 김휘집이 선발됐다. 데뷔 초 수비면에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던 김휘집은 지난해 국가대표팀 승선을 계기로 대표적인 젊은 유격수로 성장했으나 올해 시즌중 NC로 트레이드됐다. 김휘집은 NC로 이적한 뒤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키움 1라운더들은 이번 시즌 조금씩 기량을 뽐내기 시작했다. 1차 지명이 마지막으로 시행된 2022시즌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 받은 대졸 투수 주승우는 2년 간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하다 올해 후반기 마무리로 눈도장을 찍었다. 조상우가 KIA로 트레이드 된 이제 주승우는 내년 키움의 유력한 소방수 후보다. 2023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지명 받은 김건희는 투타겸업으로 주목받았으나 올해 타자로 출전하는 데 집중하면서 어느 정도 가능성을 드러냈다.
그러나 키움의 신인 육성 전략에는 물음표가 남는다. 보유하고 있던 선수를 타 구단 신인지명권과 맞바꾸면서 많은 유망주를 영입하지만 정작 세대교체를 이끌 정도로 주목할 신인은 안우진 이후 사실상 나오지 않고 있다. 하위 라운드에서 뽑혀 두각을 나타내는 신인도 찾기 어렵다.
키움 구단은 최근 연이어 팀을 떠나간 주축 선수의 공백을 이런 신인들이 메꿔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2년 간 지명권 트레이드를 통해 키움에 모인 네 명의 1라운더(전준표·김윤하·정현우·김서준)가 다음 시즌 시험대에 오른다. 키움이 2026년을 ‘재도약 원년’으로 만들 수 있을지는 다음 시즌 루키들의 활약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