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대 대한축구협회(KFA) 회장 선거에 출마한 허정무 전 국가대표팀 감독(70)이 ‘협회장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허 전 감독은 지난달 31일 “‘KFA 회장 선거 진행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전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했다”고 밝혔다. ▲불투명한선거운영위원회 구성▲일정, 절차가 제대로 공고되지 않는 불공정 선거관리▲규정보다 21명 부족한 선거인단 구성 등을 가처분 신청의 이유로 들었다.
신문선 명지대 초빙교수(67)와 함께 ‘범야권’으로 분류되는 허 전 감독이 4연임에 도전하는 정몽규 현 회장(63)을 상대로 일종의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6일 가처분 공판에서이 신청이 인용되면 선거는 연기된다. 이 경우 판세에서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 정 회장이 불리해진다. 허 전 감독은 시간을 벌 수 있다.
8일 예정된 KFA 회장 선거는 사전 추첨에서 선발된 선거인단의 오프라인 직접투표로 치러지는데, 가장 문제시되는 부분은 투표 시기다. K리그 대부분의 팀이 해외전지훈련을 떠난 까닭에 지도자 및 선수들이 투표에 참여할 수 없다. 게다가 요즘은 아마추어팀들의 해외전훈도 흔하다. “현장 축구인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면 선거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 허 전 감독의 주장이다.
허 전 감독 선거캠프는 줄곧 부재자들을 위한 온라인 투표 실시를 요구해왔다.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도 “전지훈련 등으로 선거 당일 투표에 참여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한 사전투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KFA 선거운영위원회는 “온라인 투표는 비밀투표 보장이 어렵고, 국내 다른 종목 단체 및 국제축구연맹(FIFA) 등 주요 국제기구도 모두 오프라인 투표를 해왔다”며 사전투표 도입을 거부했다.
물론 의지가 있다면 사전투표는 불가능하지 않다. KFA 선거운영위원회가 온라인 투표를 원했다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시스템을 지원할 수 있었다. 허 전 감독 측은 “선관위에 문의해보니 온라인 투표는 본래 선거일 열흘 전까지 해야 하나, 5일 전에도 지원해줄 수 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허 전 감독 측은 KFA가 선거인단 명부 작성 일정은 공개하지 않은 채 선거인단 추첨을 진행해 규정(194명)보다 적은 173명을 구성하고 통보한 것도 문제 삼는다. “선거인단 추첨 후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추가로 요구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이들은 제외했다. 결국 특정 직군을 배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허 전 감독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지 않는 경우도 염두에 두고 선거 무효 본안 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