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젠 부질없는 얘기이긴 하다. 그러나 궁금한 건 사실이다.
FA 하주석(31)이 8일 한화 이글스와 FA 1년 1억1000만원 계약을 맺었다. 비FA 단년계약자도 10억원을 넘어간 사례가 있는 걸 감안하면 하주석의 1년 1억1000만원 계약은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심지어 보장금액도 9000만원이다.
하주석은 올 시즌 64경기서 타율 0.292 1홈런 11타점 OPS 0.743을 기록했다. 2012년 1라운드 1순위로 입단한 초대형 유망주 출신 유격수. 통산 875경기서 타율 0.265 49홈런 339타점 OPS 0.690을 기록했다.
타격이 아주 좋은 선수는 아니다. 그러나 875경기서 범한 실책이 106개다. 주로 유격수로 살아왔는데 시즌 20개 이상의 실책을 범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최근 수비력도 예전만 못 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그래도 공격보다 수비가 좋은 선수인 건 분명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정도 대우를 받을 선수는 아니다.
한화는 하주석의 사인&트레이드까지 가능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실제로 하주석을 강하게 원한 구단은 없었다는 후문이다. 결국 하주석의 사실상 구단 백기투항 계약은 워크에식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주석은 2022년 6월16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서 8회말 2사 1루서 헛스윙 삼진을 당한 뒤 배트를 바닥에 강하게 내리쳐 송수근 구심으로부터 퇴장 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분을 삭이지 못한 하주석은 헬맷마저 강하게 패대기쳤다. 그 헬맷이 바운드 돼 웨스 클레멘츠 수석코치의 머리에 맞기도 했다. 결국 당시 KBO는 하주석에게 출장정지 10경기, 제재금 300만원, 유소년 야구 봉사활동 40시간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하주석은 2022년 11월19일 대전광역시 모처에서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혈중알코올농도 0.078%로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다. 결국 7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하주석은 공교롭게도 이후 2년간 하락세를 탔다. 그 여파로 2년간 89경기 출전에 그쳤다. 한화는 더 이상 하주석에게 기대지 않는다. 이도윤을 발굴했고, 이번 FA 시장에서 심우준을 4년 50억원에 영입했다. 하주석 없이 중앙내야를 꾸려갈 준비를 마쳤다.
한화가 하주석을 처음부터 강하게 원하지 않은 이유를 100% 워크에식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어쨌든 1년간 다시 한 배를 타기로 했으니 한화도 하주석을 보듬고 가야 한다. 그러나 그 영향이 없었다고 말한다면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야구단도 사람 사는 곳이고, KBO리그도 사람들이 이끌어간다. 하주석은 지난 2년간 별 다른 문제없이 한화에서 잘 지냈다. 그렇다고 과거의 흔적이 완전히 없어지진 않는다.
한화를 제외한 9개 구단은 대놓고 하주석이 ‘어떻다, 저렇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소속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실례다. 그러나 기량이 아주 탐날 정도로 빼어난 것도 아니고, 과거 안 좋은 이슈가 있었는데 굳이 무리수를 둘 이유가 있었을까.
SSG 랜더스가 음주운전 전력의 박정태 2군 감독을 선임하면서 일부 팬들에게 강하게 비판을 받는 것만 봐도, 현재 한국사회에서 통용되는 최고의 가치는 도덕성, 공정성, 투명성이다. 한국사회와 경제를 끌어올린 ‘1등 만능주의’ 찬양론은 많이 사라졌다.
하주석으로선 억울해도 어쩌랴. 그것이 본인의 역사인 것을. 별 다른 방법은 없다. 과거는 과거대로 반성하되, 올 한해 최선을 다해 야구를 잘 해서 1년 뒤 연봉협상에서 제대로 대우를 받으면 된다. 또 그러면 한화 팬들에게 박수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순간의 선택이 인생을 좌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