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든 싫든 변화가 불가피하다. 핵심은 리더십이다. 창단 30주년에 역대 최악의 시즌을 보낸 전북 현대는 가까스로 K리그1 잔류에 성공했으나, 결코 웃을 수 없는 처지다.
김두현 감독이 이끄는 전북은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2024’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 홈경기에서 K리그2 서울 이랜드를 2-1로 꺾고 2승(1·2차전 합계 스코어 4-2)으로 잔류 목표를 이뤘다.
이날 전주성에는 K리그1에 살아남았다는 안도의 한숨만 있었다. 선수들에게 응원가를 불러주며 박수로 격려한 홈팬들은 코칭스태프가 인사하자 ‘김두현 나가’ 등 거센 야유로 감독 사퇴를 요구했다.
어두운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김 감독은 향후 거취를 묻자 “당장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도 “(기회가 주어지면) 더 나은 팀을 만들 자신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내년 12월까지인 계약기간을 채우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여론은 좋지 않다. 항상 정상을 다툰 최다우승(9회)팀이 정규리그를 10위로 마치고, 승강 PO까지 거쳤다는 사실만으로도 5월 시작된 ‘김두현 체제’는 참담한 실패다. 동계훈련은 없었으나 A매치 및 올스타 휴식기 등으로 8주의 재정비 시간이 주어졌다. 또 여름이적시장에서도 엄청난 지원을 받았다. 지난해 200억 원대였던 선수단 몸값은 올해 더 뛰어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전략과 전술은 엉성했고, 어렵사리 데려온 선수들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다. 또 불화설이 끊이질 않았던 만큼 선수단 장악력 또한 합격점을 줄 수 없다. 완성된 선수들이 즐비한 전북은 ‘매니저형 리더’가 필요하나,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았는지 의문이다. 김 감독은 지난해 전북에서 짧게 감독대행을 경험했을 뿐, 정식 사령탑은 처음이다.
승강 PO 2차전 직후 구단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다시는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전북은 딜레마에 빠졌다. 과정은 험난했으나 최대 과제인 잔류를 이룬 데다 최근 잦은 사령탑 교체로 혼란을 반복해온 상황에서 김 감독과 이별을 택할 명분이 크지 않지만, 계속 함께해야 할 명분 또한 크지 않다.
현시점에선 김 감독의 유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훨씬 큰 게 사실이다. 격앙된 여론을 설득하는 작업은 필수다. 우선 전북은 시즌 전체를 되돌아보는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코칭스태프 리더십을 포함한 종합적 판단이 내려진다. 다만 긴 시즌을 보낸 터라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내년 1월 2일부터 태국 전지훈련을 떠나기에 최대한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