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앤스포츠=정선/김민영 기자] "아빠(김병호 선수) 안 와서 서운하냐고요? 전혀요! 대신 엄마 왔어요."
'퍼펙트걸' 김보미(NH농협카드)가 '당구여제' 김가영(하나카드)과의 두 번째 결승 대결에서 또 패배를 당했지만 "다음에는 오늘보다 나은 경기로 도전하겠다"고 다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지난 시즌 왕중왕전 'SK렌터카 제주특별자치도 LPBA 월드챔피언십 2024' 결승에서 김가영과 맞붙었던 김보미가 이번 시즌 7차 투어 '하이원리조트 L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다시 맞대결을 벌였다.
월드챔피언십에서 세트스코어 3-1로 앞서며 김가영을 압도했던 김보미는 이번 대결에서 0-3으로 밀리며 0점패 위기에 처했으나 4, 5세트를 연달아 따내며 2-3으로 추격했다.
6세트에서 기회를 잡지 못한 김보미는 끝내 6세트를 1:11(7이닝)로 패해 세트스코어 2-4로 패했다.
경기 후 김보미는 "4대빵으로 질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무력하게 지지는 않은 것 같다. 만약 다음에 가영 언니와 결승에서 만날 기회가 또 있다면 그때는 오늘보다 나은 경기력으로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다음은 결승전 후 김보미의 기자회견 전문이다.
이번 결승전 소감은?
이번 시즌 동안 부진했는데, 올해 마지막 대회에서 결승까지 오게 돼서 뿌듯하다. 좀 아쉽긴 하지만 제주도(월드챔피언십)에 갈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사실 결승 경기는 내가 질 수밖에 없는 경기력이었다고 생각한다. 김가영 선수보다 준비를 못 한 것 같아서 결과를 받아들였다.
앞 1, 2, 3세트를 내리 빼앗겼는데, 어떤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
3대빵이 되니까, 여자 결승전 경기에서 역대 4대빵 기록은 없다고 알고 있어서 4대빵은 되지 말아야겠다, 그 첫 기록을 내가 세우면 안 된다는 생각이 컸다. '한 세트라도 따자, 이렇게 무기력하게 무너질 수 없다"는 생각으로 지더라도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걸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4세트에 임했더니 조금 편하게 경기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마음을 비운 후에 4, 5세트 두 세트를 연달아 따냈다. 그 후에는 역전승에 대한 욕심도 생겼을 것 같은데?
아니다. 욕심이 생겼다기보다 우선 상대 선수에게서 두 세트를 땄다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멘탈 회복이 좀 됐다. 당연히 7세트 마지막 세트까지 가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다시 1세트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 그냥 받아들이고 한 세트만 더 따보자는 생각으로 쳤던 것 같다.
그럼 6세트는 부담감보다 공이 안 풀린 건가?
김가영 선수가 워낙 잘 치기도 했고, 내가 조금 운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공 배치가 좀 어렵기도 했고, 내가 못 치면 가영 언니한테 공이 풀리기도 했다. 운영 면에서 내가 좀 아쉬웠다고 생각한다.
30연승을 이어 나간 김가영과 결승에서 만나게 됐을 때 어떤 생각을 했나?
너무 좋았다. 오히려 강자들이랑 결승에서 만나면 좋다. 100번을 만나서 100번을 지더라도 가연 언니가 결승에 올라온 것이 너무 좋았고, 계속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김가영을 이기기 위해서는 어떤 게 제일 필요할까?
연습도 연습이지만, 자기 관리와 멘탈 훈련도 열심히 해야 한다. 또 가영 언니가 어린 선수들에 비해 경력이 엄청나게 많고 포켓 선수 시절에도 큰 무대에서 엄청난 기록을 세운 사람이기 때문에 큰 무대를 경험하면서 내공을 쌓아야 저 강력한 틀을 깨부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설령 가영 언니를 이겼다고 해도 실력으로 진정하게 이길 수 있는 여자 선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결승전을 통해 본인의 내공은 좀 쌓였다고 생각하나?
팬들이나 보시는 분들은 '또 졌네, 김가영한테 안 된다, 보미는 또 결승에서 졌다' 이렇게 이야기하실 수 있지만, 나는 지금 굉장히 많은 변화를 주고 있는 중이다. 스트로크나 단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고, 이렇게 떨리는 상황에서 예전에 안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걸 지금은 많이 보완했기 때문에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훨씬 더 안정적인 실력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번 시즌이 좀 망가지더라도 스트로크를 좀 바꾸고 싶었다. 나만 아는 아주 미세한 차이지만 조금씩 해내고 있고, 조금만 더 하면 언젠가는 될 거라고 생각한다.
하나카드(김가영의 소속팀)의 주장인 아빠 김병호 선수가 이번 결승전에도 대회장에 오지 않았다.
숙소를 같이 쓰고 있기 때문에 경기 전까지 같이 있다가 나왔다. 지난 제주도 월드챔피언십 때도 가영 언니랑 결승에서 붙어서 아빠가 굉장히 난처해하셨다. 물론 나를 응원하시겠지만, 경기장에서 대놓고 나를 응원하기는 아빠도 좀 불편할 거고, 나도 좀 그림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해한다.
반면, 김가영 선수 부모님은 이번 대회도 대회장에서 크게 응원해 주셨는데, 좀 부럽지 않나?
아빠는 안 왔지만, 엄마가 처음으로 내 경기를 보러 대회장에 오셔서 괜찮다. 또 친한 (최)지민 언니도 있고, NH농협카드 그린포스 팀원들도 있고, 회사에서도 응원을 열심히 해주셔서 전혀 부럽거나 그렇지 않았다.
만약 또 오는 3월에 제주도에서 똑같은 상황이 생기면 그때는 어떻게 극복할 텐가?
똑같은 상황이 생긴다는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또 결승에서 가영 언니와 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내 커리어에도 좋다고 생각하고, 질지 이길지 모르지만, 오늘보다 나은 경기로 도전하겠다.
(사진=정선/이용휘 기자)<저작권자 Copyright ⓒ 빌리어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