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2025시즌 키워드는 ‘불펜’이다.
불안정한 불펜은 지난 시즌 LG가 뒷심을 발휘하지 못한 큰 이유 중 하나다. LG는 2023년까지 리그의 ‘최강 불펜’으로 군림했다. 구원 평균자책은 2021년 3.28, 2022년 2.89, 2023년 3.43이었다. 단단한 구원 전력을 기반으로 2023년 챔피언 트로피까지 들어 올렸다.
지난해는 달랐다. 구원 평균자책이 5.25로 리그에서 5번째로 높았다. 필승조의 핵심으로 활약했던 고우석이 미국으로 떠났고 백승현과 정우영 등이 충분히 이닝을 막지 못한 채 고전했다. 포스트시즌에는 선발 자원인 손주영과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를 불펜으로 빼서 이닝을 막아야 했을 정도다.
염경엽 LG 감독은 지난 시즌을 겪으며 불펜 강화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는 지난 8일 신년 기자회견 서두에서 “LG의 향후 3년을 위해서는 중간 투수의 성장이 꼭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시즌 종료 후 LG는 공격적으로 불펜 전력 강화에 나섰다. 잠실 라이벌인 두산에서 17년간 공을 던진 김강률을 영입하고 NC에서 방출돼 무소속으로 훈련 중이던 심창민과도 계약했다. 마무리 투수로는 홀드왕 출신 장현식을 KIA에서 데려왔다.
외부 영입만큼 중요한 건 내부 보강이다. 올해 3년 차가 된 박명근은 지난해 부상으로 슬럼프를 겪었다. 2023년 커리어 하이를 찍은 백승현은 2024년 평균자책이 9.11까지 치솟았다. 염 감독은 2023년 우승의 주역이었던 이들이 올해 다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거라고 믿고 있다. 염 감독은 “박명근과 백승현은 작년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것을 자양분 삼아 올해는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염 감독은 아직 1군 등판 경험이 없는 유망주 허용주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허용주는 고등학교 시절 시속 152km의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로 유명했으나 2022년 드래프트에서 LG의 지명을 받은 직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과 뼛조각 제거 수술을 동시에 받으며 데뷔 시즌을 재활에 쏟았다. 염 감독은 “허용주도 이번 시즌에 성장하면 좋겠다”라며 “허용주 같은 선수들이 올해 기회를 받으면서 내년 핵심 전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염 감독은 김강률, 장현식, 김진성 등의 베테랑 선수들을 중심으로 불펜을 운영하는 한편 박명근과 백승현의 성장을 지켜볼 예정이다. 중책을 맡은 김강률은 “최소 50경기 이상 나간다는 마음가짐으로 비시즌 운동을 했다. 작년보다 더 많은 경기를 나갈 수 있다”라며 “제가 LG 유니폼을 입게 된 이유를 잘 알고 있어서 팀의 바람대로 잘 준비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