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장장 100년 만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하계 올림픽이 완전히 막을 내렸다.
2024 파리 올림픽은 지난 12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폐회식을 끝으로 약 3주 간의 열전에 마침표를 찍었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서 깜짝 성과를 올렸다. 144명이라는 역대 최소 규모의 선수단이 출전해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로 종합 8위라는 준수한 성과를 올리고 돌아왔다. 이는 지난 2008 베이징 대회, 2012 런던 대회와 역대 최다 타이 기록을 이룬다.
'황금세대'로 불렸던 한국 수영 대표팀과 더불어 육상 간판 우상혁 등은 예상 외로 크게 흔들렸다. 그러나 전혀 메달권을 예상하지 못했던 여자 근대5종에서 성승민이 동메달을 따오고 유도, 역도 등에서도 깜짝 메달리스트들이 탄생하며 호황을 누렸다.
태극전사들의 피땀은 최고의 결실을 맺었지만, 대회 이면에는 성적표 외의 굵직한 이슈들이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 "북한입니다" 개막식 초대형 실언에 발칵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은 지난 달 27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센강에서 열렸다. 그간 올림픽 개회식들이 주경기장에서 열렸던 것과 다르게 파리 올림픽 개회식은 센강을 따라 유람선을 타고 입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초유의 대사건은 한국을 소개하는 순서에서 발단됐다. 당시 한국은 206개 참가국 가운데 48번째로 입장했다.
메인 장내 아나운서는 한국을 가리켜 불어로 Republique populaire democratique de coree'로 소개했고, 영어로는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라고 반복했다. 둘 다 북한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에 개회식을 지켜보던 현장과 누리꾼들 사이에 큰 논란과 당혹스러움이 퍼져나갔다.
한국 정부의 강력한 항의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대한체육회에 직접 사과를 전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재차 사과의 뜻을 밝힌 후 사건이 일단락됐다.
- "배우가 따로 없네" 올림픽이 낳은 스타, 사격 김예지
과녁을 조준할 때는 액션배우 못지 않은 시크(Chic)함을 뽐내고, 인터뷰 자리에서는 의외의 반전매력을 선보이며 스타덤에 오른 한국 선수가 있다.
한국 여자 사격 대표팀 김예지(임실군청)는 공기권총 10m 종목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금메달을 딴 오예진(IBK기업은행)과 함께 나란히 이름을 띄웠다.
김예지는 메달보다 그 이후의 이야기가 더욱 드라마틱했다. 공기권총 10m 종목에서 냉철하고 침착한 얼굴로 과녁을 겨누는 모습, 그 와중에 주머니에 꽂힌 앙증맞은 코끼리 인형 등 반전 요소가 넷상에 퍼져나가며 큰 인기를 얻었다. 일론 머스크 X(구 트위터) CEO는 김예지의 예전 월드컵 경기 모습을 직접 게시하며 "김예지는 액션 영화에 캐스팅되어야한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6살의 딸을 둔 '엄마 명사수'라는 요소도 반전미를 더했다.
김예지의 주종목은 공기권총이 아닌 25m 권총이다. 때문에 해당 종목에서도 또 한번 포디움에 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였다.
하지만 예상 밖의 사건이 또 한 번 일어났다. 김예지가 속사 한 발을 제한시간 3초를 넘겨 격발하며 '0점' 처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아쉬운 실수였지만, 김예지는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을 한번 더 기약하며 손을 흔들었다.
- 한국 여자 양궁 전무후무 '10연패' 달성
임시현(한국체대), 전훈영(인천광역시청), 남수현(순천시청)으로 구성된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은 지난 달 29일, 올림픽 사상 역대 최다 타이기록을 세웠다.
여자 양궁 단체전에 출전해 중국을 접전 끝에 돌려세우며 단체전 10연패를 달성한 것이다.
한국은 이로써 단체전이 처음 도입된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부터 단 한 차례도 빼놓지 않고 해당 종목 우승을 거뒀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특정 국가의 특정 종목 연속 우승 최다 타이 기록이다.
미국 남자 수영 대표팀이 400m 혼계영 종목에서 1984년 LA 대회부터 2020 도쿄 대회까지 이룬 10연패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특히 세 사람은 모두 이번이 올림픽 데뷔 무대였다. 2020 도쿄 대회에 나섰던 안산(광주여대), 강채영(현대모비스), 장민희(인천대)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미끄러지며 단 한 명도 나오지 못했다.
특히 임시현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에 이어 이번 첫 출전한 올림픽에서도 개인전, 단체전, 혼성전을 모두 석권하며 올림픽 3관왕까지 초유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고작 만 21세에 달성한 위업이다.
이에 2024 파리 올림픽 조직위는 공식 SNS를 통해 양궁 대회가 열렸던 파리 앵발리드 광장 앞 임시현의 동상 일러스트를 게시하며 신기록 달성에 이례적으로 축하를 전했다.
- '성별 논란' 여성 복서들...포디움 최정상에 우뚝
대한민국 선수단에 벌어진 일은 아니나, 대회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이슈다.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복싱 66kg급에 출전한 아마네 칼리프(알제리)와 57kg급에 출전한 린위팅(대만)은 이번 대회 깜짝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두 사람은 성별 논란의 정가운데 섰다. 두 선수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국제복싱협회(IBA)로부터 남성 유전자인 XY염색체를 보유했다는 이유로 실격처분 당한 전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후 IBA는 내부 부정부패로 발언권을 잃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두 선수의 손을 들어줬다. IOC는 "여권의 성별을 기준으로 출전을 허용한다"고 공식으로 못박았다.
경기 내내 성별논란에 관한 이슈와 두 선수를 향한 온라인 상의 차별적 악성 댓글, 두 선수를 옹호하는 댓글이 넘쳐났다. 더러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가인 조앤 롤링도 공개적으로 두 선수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칼리프는 3번의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과 1번의 기권승을, 린위팅은 4경기 모두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두며 금메달리스트에 올랐다.
더 나아가 린위팅의 고향인 대만 신베이시는 린위팅이 금메달을 딴 12일을 아예 '린위팅의 날'로 지정하겠다고 선포했다. 한편 칼리프는 현재 자신을 향한 악성 댓글들을 향한 법적 대응을 선포한 상황이다.
- 안세영 '작심 폭로' 사건, 어디로 흐르나?
한국 배드민턴계는 하루아침에 폭탄을 맞았다. 세계 1위 안세영(삼성생명)이 1996년 아틀랜타 올림픽 방수현의 단식 금메달 이후 28년 만에 금메달을 가져왔지만 웃지 못하고 있다.
앞서 안세영은 지난 5일 허빙자오(중국)와의 결승전 승리 직후 금메달을 획득한 안세영은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굵직한 발언을 쏟아냈다.
안세영은 당시 금메달에 대한 기쁜 마음을 전하기 무섭게 "제 부상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에 좀 많이 실망했다"고 발언해 충격을 안겼다. 이어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이랑은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안세영은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 당시 무릎 부상을 당했고, 해당 부위가 완치되지 않은 상태로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해왔다.
해당 발언으로 인해 안세영이 대표팀 은퇴를 암시한다거나, 배드민턴협회의 부조리한 행정을 낱낱이 폭로하는 것, 법정 싸움으로 갈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했다. 하지만 안세영은 SNS를 통해 은퇴에 대해서는 뚜렷이 부정했다.
이후 안세영과 배드민턴협회 간 갈등이 본격화됐다. 정확히는 협회 측의 긴 해명이 이어졌다. 협회는 "안세영에게만 특별지원을 해줄 수는 없다" "(안세영의 부상 당시) 김학균 대표팀 감독이 직접 만나 무리해서 대회에 나갈 필요없고 재활에 집중하라 했다" "(파리에) 안세영이 원하는대로 한의사를 보내 치료를 도왔다" 등 적극 반박에 나섰다.
자신을 둘러싼 과열된 논란 속 침묵을 지키던 안세영은 올림픽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입장을 전했다. 다만 먼저 언급했던 부상관리에 대한 추가 발언은 아니었다. 그는 "배드민턴으로도 경제적인 보상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폰서나 계약적인 부분을 막지 말고 많이 풀어줬으면 한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이후 돈 문제로 여론이 새롭게 갈렸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첨예한 설전이 벌어진 가운데, 안세영은 8월 모든 국제대회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날 밝혀왔다.
사진= 연합뉴스, MHN스포츠 DB<저작권자 Copyright ⓒ MHNsports / MHN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