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이 위기의 순간 베테랑 아웃사이드 히터 전광인의 활약에 마지막에 웃었다.
현대캐피탈은 11일 오후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3라운드 삼성화재전에서 3-2(25-18, 18-25, 23-25, 25-21, 15-9) 진땀승을 거뒀다.
이날 현대캐피탈 허수봉은 블로킹 4개를 포함해 23점을 터뜨렸다.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즈(등록명 레오)도 21점을 터뜨렸고, 미들블로커 정태준이 블로킹 7개를 성공시키며 14점을 올렸다. 최민호도 13점을 기록했다. 프로 4년차 정태준은 개인 한 경기 최다 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종전 기록은 7점이었다.
물론 현대캐피탈은 5세트를 치르면서 범실 32개를 기록했다. 상대가 기록한 19개보다 많았다. 그럼에도 블로킹에서 19-8로 우위를 점하며 흐름을 뒤집을 수 있었다.
위기도 있었다. 세트 스코어 1-2로 끌려가며 고전했다. 상대 서브에 흔들렸고, 좀처럼 랠리 매듭을 짓지 못한 것. 결국 현대캐피탈은 전광인 카드를 꺼내 들었고, 이는 적중했다.
선발 멤버는 아포짓 덩신펑(등록명 신펑), 아웃사이드 히터 레오와 허수봉이었다. 4세트 시작부터 전광인을 투입하면서 허수봉을 아포짓 자리에 배치했다. 리시브 안정과 동시에 공격력을 끌어 올리겠다는 심산이었다.
경기 후 현대캐피탈 필립 블랑 감독도 “신펑 쪽에서 해결이 안 됐고, 레오 리시브도 불안정하다보니 허수봉을 아포짓으로 돌렸다. 리시브도 함께 했다. 전광인의 경험을 기대했는데 잘 됐다. 삼성화재 사이드 아웃이 잘 돌아가면서 다른 해결책이 필요했기 때문에 전광인을 투입하게 됐다. 블로킹 19개도 좋았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어 “전광인이 코트에 들어왔을 때 그리고 신펑이 들어왔을 때 시스템을 달리 가져가고 있다. 신펑이 서브나 블로킹에서 좋다. 전광인이 들어가면 다른 시스템을 가져간다”며 “시즌 시작부터 허수봉이 아포짓, 아웃사이드 히터로 잘 해줄 것을 확인했고, 그래서 이 시스템을 가져가려고 했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최근 현대캐피탈은 세터 황승빈을 선발로 기용 중이지만, 교체로 이준협을 투입해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도 했다. 이날 이준협은 웜업존만 지키고 있었다. 이에 “허리 통증이 있어서 오늘 경기 전에는 공격 토스까지만 했고, 경기에는 쓰려고 하지 않았다. 보호해줘야 했다. 또 3일 뒤 경기가 있기 때문에 기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급 소방수’로 활약한 전광인은 이날 서브 1개를 포함해 6점을 기록했다. 전광인은 “힘겹게라도 이겼다. 잘 이겨냈다고 생각한다”며 “사실 긴장이 됐다. 최근에 못 들어간 경기가 있었다. 오랜만에 들어갔는데 긴장이 되더라. 의욕적으로 하는 것보다 마음 편하게 하려고 했다”며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선발 멤버에서는 제외되고 있지만 팀 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전광인이다. 그는 “사실 내가 안 들어가는 것이 팀에는 가장 좋다. 그만큼 잘 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안 들어갔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한 편으로는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선수라면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며 솔직하게 말했다.
신구조화를 통해 단단해진 현대캐피탈이다. 이날 승리로 11승2패(승점 31)로 선두 자리도 지켰다. 2위 대한항공(9승4패, 승점 28)과 승점 차를 벌리는 데 성공했다.
베테랑 전광인이 있어 든든한 현대캐피탈이다.
사진_KOV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