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해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던 로드리고 벤탕쿠르가 돌아온다. 손흥민 생각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벤탕쿠르의 복귀를 열렬히 반겼다.
토트넘은 27일 영국 노팅엄의 시티 그라운드에서 노팅엄 포리스트와 2024~2025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8라운드 경기를 갖는다. 바로 직전 리버풀과 경기에서 3-6 완패를 당한 토트넘 입장에서는 분위기 전환이 절실한 경기다.
노팅엄전은 토트넘 입장에서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바로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 잉글랜드축구협회(FA)로부터 7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던 벤탕쿠르가 복귀하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벤탕쿠르는 지난 6월 조국 우루과이의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손흥민과 관련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켜 한 차례 공개로 사과했다.
진행자로부터 ‘손흥민의 유니폼을 구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벤탕쿠르가 “손흥민 사촌 유니폼을 가져다줘도 모를 것이다. 손흥민이나 그의 사촌이나 똑같이 생겼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동양인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는 인종차별적 인식이 드러난 발언이었다.
이후 팬들의 거센 비난이 이어지자 벤탕쿠르는 즉각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손흥민에게 사과의 글을 남겼다. 그는 “쏘니!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할게. 내가 한 말은 나쁜 농담이었어.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절대 무시하거나 상처를 주려고 한 말이 아니었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후 손흥민이 SNS를 통해 벤탕쿠르의 사과를 받아들이면서 사건이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축구계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벌여온 단체인 ‘킥잇아웃’이 이 사건과 관련한 여러 제보를 토트넘 구단과 당국에 전달하는 등 논란이 확산하면서 징계 절차가 시작됐고, 결국 벤탕쿠르가 징계를 받게 됐다. 벤탕쿠르는 FA에 제출한 입장문에서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적 발언이 진행자를 비꼬는 반어적 표현이었다고 주장하는 ‘뻔뻔함’도 보였지만 FA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벤탕쿠르의 복귀는 토트넘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 맞다. 토트넘은 최근 빡빡한 일정 속에서 가용 자원이 많지 않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벤탕쿠르가 돌아오면 토트넘은 적어도 중원 운용에서는 숨통이 트인다.
하지만 벤탕쿠르의 복귀에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보인 반응은 다소 아쉽다. 영국 ‘더부트룸’에 따르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벤탕쿠르가 복귀해 좋다. (그는)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며 “우린 경기에 뛸 수 있는 선수를 추가로 얻는 것”이라고 기뻐했다. 이어 “지난 3주 동안 선수들에게 피로가 가중됐다. 그들 대부분 부상을 입지 않고 잘 견뎌냈다. 몇몇 선수를 로테이션하고 교체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이제 (벤탕쿠르의 복귀가) 우리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기용할 수 있는 선수 숫자가 늘어난 것은 좋긴 하지만, 적어도 ‘캡틴’ 손흥민을 생각하면 그것과 관련돼 뭔가 말을 하거나, 아니면 좀 더 신중하게 말을 했어야 했다. 기쁜 것은 이해하나,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는 손흥민의 감정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