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 현대건설의 3라운드 경기. 1, 2세트를 내준 GS칼텍스는 3세트 중반까지 현대건설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한 포인트’ 이후 주도권을 빼앗기며 결국 셧아웃(0-3) 완패를 당했다.
GS칼텍스 권민지는 3세트 16-15로 앞선 상황에서 상대 블로커의 손 위로 공을 넘기는 공격을 시도했다. 현대건설 양효진이 블로킹 착지 과정에서 손을 뻗어 공을 건드렸고,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의 디그, 이다현의 토스로 이어진 뒤 정지윤이 오픈 공격으로 득점을 기록했다.
GS칼텍스 벤치는 즉시 포히트 반칙에 대한 비디오판독을 요청했다. 양효진의 첫 터치가 블로킹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이 경우 현대건설은 상대 코트로 공을 넘길 때까지 양효진-모마-이다현-정지윤 등 네 명의 선수가 공을 만진 게 된다. 그러나 심판은 GS칼텍스 측 비디오판독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독 요청 버저를 누른 ‘타이밍’이 늦었다는 것이다.
프로배구는 올시즌 ‘중간 랠리 비디오판독’을 새로 도입했다. 지난 시즌까지 모든 반칙에 대한 판독 요청은 랠리 종료 후 이뤄졌다. 이번 시즌부턴 중간 랠리 판독과 랠리 종료 후 판독으로 구분됐다. 그러면서 포히트 등 랠리 도중 발생하는 문제의 경우 중간 랠리 판독만 적용한다는 기준이 생겼다.
이영택 GS칼텍스 감독은 판독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거센 항의를 이어갔다. 포히트 반칙의 경우 중간 랠리 판독 요청을 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 네 번의 터치가 이뤄지는 순간 버저를 눌러야 하는데, 문제가 된 상황을 보면 정지윤의 공격과 심판의 득점 인정까지 걸린 시간이 굉장히 짧다.
이 감독은 경기 후 “정지윤이 터치한 상황을 포히트로 봐서 버저를 눌렀다. 이미 볼 데드가 된 상황이라 판독 요청을 받아줄 수 없다고 하더라”라며 “그럼 어느 타이밍에 버저를 눌러 요청해야 하느냐 물었지만, 포히트는 중간 랠리로 보기로 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공이 날아가는 순간이 찰나인데 제가 버저를 들고 있어도 그 타이밍엔 못 누를 것 같다”며 “물론 요청이 받아들여져 판독했어도 포히트가 아닐 수도 있고, 점수를 땄어도 경기에서 이겼을 거란 생각은 없지만, 이런 상황에선 판독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심판진에 질의를 이어간 이 감독은 “무슨 말인지 알지만, 안타깝다고 하더라. 사후 판독을 하겠다는데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며 “이런 상황을 겪은 선수, 코치, 팬들이 제일 안타깝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최재효 한국배구연맹(KOVO) 심판위원장은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주심의 시그널(득점 인정 등)이 끝나기 전에 버저가 울리면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현장에선 시그널이 끝나고 버저가 울렸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중간 랠리와 최종 랠리를 구분하는 게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이 기준을 잡으려고 고심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 당시 상황을 정확히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