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이호준 신임 감독에게 자신의 야구를 본격적으로 펼칠 시간이 왔다. 이호준 감독은 비시즌 동안에도 2025시즌 구상에 여념이 없었다. “요즘 또 불면증이 시작됐다”라며 고심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고 했지만, 이미 스프링캠프 명단과 훈련 방법에 대한 구상은 모두 마쳤다. 특히 스프링캠프에서는 파격적인 훈련법을 도입하려고 한다. 천편일률적인 훈련 방식이 아닌, 베테랑과 신예, 주전과 백업으로 구분해서 각자 역할에 맞는 훈련을 시키려고 한다.
기존 베테랑 주전들이야 훈련 방식이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이호준 감독은 고참들과 베테랑들의 루틴을 존중하면서 그에 걸맞는 책임을 지게끔 하려고 한다. 대신 백업 선수들의 훈련법은 파격적이다. 이호준 감독은 3일 신년회 자리에서 스프링캠프 훈련 계획을 거리낌 없이 공개했다. 의아할 수 있지만 그동안 자신이 현역 시절에 했던 생각,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 지도자 연수 당시를 생각하면서 특화된 훈련 방식을 고안해냈다.이 감독은 내야수 김한별을 예로 들면서 “예를 들면 (김)한별이 같은 경우는 제가 백업 선수로 쓰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기에 수비 쪽에 집중을 시킬 것이다. 이번 캠프에서는 배팅 훈련이 따로 없을 것이다. 오전 오후 야간 훈련 모두 수비만 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미 이호준 감독은 내야수 김한별의 수비 능력을 눈여겨 보며 “대한민국에서 수비 제일 잘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고 LG 코치 시절에는 트레이드까지 요청했지만 NC의 절대불가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사령탑으로 중용할 뜻을 내비치고 있지만 당장 1군 내야진에서는 박민우 김주원 김휘집 서호철 등이 버티는 주전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기 힘들다.
김한별에게 확실한 역할을 맡기면서 이를 더 견고하게 하기 위한 작업을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수행하는 것. 그는 “뭔가 하나 독보적으로 잘해야 한다. 한별이는 수비를 누구보다도 잘해야 한다. 그래야 7,8,9회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긴다. 한별이에게 지금 ‘타율 3할을 쳐달라’고 말을 할 수는 없지 않나”라며 “제가 생각을 했을 때, 제일 잘 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고 제일 잘 하게 되면 또 대한민구에서 최고가 되어야 한다. 그런 선수들을 보유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현역 시절의 경험을 토대로 효율적인 훈련을 시키겠다는 것. 이호준 감독은 현역 시절 투수로 데뷔를 했지만, 이후에는 외야수와 1루수, 커리어 황혼기에는 전문 지명타자였다. 이 때의 경험을 토대로 “저는 현역 때 방망이 말고는 수비, 주루 다 안됐다. 제가 수비를 나가거나 대주자로 나갈 일은 없다. 그래서 ‘이 훈련을 왜 하는 것일까. 나는 방망이 쪽에 더 신경을 쓰고 비중을 높여서 훈련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요미우리 연수 시절을 떠올리며 “저는 2군 쪽에 있었는데 정말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미친듯이 훈련을 시키더라.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었다. 될 때까지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1년을 있다 보니까 그 선수가 성장한 것을 봤다. 안 되던 게 되니까 자신감이 많이 올라갔다. 한국 같으면 타격, 주루, 수비 20분씩 하고 경기 준비하고 경기가 끝나면 타격 훈련 몇개 더 하고 훈련이 끝나는데, 일본은 그런 시스템이 아니더라. 그래서 나도 저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감독이 되니까 해보는 것이다”라고 웃었다.현실적으로 스프링캠프 기간이 한정적인 것도 언급했다. NC는 오는 30일부터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과 대만 타이난으로 이어지는 스프링캠프를 소화한다. 약 20일 가량 투손에 머물고 이후 대만 타이난에서는 연습경기 위주의 일정을 소화한다. 이 감독은 “사실 캠프 훈련 기간은 20일 남짓이다. 20일 동안 방망이 30분, 수비 40분, 주루 40분을 하게 되면, 3개 중 뭘 하나 건져오겠나. 20일 동안 훈련해서 선수가 된다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라며 “그래서 한 가지만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게 효율적으로 훈련을 하려고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수비와 주루에 훈련량을 집중시킨다면 방망이 훈련을 선수들이 알아서 짬을 내서 할 것이라고도 장담했다. 그는 “사실 재밌는 건은 수비와 주루를 다 시켜놓으면 어떻게든 짬을 내서 배팅 훈련을 하려고 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방망이를 들고 와서 혼자서라도 배팅 훈련을 한다. 선수들은 엑스트라 훈련한다고 하면 무조건 배팅 한다고 한다. 수비 하겠다는 선수들은 아무도 없다. 타격코치가 걱정하길래, ‘스스로 올 것이다. 이건 장담한다’라고 이야기 했다”라고 웃었다.
이런 과정에서 성장한 선수로 LG에서 함께한 신민재를 언급했다. 신민재는 당초 대주자 요원이었다. 이 마저도 입지가 위태로운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신민재는 주루 특화 선수를 넘어서 이제 LG의 주전 2루수이자 국가대표 2루수로도 거듭났다. 이 감독은 “예를 들면 LG의 신민재가 그랬다. 신민재 선수도 대주자였지 않나. 그래서 주루 훈련에 비중을 많이 뒀다. 그런데 야간 훈련 때 나와서 방망이를 엄청 치더라. 처음에 나는 왜 배팅 훈련을 할까 생각을 했는데, 주루는 완벽하게 됐지 않겠나. 그래서 그 다음에 기회가 왔을 때 나도 주전을 꿰차야지 했던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기회를 받고 얻을 수 있던 것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김한별에게도 대입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수비에 특화된 훈련을 받는 선수만 있는 건 아니다. 타격 스페셜리스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NC는 맷 데이비슨이라는 홈런왕이 있지만 타선이 전체적으로 소총부대 성격이 강하다. 현역 시절 거포였던 이호준 감독은 한 방 야구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다. 한재환 김범준 송승환 등 거포 유망주들은 타격에 훈련을 집중시킬 계획이다.
그는 “이들은 오전 단체 수비 훈련 시간을 제외하면 오전 오후 야간 모두 방망이만 칠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하며 “대한민국에서 타율 1~3등까지, 최고의 선수가 3명이나 있지 않나. 여기에 뒤를 받쳐줄 한 방 칠 수 있는 타자들이 조금 부족하다. 캠프에서는 이들 3명 중 한 명이라도 건져오자는 생각이다”라고 강조하면서 거포 갈증 해결에 대한 의욕까지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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