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박승환 기자] "후회는 없다"
LA 다저스 김혜성은 14일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지난 4일 다저스와 3+2년 2200만 달러(약 322억원)의 계약을 맺은 김혜성은 시애틀을 경유해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본격 2025시즌을 준비한다.
지난 2023시즌이 끝난 뒤 키움 히어로즈에 메이저리그 진출 의사를 전달한 김혜성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소속돼 있는 'CAA 스포츠'와 계약을 맺으며 빅리그행을 준비했다. 그리고 지난해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는 등 127경기에 출전해 166안타 11홈런 75타점 90득점 30도루 타율 0.326 OPS 0.841을 기록, 지난 12월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에 포스팅이 됐다.
스토브리그가 시작된 직후 김혜성은 시애틀 매리너스와 가장 많은 연결고리가 형성됐다. 이유는 2018년을 끝으로 로빈슨 카노가 떠난 뒤 수많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제공했으나, 단 한 명도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들이 없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김혜성과 함께 거론됐던 구단은 많았지만, 포스팅이 마감되기 하루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렇다 할 구체적인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특히 김혜성은 포스팅이 된 후 곧바로 미국으로 떠났는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일각에서는 메이저리그 구단들로부터 오퍼를 받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김혜성의 빅리그행에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김혜성은 국인 신분인 까닭에 해외 체류 기간에 제약이 생겼던 까닭이다. 그리고 포스팅이 마감되는 날 김혜성의 계약 소식이 들려왔다.
김혜성의 행선지는 바로 LA 다저스였다. 계약 세부 내용은 3+2년 2200만 달러(약 322억원), 김혜성은 3년 동안 1250만 달러(약 182억원)를 보장받고, 다저스가 이후에도 동행을 희망할 경우 950만 달러(139억원)를 추가로 지급하는 구조다. 하지만 다저스가 김혜성을 영입한 것에 의문이 뒤따랐다. 'MVP' 무키 베츠를 비롯해 토미 에드먼, 개빈 럭스, 미겔 로하스, 크리스 테일러까지 2루를 맡을 수 있는 자원이 넘쳐났던 까닭이다.
이에 미국 현지 언론에서는 다저스가 김혜성을 영입한 뒤 트레이드를 단행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다저스 브랜든 곰스 단장은 오히려 "트레이드는 없다"고 못을 박았는데, 다저스의 기조가 바뀌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은 필요하지 않았다. 다저스는 김혜성을 영입한지 사흘 만이었던, 지난 7일 주전 2루수 개빈 럭스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했다.
하지만 김혜성은 안심할 수 없는 단계다. 트레이드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가 곧바로 기조를 바꾼 것처럼 언제든 계획을 바꿀 수 있는 까닭이다. 스프링캠프에서 크리스 테일러, 미겔 로하스와 경쟁에서 승리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며, 강렬한 인상도 남겨야 한다. 김혜성이 기대 이하의 모습이라면, 다저스는 언제든 토미 에드먼을 다시 내야로 불려들여 베츠-에드먼의 키스톤 콤비로 시즌을 치러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혜성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김혜성은 행선지로 다저스를 택한 것에 후회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뜨거운 취재 열기에 "지금 실감이 난다"며 메이저리거가 된 소감을 밝힌 김혜성은 "다저스가 아닌 다른 팀을 갔다고 하더라도 경쟁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떤 팀을 가도 첫 해에는 경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다저스에서 좋은 경쟁을 통해 자리를 잡고 싶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럭스가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된 가운데, 미국 현지 언론에서는 다저스가 크리스 테일러 등 몇몇 자원을 추가로 트레이드 할 수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에 김혜성은 "느껴지거나 달라진 점은 없다고 생각한다. 처음 도전하는 메이저리그이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이 트레이드가 되든 안 되든 똑같은 마음으로 준비할 것 같다"며 "나는 야구 선수이다. 어떤 포지션에서 나가든 수비를 잘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돼야 한다. 어떤 포지션이든 상관없이 잘 준비해서 팀에서 맡겨주시는 역할을 잘 소화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제 김혜성은 어릴 때 TV로만 보던 다저스의 유니폼을 입고 본격 경쟁을 시작한다. 등번호는 6번. 그는 "등번호는 아쉽게 3번이 없더라. 한 자릿수 번호 중에서 뭐가 괜찮을지 고민하다가 6번을 선택하게 됐다. 내가 알기론 트레이 터너 선수가 6번을 달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나도 6번을 달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며 "다저스는 명문 구단이다. 코리안 빅리거들도 많이 뛰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봐왔던 팀이다. 그리고 지난해 우승을 했기 때문에 최고의 팀이라 생각한다. 열심히 하겠다"고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