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리스크'에 발목 잡힌 이기흥, 씁쓸한 퇴장…비위 수사만 남았다

입력
2025.01.14 19:45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숱한 위기에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던 이기흥(70) 대한체육회장의 3선 꿈은 결국 물거품이 됐다. 직을 지키지 못하면서 남은 것은 오명과 함께 개인 비위 혐의에 대한 수사뿐이다.

유승민 후보는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유효표 1209표 중 417표를 얻어 당선됐다.

40, 41대에 이어 3선에 도전했던 이기흥 현 회장은 379표로 유 후보보다 38표가 부족해 낙선됐다.

31~33대 회장을 지낸 故 김운용 전 회장(1993~2002년) 이후 처음으로 3연임에 도전하던 이기흥 회장은 고배를 마시게 됐다.

이 회장으로선 선거 시작부터 전망이 밝지 않았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각종 잡음이 흘러나왔고 정부의 전방위적인 압박까지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2024 파리 올림픽을 전후로 문화체육관광부와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았다.

비판과 반박, 재반박이 이어지는 '강 대 강' 대치 국면이 계속됐고, 문체부는 이 회장에 대한 직무 정지와 특별 감사로 강수를 뒀다. 이후 부정 채용과 금품 수수 등의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르기까지 했다.

선거 지형도 썩 좋지 않아 보였다. 이 회장을 중심으로 한 대한체육회 쇄신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많은 후보가 출마했고, '반 이기흥 연대'에 뜻을 모았다. 어떻게 해서든 이 회장의 3선을 막아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여전히 이 회장의 3선 가능성은 높게 점쳐졌다. 대의원에게 투표권이 주어지는 특성상 '현직 프리미엄'을 크게 안고 갈 수밖에 없는 데다, '반 이기흥 연대' 바람이 끝내 단일화의 결실을 보지 못한 것 또한 이 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화와 쇄신의 바람은 생각보다 강했다.

대한탁구협회장, IOC 선수위원 등 소신 있게 자신의 행보를 밟아온 유승민 후보에게 많은 표가 쏠렸고, 이기흥 회장은 단일화 무산에도 직을 지켜내지 못했다.

돌아보면 스스로 초래한 결말이기도 했다. 이 회장은 대한카누연맹 회장과 대한수영연맹 회장을 거쳐 2016년 대한체육회 회장 자리에 오르고 재선에 성공하는 등 오랜 기간 체육계의 '거물'로 통했다.

그러나 이 기간 각종 논란과 비판이 이어졌다. 수영연맹 회장 시절엔 박태환의 런던 올림픽 포상금을 선수 의사와 관계없이 사용해 '횡령' 논란을 빚었고 2019년엔 쇼트트랙 성추문 사건 때 가해자로 지목된 코치를 돌아오게 해주겠다는 발언으로 파문을 빚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대한체육회 임원의 연임 제한 폐지를 결의해 '사유화' 논란이 있었고 주무 부처인 문체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장기간의 '진흙탕 싸움'을 이어가기도 했다.

이런 굵직한 논란 속에서 국가대표 선수단의 해병대 캠프 논란과 같은 사례는 '사소한' 일로 여겨질 정도였다.



지난해 문체부와의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불거진 비위 혐의는 이 회장 체제의 체육회가 얼마나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는지를 보여줬다. 자녀의 딸 친구가 진천선수촌에 채용되는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채용 비리' 혐의를 비롯해, 파리 올림픽 참관단 특혜 논란, 선수촌 입찰 비리 등 이 회장이 받는 혐의는 한, 두 개가 아니었다.

이런 가운데서도 그는 3선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직무 정지가 내려진 상황에서도 출근을 강행하는 등의 부적절한 행태도 보였다.

물론 그는 꾸준히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투표 전 정견 발표에서도 "많은 조사를 받았지만 법률과 규정을 준수하며 일을 해왔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다시 이야기해 드린다"고 재차 강조했다.

선거가 끝났고 이 회장이 낙선하면서 각종 비위 혐의에 대한 수사는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난 8년간 스포츠 대통령으로 승승장구하던 이 회장에게 이제 가장 큰 과제는 한국 스포츠의 발전이 아닌, 자신의 결백을 스스로 입증하는 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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