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페이스 중 절반이 좌완”···갈등하던 KIA가 테스형과 이별한 결정적 이유[스경x비하인드]

입력
2024.12.27 11:59


KIA가 3년 간 함께 했던 소크라테스 브리토(32)와 작별하기까지는 많은 고민이 있었다. 갈등의 단계에서 결정적으로 타 구단들의 외국인 투수 영입 상황이 큰 영향을 미쳤다.

KIA는 지난 26일 새 외국인 타자 패트릭 위즈덤을 영입했다. 메이저리그에서 2021~2023년까지 3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쳤고 올해도 시카고 컵스 빅리그에서 출전 경기 수는 적었지만 8홈런을 친 장타자다. KIA는 타율 3할 능력을 갖추고 발도 느리지 않은 외야수로 지난 10년 간 외국인 타자를 영입해 모두 성공을 거뒀다. 위즈덤의 입단으로 작별하게 된 소크라테스도 마찬가지다.

소크라테스는 2022년 KIA 입단 뒤 3년 동안 통산 타율 0.302 63홈런 270타점 266득점 40도루를 기록했다. 3년 간 평균 출루율은 0.352, 장타율은 0.491이다. 올해 기록은 타율 0.310 26홈런 97타점 92득점으로 3년 중에서도 가장 좋았다. 우승까지 한 터라 기록 좋은 외국인 타자 교체는 드문 경우지만, 장타력에 갈증이 있었던 KIA는 고민했다. 거포 유형의 타자 영입은 ‘모 아니면 도’의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위험 부담이 크다. 요즘 시대에 미국 시장에서 괜찮은 거포를 영입하기도 매우 어렵다. 무엇보다 소크라테스 자체가 포기하기에는 아까운 선수이기에 KIA는 외인 타자 교체를 염두에 두면서도 고민이 많았다.

KIA가 외인 타자 결정을 맨뒤로 미뤄둔 사이 타 구단들은 속속 외인 선수 구성을 마무리했다. ‘뉴페이스’ 중에서는 좌완 투수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두산의 콜 어빈, 키움의 케니 로젠버그, 롯데의 터커 데이비슨, NC 로건 앨런이 모두 좌완이다. 두산이 메디컬테스트 결과 계약을 해지한 우완 토마스 해치 대신 최근 영입한 투수 잭 로그도 좌완이다.



소크라테스는 좌완 변화구 대처에 약점을 갖고 있다. 올해 타율이 .310이지만 좌완 상대 타율은 0.289다. 3년 간 좌완 상대 타율은 0.259로 우완 상대 타율(0.319)과 큰 차이가 있다.

이범호 KIA 감독은 올해 시즌 초반에도 소크라테스가 교체 위기에 있을 때 그만한 타자를 찾기도 어렵다는 점을 들어 잔류에 무게를 뒀고, 교체를 검토하던 구단도 결국 소크라테스와 끝까지 갔다. 소크라테스는 3년 중 최고의 기록으로 우승까지 힘을 보탰다.

그러나 소크라테스가 해마다 시즌 초반에는 바닥부터 올라가는 극단적인 슬로우스타터라는 점에서 고민하던 무렵, 타 구단이 줄줄이 좌완을 영입한 상황이 현장의 결정에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범호 감독은 “소크라테스가 가장 약한 유형이 변화구를 잘 던지는 좌완인데, 리그 외인 투수 중 좌완이 너무 많아졌다. 새 우완들은 또 다 153㎞ 이상 강속구 투수들이다. 소크라테스가 그렇지 않아도 페이스 올리는 게 느린 편인데 새 투수들과 이겨낼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2025년 KBO리그에는 총 11명의 외국인 투수가 새로 입성한다. KIA 애덤 올러를 제외하면 9개 구단의 새 투수 10명 중 5명이 좌완이다. 기존 리그에서 뛰던 투수 중에는 KT로 옮긴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과 롯데 찰리 반즈까지 KIA가 내년 상대해야 할 9개 구단 17명 투수 중 7명이 좌완이다. 새로 등장한 우완 중에서도 라일리 톰슨(NC), 요니 치리노스(LG), 코디 폰세(한화) 등 시속 150㎞ 중반대를 쉽게 던지는 강속구 투수들이 많다.



3년 간 팀의 중심타선에서 활약하며 리그에 적응한 타자를 교체하는 데는 큰 부담도 따른다. 그러나 슬로우 스타터인 소크라테스가 약 두 달 동안 부진했던 올해처럼, 그 기간을 새 타자의 적응 기간으로 생각하고 그 이후 기대한 장타력이 터지기 시작한다면 기존보다 나은 외인 타자 호흡을 기대할 수 있다고 KIA는 결론을 내렸다.

고민의 시간이 길었기에, KIA는 지난 11월30일 발표된 2025년 보류선수 명단에 소크라테스를 포함해놓고 협상해왔다. 이 경우 재계약에 실패하더라도 보류권을 KIA가 갖고 있어 소크라테스는 5년 간 KBO리그 다른 팀에 갈 수 없다. 그러나 보류선수로 등록한 채 외인 타자 교체를 고민하다 결국 새 타자를 영입한 KIA는 소크라테스의 보류권은 풀기로 했다. 현재 나머지 9개 구단도 외국인 타자 계약은 모두 완료한 상황이라 소크라테스는 일단 KBO리그를 떠난다. 그러나 KIA가 보류를 풀기로 하면서, 시즌 중 소크라테스를 원하는 팀이 있다면 소크라테스는 의사에 따라 다시 KBO리그로 돌아올 수 있게 됐다.

소크라테스는 27일 자신의 SNS를 통해 “지난 3년간 가족처럼 대해준 동료들과 코치님, 구단에 감사드린다. 특히 열렬하게 응원해준 팬들의 사랑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동안의 노력이 2024시즌 통합우승으로 결실을 보게 돼 기뻤다. 우승의 감동은 평생 마음속에 간직하겠다. 믿음과 감사, 기쁨의 감정으로 작별의 시간을 보내겠다. 난 새로운 도전을 향해 다시 나아갈 것”이라고 영어로 인사한 뒤 맨 마지막에 ‘테스 형’이라고 팬들이 불러준 자신의 애칭을 한글로 적으며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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