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데뷔 시즌부터 혹평을 안고 살았던 게 손흥민의 축구 인생이다.
어느 덧 토트넘 10년 차를 맞았고 여전히 그에 대한 쓴소리가 나오지만 손흥민은 뚜벅뚜벅 대기록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이젠 토트넘 역사의 2인자, 3인자가 아니라 1인자를 향해 나아간다. 계약 문제만 말끔히 해결되면 손흥민은 1인자로 올라설 수 있다.
토트넘이 흥미로운 기록 하나를 지난달 30일(한국시간) 발표했다. 손흥민이 토트넘 역대 선수들 중 유럽축구연맹(UEFA) 클럽대항전 출전 회수 공동 4위, 득점은 단독 2위라는 자료였다. 토트넘은 거의 매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콘퍼런스리그 등을 출전하는 팀이 됐다. 그 속에서 손흥민이 많은 기여를 했다는 뜻이 된다.
최근 손흥민의 빅찬스미스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지만 그래도 토트넘에서 가장 믿을 만한 공격수는 손흥민이라는 점을 통계가 증명했다.
앞서 토트넘은 지난 29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 UEFA 유로파리그 리그 페이즈 5차전 홈 경기에서 로마와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날 경기에서 손흥민은 자신의 주포지션엔 레프트윙으로 선발 출격, 77분을 뛰고 티모 베르너와 교체아웃됐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두 차례 허벅지 부상으로 쉰 적이 있어 토트넘을 이끄는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출전 시간 배려 차원에서 손흥민을 후반 빼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이게 악수가 됐다. 주장 손흥민이 사라지만 토트넘은 중심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가 실점하는 경우가 많다.
로마전도 그랬다. 손흥민이 교체아웃될 때맏 해도 2-1로 앞서며 토트넘이 승리를 따내는 듯 싶었으나 그가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고 백업 선수들이 줄줄이 들어오면서 팀이 무너져 결국 종료 직전 상대 수비수 마츠 훔멜스에 동점포를 허용하고 2-2로 비겼다.
토트넘은 유로파리그 우승을 노리는 팀이다. 그러기 위해선 리그 페이즈에 참가한 36개 클럽 가운데 8위 안에 들어 16강 진출을 위한 플레이오프를 거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지금은 9위여서 토트넘 입장에선 더욱 분발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주전을 멤버들을 대부분 집어넣고도 홈에서 비겨 아쉬움이 큰 경기였다.
토트넘은 발목 골절 부상을 당한 굴리에모 비카리오 골키퍼를 대신해 프레이저 포스터가 문지기로 나섰다. 백4엔 페드로 포로, 라두 드라구신, 벤 데이비스, 아치 그레이가 포진했다. 로드리고 벤탄쿠르, 파페 마타르 사르, 쿨루세브스키가 중원에 자라잡았다. 손흥민과 솔란케, 존슨이 전방 스리톱에 섰다.
토트넘은 전반 초반 선제골을 넣어 기세를 올렸다. 손흥민이 득점포 주인공이었다. 독일 베테랑 수비수 마츠 훔멜스가 사르에게 반칙을 범해 비디오판독을 거쳐 페널티킥이 선언됐고, 손흥민이 오른발로 침착하게 차 넣었다.
손흥민은 지난달 19일 애스턴 빌라와의 프리미어리그 홈경기 이후 한 달 열흘 만에 득점포를 쏘아올렸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이후 두 팀이 한 골씩 주고받아 토트넘이 2-1로 달아난 전반 35분 쿨루세브스키가 페널티지역 안에서 슈팅했는데 이게 골대를 맞고 페널티지역 가운데로 흘렀다.
이 때 손흥민이 왼발로 다시 찼는데 슈팅이 크로스바 위로 뜬 것이다. 손흥민도 실망했고 토트넘 사령탑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탄식했다.
다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의 빅찬스미스보다는 존슨 등 다른 공격수들의 결정력 부족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전반전에 더 넣었어야 했다"고 했는데 존슨 등도 추가골을 뽑아낼 수 있었다.
어쨌든 손흥민은 이 때 나온 빅찬스미스로 비판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풋볼 런던은 이 장면을 꼽으면서 손흥민에 평점 6점을 줬다.
매체는 "손흥민은 경기 초반 페널티킥 때 골키퍼 완전히 속이는 골을 넣었다"며 "이후 쿨루세브스키 슈팅이 골대에 맞고 나오자 손흥민이 슛을 시도했는데 크로스바 위로 날아갔다. 몇 차례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냈으나 완벽하지 않았다"고 낮은 점수 준 이유를 설명했다.
얼마 전 손흥민을 프리미어리그 32년사에서 '약한 발'을 가장 잘 활용한 선수 2위로 꼽았던 '기브 미 스포츠'도 손흥민을 혹평했다. 공교롭게 손흥민은 '약한 발' 왼발을 썼는데 허공으로 날아갔다.
손흥민에게 팀 내 최저 평점 6점을 줬다. '기브 미 스포츠'는 "5분 만에 페널티킥 득점을 만들어내면서 출발이 좋았지만 이후 볼을 잡을 때마다 영향력이 약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2000년대 토트넘 레전드 골키퍼이자 잉글대표 국가대표로 40경기 이상 활약했던 폴 로빈슨은 손흥민의 빅찬스미스 뒤 "손흥민이 믿을 수 없는 실수를 했다. 골대까지 7야드(6.4m) 떨어진 곳에서 슈팅을 날렸는데, 공은 골대 위로 높이 날아갔다"며 이를 "손흥민이 이를 어떻게 놓쳤는지 모르겠다"라며 손흥민의 실수에 탄식했다.
로빈슨은 지금 논란 중인 손흥민의 토트넘 다년 계약 여부에 대해 구단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외치는 인물이다.
로빈슨은 지난달 "토트넘이 손흥민의 계약을 더 연장하기 위해 협상을 하고 있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다. 지난 시즌에는 토트넘에 좋은 9번 공격수 없었기 때문에, 손흥민은 이번 여름 도미니크 솔란케가 올 때까지 역할을 대신했다"면서 "손흥민의 계약 기간이 7개월밖에 남지 않았지만, 우리가 끊임없이 재계약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걸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1년만 연장될 것 같으면 놀랄 것 같다. 아무 소식도 없다는 건 1년 연장은 이미 주어진 것이고, 더 길어질 수 있기 때문에 조용하다는 생각이 든다. 2~3년 연장이어도 놀라지 않을 거다"라며 손흥민의 재계약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여러 혹평에도 손흥민의 진군은 계속 된다.
손흥민은 지난 2015년 9월 FK가라바흐(아제르바이잔)과의 유로파리그 홈경기에서 토트넘 1군 데뷔전을 치렀고 멀티골을 뽑아냈다. 그 경기를 시작으로 다양한 UEFA 대회를 누볐다.
어느 덧 출전 경기 회수가 64회 쌓여 해리 케인(76회), 위고 요리스(70회), 벤 데이비스(70회)에 이어 스티브 페리먼과 함께 64회를 기록, 공동 4위에 올랐다.
또 총 득점은 25골로 케인(45골)에 이어 2위가 됐다. 토트넘 레전드인 저메인 데포(23골), 마틴 차버스(22골)를 제쳤다.
총 득점에서 케인을 넘는 것은 어렵다. 토트넘 소속으로 10년을 더 뛰어야 가능하다는 산술적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지금 32살이다.
반면 UEFA 대회 출전 회수 토트넘 1위는 가능하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 16강 진출을 위한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결승까지 가면 총 12차례 유로파리그 경기를 치른다.
그러면 UEFA 클럽대항전 76경기 출전이 되면서 케인과 공동 1위가 된다.
플레이오프를 하지 않고 8강에 직행하면 결승까지 갈 경우 74경기가 된다.
물론 손흥민 절친인 데이비스도 70경기를 뛰긴 했지만 지금은 주전이 아니어서 크리스티안 로메로, 미키 판 더 펜이 부상 복귀하면 출전 기회를 잃을 수 있다.
그래서 다음 시즌 토트넘과 손흥민의 동행 여부가 주목된다. 손흥민이 토트넘과 현 계약 1년 연장이든, 다년 재계약이든 동행에 성공하고 다음 시즌 토트넘이 UEFA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콘퍼런스리그 중 한 대회에 출전하면 손흥민은 단독 1위가 된다. 토트넘의 전력을 놓고 보면 UEFA 대회 출전 가능성은 꽤 된다.
이런 역사에 하나씩 나아가는 것을 뒤로 하고 손흥민은 다가오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경기를 통해 AS로마전 빅찬스미스 만회에 나선다. 12월 1일 오후 10시30분 풀럼과의 홈 경기에 출격할 전망이며, 이후 현지시간으로 나흘 시간 쉬고 12월6일 5시15분 열리는 프리미어리그 본머스 원정을 겨냥한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 강팀에 강하고, 약팀에 약한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는데 손흥민의 결정력이 토트넘을 약팀에도 강하게 만들지 주목된다.
다행히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AS로마전 직후 손흥민을 적극 옹호하며 그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고 있다.
풀럼전에서도 선발 출전이 확실시 된다. 다만 토트넘이 12월에 9경기를 치르는 만큼 컨디션 관리는 필요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쏘니는 골을 넣었지만 올시즌 득점이 4골에 불과하다. 지금 골문 앞에서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게 맞나"란 질문에 "손흥민이 자신감이 부족한지 모르겠다. 쏘니는 혼란스러운 한 해를 보냈고, 이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는 오늘 밤 골을 넣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었고 성공했다"며 그의 페널티킥 골을 높게 평가했다.
이어 "우린 그가 거의 10년 동안 꾸준히 해 왔다는 걸 알고 있다. 지금은 완전한 체력을 되찾고 있는 걸 볼 수 있다는 게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며 부상에서 계속 컨디션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