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내부 FA 하주석(31)과 동행을 이어간다. 사인&트레이드가 이뤄지지 않자 한화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고, 하주석도 줄다리기를 하지 않고 바로 도장을 찍었다.
한화는 8일 내야수 하주석과 1년 최대 1억1000만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보장 9000만원, 옵션 2000만원으로 총액 1억원을 조금 넘긴 단년 계약. 올 겨울 FA 계약을 한 선수 16명 중에서 기간이 가장 짧고, 총액은 제일 적다.
한화는 지난해 11월7일 외부 FA로 KT 주전 유격수 심우준을 4년 최대 50억원에 영입했다. 심우준 영입으로 하주석의 설자리가 사라졌다. FA를 신청한 하주석으로선 한화를 떠나 다른 팀으로 가는 게 베스트였다. 그러나 25인 보호선수 외 보상선수가 붙는 B등급 FA라 운신의 폭이 너무 좁았다.
한화도 사인&트레이드의 길을 열어주면서 하주석 측이 적절한 카드를 맞춰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생각보다 시장 반응이 미지근했다. 키움, 두산, 롯데 등 주전 유격수가 확실치 않은 팀들이 있었지만 하주석에게 큰 관심이 없었다. 카드를 맞춰볼 단계로도 나아가지 못했다.
결국 해를 넘겨 한화와 협상 테이블을 열고 계약 논의를 시작됐다. 냉정한 평가를 받아들인 하주석은 한화의 제시액에 고민하지 않고 도장을 찍었다. 1년 단년 계약에 총액 1억1000만원. 지난해 연봉 7000만원을 받았던 하주석인데 보장 금액은 그보다 2000만원 오른 수준이다.
헐값에 가까운 계약이지만 하주석은 한화와 동행에 의미를 뒀다. 그는 “계약이 완료돼 신구장에서 한화 이글스 팬 여러분과 다시 만날 수 있게 됐다. 겨울 내내 개인 운동으로 준빚를 잘해왔다. 책임감을 갖고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담담한 계약 소감을 전했다.
한화도 하주석의 마음을 헤아렸다. 한화 관계자는 “우리 팀에 계속 있었던 선수인데 계약이 돼 다행이다. 구단 제시액에 해준 것도 고맙게 생각한다”며 “선수 본인도 팀을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했다. 유격수로 내야 전 포지션을 할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뎁스 강화도 되고, 시즌 중 일어날 수 있는 변수에도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올해 한화의 주전 유격수는 FA로 영입한 심우준이 확정됐다. 부상이 있지 않는 이상 심우준이 고정 유격수로 시즌 내내 자리를 지킬 것이다. 하주석은 유격수 백업 자리를 두고 이도윤과 경쟁해야 한다.
하지만 타격, 특히 장타력에서 심우준과 이도윤에 비해 확실한 우위가 있기 때문에 장점을 살린다면 지명타자나 대타로 1군 한 자리를 노려볼 수 있다. 지난해 햄스트링 부상 여파 속에 수비가 흔들렸지만 64경기 타율 2할9푼2리(137타수 40안타) 1홈런 11타점 OPS .743으로 타격 생산력은 나름대로 준수했다.
유격수 자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심우주을 영입하고 하주석을 남기면서 이도윤까지 3명의 주전급 유격수를 확보한 한화는 오는 6월17일 상무에서 전역할 ‘퓨처스 홈런왕’ 박정현도 있다. 시즌 중 유격수 자리에 구멍이 나는 팀이 생기면 한화가 이들 중 한 명을 트레이드 카드로 쓰며 부족한 점을 채울 수있다. 하주석 개인적으로는 아쉬울 수 있어도 한화 팀 입장에선 나쁠 게 없는 계약이다. 하주석이 절치부심해서 반등하면 확실한 전력 상승이 될 수 있다.
한편 한화는 14년째 내부 FA 유출을 막았다. 어느 팀과도 계약하지 못한 2006년 차명주, 2011년 최영필과 이도형을 빼고 한화는 지금까지 33명의 내부 FA 중 31명과 재계약했다. 다른 팀에 빼앗긴 FA 선수는 2004년 이상목(롯데 이적), 2011년 이범호(KIA 이적) 2명밖에 없다.
이범호를 놓친 뒤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렸고, 이후에는 내부 FA 집토끼를 확실히 단속했다. 사인&트레이드 가능성이 점쳐지던 하주석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2년 한화에 입단한 하주석은 올해로 14년째 원클럽맨으로 커리어를 이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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