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리버풀이라는 거산을 일단 눌러 놓은 토트넘 홋스퍼와 주장 손흥민이 후배 양민혁 관리에 들어갔다.
토트넘은 9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리버풀과의 2024-25 리그컵(카라바오컵) 4강 1차전에서 루카스 베리발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하며 결승 진출을 향한 유리한 환경을 만들었다.
물론 한 골 차는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고 2차전이 열리는 내달 2일 리버풀 원정 경기까지 리그 4경기, FA컵 1경기,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UEL) 리그 페이즈 2경기라는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부상자도 쏟아지고 있다. 골키퍼는 굴리엘모 비카리오, 프레이저 포스터 모두 이탈했다. 브랜든 오스티니 일단 골키퍼 장갑을 끼고 나서고 있다. 수비진도 미키 판 더 펜과 크리스티안 로메로 두 중앙 수비수는 2월 이후에나 복귀할 전망이다. 벤 데이비스, 데스티니 우도기도 꽤 오랜 시간 돌아오기 어렵다는 중론이다. 제드 스펜스가 우도기의 공백을 메우고 있지만, 선수층이 두껍지 않아 부상 시한폭탄은 언제라도 터질 수 있다.
미드필더도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리버풀전에서 경기 초반 볼 경합을 하다 뇌진탕 증세로 실려 나갔다. 산소호흡기를 낄 정도로 심각했다. 호전됐어도 곧바로 출전은 무리다.
공격진은 히샤를리송, 윌슨 오도베르 등이 부상 중이다. 그나마 손흥민 중심으로 도미닉 솔랑케, 데얀 클루세프스키, 브레넌 존슨 등이 저상 가동 중이고 티모 베르너가 영양가는 없어도 조커로 시간을 소진해 주고 있다.
그래도 리버풀과 격전을 치른 이들에게 휴식은 필수다. 오는 16일 아아스널과 리그 21라운드 북런던 더비가 기다리고 있다. 이후 사흘 뒤인 19일에는 에버턴과 22라운드를 원정으로 치른다. 승점 24점으로 12위에 밀려 있는 토트넘 입장에서는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경기다.
12일 내셔널리그(5부 리그) 탬워스와의 FA컵 3라운드(64강전) 원정에 선수단 이원화 가능성은 필수다. 이는 양민혁에게도 기회로 여겨진다. FA컵 초반 라운드는 주로 유망주들이 교체 자원들과 섞여 뛰는 대회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 앞에서 눈도장을 찍을 기회다.
포스테코글루는 당장 양민혁 활용 계획은 "아직 모르겠다"라는 대답으로 갈음했지만, 지친 선수단을 보호하려면 이원화를 싫어도 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토트넘이 양민혁의 등번호 18번을 공개하는 등 본격적인 관리에 들어가 탬워스전 출전이 예상된다. 토트넘의 전설이었던 해리 케인의 데뷔 초 등번호가 18번이라 기대감이 반영 됐다는 분석이다.
토트넘 입성 후 주장이자 대표팀 선배 손흥민이 보는 앞에서 기초 운동 등을 했던 양민혁의 시간이 오는 것이다. 양민혁을 옆에 두고 여러 조언을 쏟아내고 있는 손흥민이다. 자체 연습 경기 등을 소화하며 몸 상태를 올리고 있는 양민혁에게는 당장의 리그는 어려워도 FA컵을 통해 존재감을 알릴 수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양민혁을 '아시아 마케팅', '유니폼 판매용'이라며 존재감을 깎아내리고 있지만, 지난 시즌 고교생으로 K리그를 휘저으며 12골을 넣었던 능력을 생각하면, 이를 본 토트넘이 실력을 인정하며 영입한 것을 더하면 주어진 기회에 입증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토트넘과 손흥민은 우승에 목이 마르다. 리그가 어렵다면 단기전으로 치러지는 토너먼트 대회라도 잡는 것이 필요하다. 리그컵은 결승을 향해 순항 중이고 FA컵도 어떻게 출발하느냐에 따라 더 큰 그림 그리기도 가능하다. 양민혁이 이변을 노리는 탬워스의 기운을 잠재우고 이 그림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저작권자 Copyright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