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NC 다이노스는 지난 시즌, 삼성 라이온즈의 뒤를 잇는 ‘홈런 군단’이었다. 팀 홈런 1위(185개)의 삼성에 이어 2위(172개)를 기록했다. 홈런왕 맷 데이비슨이 46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고 김형준, 김성욱(이상 17개), 박건우, 권희동(이상 13개), 서호철(10개) 등 7명이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냈다. 삼성보다 두 자릿수 홈런을 친 선수가 많았다(6명). SSG 랜더스와 같은 7명의 선수가 10홈런 고지를 밟았다. 그 뒤를 김주원(9개), 박민우(8개) 등이 뒤를 이었다.
골고루 홈런을 때려냈고 서호철이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 타자로 등극했다. 또 부상으로 풀타임을 치르지 못한 박건우 손아섭 등의 존재를 감안하면 두 자릿수 홈런 타자는 더 늘어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일단 확실한 거포 데이비슨이 버티고 있기에 홈런 갈증과는 거리가 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미래를 생각하면 거포 자원이 부족한 것은 또 부정할 수 없다. 포수 거포 김형준은 17개의 홈런을 쳤지만 타율이 1할9푼5리에 불과했다. 공갈포 성격이 짙었다. 17홈런 김성욱의 타율도 2할4리였다. 무엇보다 두 자릿수 홈런 타자들 가운데 서호철과 김형준을 제외하고는 모두 30대 이상의 베테랑들이다. 거포 육성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젊은 거포 자원에 대한 갈증이 있는 편이다.현역 시절 통산 337홈런에 NC에서만 95홈런을 기록한 거포 출신, 이호준 감독은 취임하면서 “나는 빅볼을 너무 선호하고 가능하면 1번부터 9번까지 사인 한 번도 안 내고 경기하고 싶다. 홈런이 가장 쉽게 점수 내는 방법 아닌가”라면서 “삼성처럼 홈런 치는 팀이 무섭다. 홈런이 많이 나와야 재미도 있다. 선취점을 내야하고, 접전에서는 작전을 쓸 수도 있지만 그 전에는 화끈한 야구를 하려고 한다. 어릴 때부터 갖고 있던 생각이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거포 잠재력이 있는 선수들이 눈에 띄기는 한다. 퓨처스리그 기록, 마무리캠프에서의 과정을 지켜본 결과, 창원-미국 애리조나-대만 타이난으로 이어지는 40일 간의 스프링캠프 여정 동안 거포 잠재력을 만개 시킬 복안이다. 이 감독은 지난 3월 신년회 자리에서 한재환(24) 김범준(25) 송승환(25)의 이름을 차례대로 언급하면서 “이들은 오전 단체 수비 훈련 시간을 제외하면 오전 오후 야간 모두 방망이만 칠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하며 “대한민국에서 타율 1~3등까지, 최고의 선수가 3명이나 있지 않나. 여기에 뒤를 받쳐줄 한 방 칠 수 있는 타자들이 조금 부족하다. 캠프에서는 이들 3명 중 한 명이라도 건져오자는 생각이다”라고 밝혔다.거포 내야 유망주 한재환은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4연타석 홈런이라는 진기록을 작성했다. 지난해 8월 30일 고양 히어로즈와의 경기 4번 3루수로 나와서 4안타석 홈런을 기록했다. 2010년 이후 기준으로, 2018년 이성규에 이은 역대 두 번째 기록이었다. 개성고를 졸업하고 2020년 2차 8라운드로 지명된 한재환은 지난해 퓨처스리그 90경기 타율 2할6푼4리(311타수 82안타) 15홈런 48타점 OPS .780의 성적을 남겼다. 퓨처스리그 홈런 공동 2위였다.
2019년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 출신의 김범준도 지난해 퓨처스리그 타율 2할7푼98리(295타수 82안타) 13홈런 59타점 OPS .848의 성적을 남겼다. 퓨처스리그 전체 홈런 공동 5위였다. 홈런 뿐만 아니라 선구안도 괜찮았다. 출루율 3할9푼7리로 퓨처스 전체 4위에 오를 정도였다. 2019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로 두산 베어스에 지명된 송승환, 2023년 11월에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NC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1군 3경기 밖에 나서지 않았지만 퓨처스리그에서 52경기 타율 2할6푼(150타수 39안타) 2홈런 17타점 OPS .687의 성적을 남겼다. 당장 지난해 성과는 부족했지만 두산 시절부터 거포 유망주로 불리며 기대를 모았다. ‘국민타자’ 이승엽 두산 감독도 송승환의 파워 하나 만큼은 인정했다. 이호준 감독 역시도 송승환의 순수 파워를 눈여겨 보고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
당장 NC 구단의 홈런 순위를 보면 상위 10명 중 팀에 남은 선수들이 거의 없다. 구단 통산 홈런 1위는 나성범(현 KIA, 212개)이다. 그 뒤를 에릭 테임즈(124개), 박석민(106개), 양의지(현 두산, 103개), 권희동(101개)이 잇고 있다. 6위가 이호준 감독으로 95개를 기록했다. 7위부터는 모창민(85개) 김성욱(78개), 노진혁(현 롯데, 71개)이다. 권희동과 김성욱을 제외하고는 내부 육성 거포가 튀어나오지 않고 있다. 그나마 파워 잠재력이 있는 선수들인 김주원(34개)과 김형준(38개)은 아직 순위표 아래에 있다.
만약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이호준 감독이 언급한 한재환 김범준 송승환 3명 중 한두 명이라도 두각을 나타낸다면 이호준 감독이 원하는 ‘빅볼’ 야구, 그리고 벤치 대타 자원의 강화를 모두 꾀할 수 있다.과연 어떤 거포 자원이 이호준 감독의 눈도장을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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