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가 규정의 빈틈을 이용해 음주운전 3회 전력의 박정태 전 코치를 2군 감독으로 선임하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난감해하고 있다. 향후 조치를 고민 중이다.
SSG는 지난 12월31일 박정태 전 롯데코치를 2군 감독으로 선임 발표했다. ‘전 코치’지만 2012년을 끝으로 현장을 떠나 공백기가 10년을 넘고, SSG가 최근 ‘구단주 보좌 겸 육성 총괄’로 선임한 추신수의 외삼촌인데다, 2019년 음주 추태로 지도자 복귀는 불가능해 보였던 인물을 택하자 큰 파문이 일었다.
SSG는 “선임 작업은 대표이사와 단장이 했으며 추신수는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젊은 선수들의 반복된 음주운전 적발 사태로 리그 분위기가 엄중한 시기에 해당 전력 있는 인물을 2군 감독으로 택해놓고 추신수와 혈연 관계로 선임했다는 의혹을 해명하는 데만 열중했다.
박정태는 2019년 1월 만취 상태에서 도로에 주차한 채로 대리운전기사를 기다리다 시내버스 기사와 시비 끝에 버스로 올라탔고, 버스 기사가 차량을 출발하자 운전대를 잡고 방해하는 위험한 행위로 입건됐다. 이로 인해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 과정에서 2차례 더 음주운전 적발됐던 사실이 드러났다. KBO의 ‘삼진아웃’에 해당된다. 당시 3차례 음주운전 중 한 번은 현역 코치 시절, 2019년 사건을 포함한 두 번은 코치직에서 물러난 뒤다. 모두 KBO가 음주운전 제재 규정을 강화하기 전이다.
KBO는 2022년 6월3일 음주운전 행위에 대한 제재 규정을 개정 발표했다. 적발시 혈중알콜농도 기준으로 면허정지는 70경기 출장정지, 면허취소는 1년 실격, 2회 적발시 5년 실격, 3회 적발시 영구 실격이다. 그해 3월 키움이 강정호를 복귀시키려 시도하자 갓 취임했던 허구연 KBO 총재의 강력한 의지로 이를 막아낸 뒤 일종의 ‘강정호룰’을 만든 것이다.
강정호는 앞서 미국 피츠버그 소속이던 2016년 12월 서울에서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내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KBO리그 키움 소속이던 2009년과 2011년에도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벌금형을 받았으나 숨겨온 사실이 드러났다. 2020년 국내 복귀를 시도했지만 실패한 강정호에게 KBO는 2016년 사고 관련 1년 실격과 봉사활동 300시간 징계를 가했다. 강정호가 징계를 소화하겠다며 2022년 다시 복귀를 시도했으나 허구연 총재는 승인하지 않았다. 이후 음주운전 제재 규정을 강화했다. 음주운전에 있어 허구연 총재의 KBO는 매우 단호한 입장을 취해왔다.
박정태의 경우, 현재 KBO 규정을 적용하면 영구실격 대상이다. 그러나 3번의 적발 사례가 전부 KBO 규정 개정 전이다. KBO는 규정 개정 발표 당시 ‘음주운전 횟수의 경우 KBO가 음주운전 횟수별 가중 제재 규정을 처음 신설한 2018년 9월11일 이후부터 산정한다. KBO리그 관계자로서 2018년 9월11일 이후 음주운전 행위를 한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해당 시기에 KBO리그 관계자의 지위에서 음주운전으로 형사처벌을 받았으나 KBO에 신고하지 않은 경우 역시 횟수에 포함한다’고 했다. 이에 따르면 박정태가 적발된 3건 중 버스기사와 시비를 벌인 2019년 건이 시기상으로 해당되지만 당시 KBO 소속 신분이 아니라 이 역시 소급 적용해 KBO가 징계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SSG 구단은 박정태 신임 퓨처스 감독을 선임한 뒤 3차례 음주운전 적발 사실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KBO가 음주운전 제재를 강화한 취지는 분명하다. 사회적으로 무거워진 음주운전 행위에 대한 심각성을 모두가 인지하고, 프로야구 구성원으로서 책임감 있게 행동하자는 취지다. SSG 구단은 KBO리그 구성원이다. 이같은 취지를 분명히 인지하고 결정 당시에도 동의했으나 3차례나 음주운전 적발됐던 인물을 아무렇지 않게 2군 사령탑으로 굳이 선임했다. 선임 과정에서 KBO에 관련 내용을 문의하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징계를 소급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리그 내 정서를 무시하고 문제적 인사를 강행해 연초부터 리그를 흔들고 있다.
KBO도 황당해 한다.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특정 건만 규정을 소급적용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구단이 이처럼 상식 밖의 행위를 할 것을 예상하기는 어려우니 이런 경우를 제재할 규정도 만들어놓지 않았다.
KBO 관계자는 SSG의 행위에 대해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판단은 한다”며 “규정을 소급 적용하는 게 맞느냐는 데 대한 고민이 있다. 적용이 어렵다면 정식 등록 신청이 들어오는 시점에 고민할 부분도 있다고 본다. 또한 추후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 관련 부분 규정은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각 구단은 31일까지 2025년 선수단 명단을 KBO에 등록해야 한다. 아직 박정태가 SSG 퓨처스 감독으로 정식 등록되지 않은 상태라 현재는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는 것이 KBO 입장이다. 등록 신고 이후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에 대해 KBO는 미리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규정 소급적용이 원천적으로 불가하다면 등록 자체를 불허하는 극단의 조치는 어려워 보인다.
허구연 KBO 총재는 3년 전 취임하면서 승부조작, 성범죄, 약물복용과 함께 맨앞에 음주운전을 앞세우고 “절대 해서는 안될 4가지”라고 못박았다. 총재 취임후 첫 행보가 바로 이 ‘4불(不) 금지 정책’이었다. 특히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모든 선수들과 구성원들에게 공통적으로 엄격한 시선을 유지해왔다. SSG는 이를 비웃듯 3차례나 음주운전이 적발된 사실을 알고도 박정태를 2군 감독으로 선임했다. 리그의 비전과 신뢰를 깬 데 대한 KBO 총재의 강력한 메시지가 필요하다.
15시간 전 수정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