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류현진(38·한화)은 오랜 기간 한화의 간판이자, 자랑이자, 자부심이었다. 2006년 KBO리그에 데뷔한 류현진은 신인 시즌부터 리그를 평정하며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 투수로 우뚝 섰다. 2013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에도 한화에 대한 애정을 수차례 드러냈고, "현역의 마지막은 반드시 한화에서 한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난해 전격 컴백했다.
그런 류현진도 올해부터는 새로운 환경에서 뛴다. 오랜 기간 홈으로 써왔던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 한밭야구장을 뒤로 하고 바로 옆에 지어진 새 구장으로 이사한다. 누가 이 새 경기장의 역사적인 첫 경기 선발로 나올지도 흥미로운 가운데 류현진도 그 후보로 뽑힌다. 기량은 물론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한화와 8년 계약을 한 류현진도 영원할 수는 없다. 이제 마흔을 향해 가는 류현진의 현재 기량도 사실 전성기만한 것은 아니고, 앞으로 그 역동성도 점차 사라질 것이다. 한화도 류현진이 영원하지 않은 만큼 새로운 구장 시대를 이끌어나갈 구단의 차세대 주역들을 키워야 한다. 오랜 기간 리빌딩을 해왔고, 때로는 제대로 되지 않으며 아쉬움과 실패의 경험을 모두 남긴 한화는 신구장 개장을 앞두고 육성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한화 이글스는 "육성팀과 데이터사이언스팀 신설을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고 14일 공식 발표하면서 "박종태 대표이사 부임 이후 진행된 첫 조직개편으로, 육성 강화와 데이터 역량 강화를 통해 명문 구단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고 전체적인 배경을 설명했다.
육성팀이 신설된다. 한화는 "한화이글스는 육성팀(이제명 팀장) 신설로 선수들의 자주성 향상을 통한 선수 육성 전략을 수립해 적극적 평가 및 유망주 별 세부 관리 강화 계획을 시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하면서 "한화이글스는 쓰루오카 퓨처스 배터리코치를 영입해 퓨처스팀에 선진 코칭시스템을 접목하는 등 육성 강화를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해 온 바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한화는 "또 코치진이 선수 별 육성 로드맵을 통해 구단의 방향성에 맞는 적극적 코칭을 진행할 수 있도록 코치 성과에 대한 평가 시스템도 운영한다"고 덧붙였다.
한화는 "이와 함께 기존 전략팀이 담당하던 데이터 분석 분야를 데이터사이언스팀으로 세분화했다"면서 "손차훈 전력강화 코티네이터가 팀장을 겸직하게 된 데이터사이언스팀은 1군 데이터분석 파트(전정우 파트장)와 퓨처스 데이터랩 파트(박기태 파트장), 전력분석 파트(김승리 파트장)로 나뉜다"고 조직 구도를 설명했다.
한화는 "특히 퓨처스 데이터랩 파트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선수 유형별 육성을 위해 육성팀과 협업하게 된다"면서 "데이터사이언스팀은 데이터 분야 외에도 클럽하우스 내 헬스케어 센터를 구축, 첨단 장비를 통한 경기력 분석, 측정, 컨디셔닝, 회복 등 선수 퍼포먼스 극대화도 담당하게 된다"고 부서의 과업을 설명했다.
박종태 한화이글스 대표이사는 "창단 40주년인 2025년은 BI교체와 신구장 시대를 여는 등 새로운 모습으로 명문구단으로 발돋움하는 초석을 반드시 다져야 하는 해"라며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얻어질 결실이 승리로 이어져 팬 여러분에게 더 큰 즐거움을 드릴 수 있도록 구성원 모두가 합심해야 할 것"이라고 의의를 밝혔다.
실제 한화는 성적도 중요하지만 육성도 굉장히 중요한 팀이다. 지금은 목표가 다소 전자로 치우쳐 있으나 당장 4~5년 뒤만 생각해도 후자가 팀의 지속성과 폭발력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한화는 근래 들어 류현진을 비롯, 채은성 이태양 안치홍을 외부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영입했고, 신구장 개장으로 기대치가 정점을 찌르고 있는 올 시즌을 앞두고는 유격수 심우준과 선발 자원인 엄상백까지 영입하며 시장에 대대적인 돈을 풀었다. 반드시 성적을 내겠다는 의지로 즉시 전력감을 끌어 모았다. 하지만 이들 중 대다수는 30대 선수들이고, 4~5년 뒤 팀의 주축으로 남아 있을지 장담할 선수는 별로 없다. 결국 이들이 버틸 때 육성을 서둘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위권으로 도약한다고 해도 현재 주축 선수들이 하나둘씩 사라진 뒤 팀이 또 하위권에서 오랜 기간 맴돌 수 있다.
특히 최근 저조한 성적으로 신인드래프트에서 상위 지명권을 원 없이 행사해 본 팀도 한화다. 그 과정에서 문동주 김서현을 필두로 한 여러 유망주들이 모여 있다. 지명 순번만 보면 한화 유망주들 만큼 화려한 모임이 별로 없다. 다만 이들의 성장이 아주 원활하지는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때는 미국에서 육성 전문가로 불렸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까지 영입했지만 아주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던 기억도 있다. 올해 창단 40주년을 맞이하는 한화가 이번 조직 개편으로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저작권자 Copyright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