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25시즌 V-리그 전반기가 마무리됐다. 약 3개월에 걸친 각축 끝에 여자부는 2강·2중·3약 체제로 굳어졌다. 1위 흥국생명(승점 43)과 2위 현대건설(41)이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5위 페퍼저축은행(19), 6위 한국도로공사(15), 7위 GS칼텍스(6)는 아직 승점 20을 밟지 못했다. 이렇게 리그 판도가 양극단으로 치닫는 사이 3위 정관장(34)과 4위 IBK기업은행(31)은 안정적으로 중위권에 들어왔다.
2024-25시즌 V-리그 현장을 누빈 <더스파이크> 기자들이 전반기를 빛낸 여자부 베스트7를 선정해 봤다.
<류한준 기자>
세터 염혜선(정관장)
기복이 있고 2단 연결에서 흔들리는 부분이 있다는 단점이 종종 지적되곤 하지만 그래도 염혜선은 베테랑 세터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시즌 2라운드부터 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염혜선을 활용한 서브 로테이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정관장은 3라운드 전승을 포함해 8연승 신바람을 내며 전반기 일정을 마쳤다. 또한 2위 현대건설과 승점차를 7로 좁혔다. 팀 상승세를 쌍포 노릇을 잘하고 있는 부키리치(세르비아)와 메가(인도네시아)와 함께 소속팀 상승세를 이끈 주역 중 한 명이 염혜선이다.
아웃사이드 히터 김연경(흥국생명)-위파위(현대건설)
김연경은 이번 시즌에도 여전하다. 14연승 후 3연패로 주춤했고 외국인 선수가 빠졌을 때 연패를 당하면서 김연경에 대해 '예전같지 않다'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1988년생으로 2005-06시즌 V-리그에 데뷔한 경력을 되돌아보면 전성기 기량과 견줘 모자르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해당 포지션에서 김연경을 뛰어넘는 선수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위파위(태국)은 지난 시즌 소속팀이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는데 감초 노릇을 톡톡히 했다. 활약상은 이번 시즌에도 진행형이다. 현대건설에도 위파위를 대신할 자원은 분명히 있긴 하다. 그러나 비중을 따지면 위파위는 현재 현대건설 전력에서 필수 요소가 맞다.
아포짓 빅토리아(IBK기업은행)
빅토리아가 만약 흥국생명, 현대건설, 한국도로공사 등 다른 팀 유니폼을 입었다면 어땠을까. 세 팀 모두 충분히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전력을 구성했을 거라고 본다. 빅토리아는 이번 시즌 소속팀이 오랜만에 6연승을 거두는데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자리잡았다. 빅토리아의 이런 활약으로 IBK기업은행은 이제 지난 시즌 뛴 아베크롬비(푸에르토리코)가 그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들블로커 이다현(현대건설)-오세연(GS칼텍스)
이다현은 소속팀 동료이자 선배인 양효진의 뒤를 이을 선수로 자리를 잡았다. 최정민, 이주아(이상 IBK기업은행) 정호영(정관장) 등 또래 선수들 중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건 분명하다. 오세연은 최하위(7위)로 처진 소속팀 성적이 발목을 잡고 있지만 한국 여자배구에서 앞으로 미들블로커 자원을 논할 때 빠지지 않을 만큼 이번 시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리베로 한수진(GS칼텍스)
오세연과 마찬가지로 소속팀 성적에 따라 상대적으로 더 많은 수비를 해야하고 리시브에도 가담해야하는 상황이지만 한수진은 이런 시기를 잘 넘기고 있다. 고교 시절 리베로 뿐 아니라 세터, 아웃사이드 히터 그리고 상황에 따라 아포짓으로도 뛴 멀티 포지션 재능이 여전한 가운데 현재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자리에서도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베테랑인 임명옥(한국도로공사)과 김연견(현대건설) 뒤를 이을 재목으로 지난 시즌까지 GS칼텍스에서 한솥밥을 먹은 한다혜(페퍼저축은행)와 함께 앞으로 한국 여자배구를 대표하는 리베로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보미 기자>
세터 염혜선(정관장)
정관장이 8연승 신바람을 내며 전반기를 마쳤다. 2009년 이후 무려 15년 만의 8연승이다. 구단 최다 연승 타이 기록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염혜선의 노련미가 돋보인 전반기였다.
아웃사이드 히터 김연경(흥국생명)-부키리치(정관장)
공격과 수비에서 균형을 이루며 팀 내 공헌도가 높은 두 선수다. 김연경은 공격 1위(성공률 47.02%), 득점 6위(338점), 리시브 2위(효율 44.29%)에 이름을 올렸다. 부키치리도 공격 3위(성공률 42.24%), 득점 4위(397점), 리시브 7위(효율 34.48%)를 차지하며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아포짓 빅토리아(IBK기업은행)
아포짓 자원 중에서는 가장 돋보였다. 전반기 18경기 67세트를 치르면서 455점을 올리며 득점 1위를 차지했다. 미들블로커 출신인 빅토리아는 강력한 한 방을 드러내며 해결사 면모를 드러냈다. 승부욕도 강하다. IBK기업은행 공격 선봉에 선 빅토리아의 행보가 주목된다.
미들블로커 이다현(현대건설)-장위(페퍼저축은행)
현대건설 미들블로커 이다현이 다시 날아올랐다. 전반기에 블로킹 1위, 속공 1위, 이동공격 1위를 차지하며 맹활약했다. 페퍼저축은행의 아시아쿼터 선수인 197cm 미들블로커 장위의 존재감도 눈에 띄었다. 팀의 든든한 방패이자 창이다.
리베로 한다혜(페퍼저축은행)
프로 12년차 한다혜가 프로 무대에서 첫 이적 후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흥국생명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도 한다혜 영입으로 인한 리시브 안정을 인정했다.
<김희수 기자>
세터 김다인(현대건설)
저점이 가장 높은, 안정감이 돋보이는 세터라고 생각한다.
아웃사이드 히터 김연경(흥국생명)-부키리치(정관장)
여전히 완전체인 김연경, 높이-서브-공격력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는 부키리치다.
아포짓 빅토리아(IBK기업은행)
전체적으로 공격력이 그리 좋지 않은 IBK기업은행을 이끄는 독보적 1옵션이다.
미들블로커 이다현(현대건설)-장위(페퍼저축은행)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고 있는 이다현의 압도적인 활약이 돋보인다. 페퍼저축은행 사이드 아웃-브레이크 전략의 핵심은 언제나 장위의 전위 상황이다.
리베로 한다혜(페퍼저축은행)
안정적인 리시브와 반격 상황에서의 침착함으로 팀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린 ‘이적생’ 한다혜다.
<송현일 기자>
세터 염혜선(정관장)
남녀부를 통틀어 개인적으로 가장 고르기 어려웠던 자리다. 염혜선이냐, 김다인(현대건설)이냐의 난제였다. 끝내 염혜선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이번 시즌 유독 날카로운 서브 감각 때문이다. 세트당 0.313개로 이 부문 전체 6위, 세터로 한정하면 1위다. 1번 자리에 들어선 세터가 위력적인 서브를 구사할 수 있을 때 팀이 얻는 효과는 ‘말해 뭐해’다. 정관장이 구단 최다 연승 타이기록(8연승)을 질주하고 있는 비결, 염혜선의 기여도를 빼놓을 수 없다,
아웃사이드 히터 김연경(흥국생명)-부키리치(정관장)
그야말로 ‘아직도 김연경’이다. 37세 나이로 이번 시즌 1, 2라운드 MVP를 휩쓸었다. 공수에서 조금도 빈틈을 찾아볼 수 없다. 전반기 공격 종합 1위, 리시브 2위다. 그런가 하면 부키리치는 예상치 못한 리시브 능력으로 모두를 놀라게 하고 있다. 아마 자신도 놀랐을 것이다. 이 부문 7위에 올라 있다. 공격은 이미 검증된 선수였다. 득점 4위, 공격 종합 3위, 서브 4위다. 기록만 놓고 보면 공수 겸장이 따로 없다. 시즌 시작 전만 해도 부키리치와 메가의 공존이 어려울 것이란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보란 듯 정반대 평가가 잇따르는 중이다.
아포짓 빅토리아(IBK기업은행)
조심스럽지만, 스윙 폼이나 여러 부분에서 완성된 선수라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아직 발전해야 할 요소가 많다고 본다. 하지만 이렇든 저렇든 간에 공격수는 결국 득점으로 말하는 것이다. 455점으로 이 부문 압도적 1위다. 수다쟁이 빅토리아가 후반기에도 이 정도 입담을 뽐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
미들블로커 이다현-양효진(이상 현대건설)
차세대 스타와 살아있는 전설의 만남이다. 이다현은 전반기 블로킹 1위, 속공 1위, 이동공격 1위를 모두 휩쓸었고, 양효진은 속공 2위, 블로킹 5위를 마크했다. 가끔 이들이 한 팀에서 뛰는 것이 ‘생태계 파괴’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현대건설을 마주하는 상대로선 골을 앓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이다현과 양효진은 각각 2001년생, 1989년생으로 모두 뱀띠다. 그리고 2025년은 푸른 뱀의 해다. 띠동갑 뱀띠 미들블로커들의 후반기 레이스가 기대된다.
리베로 한수진(GS칼텍스)
최하위로 처져 있는 팀 사정상 한수진은 다른 팀 리베로보다 비교적 많은 서브를 견뎌야 하는 수밖에 없다. 전반기 동안 한수진은 이런 어려움을 훌륭하게 극복했다. 356개 서브를 받아 그중 164개를 세터에게 정확하게 연결했는데, 효율로 따지면 40.17%였다. 이 부문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뿐 아니라 원래 강점이 있던 수비(1위)와 디그(3위)에서도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1999년생 늦깎이 유망주 한수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사진_KOV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