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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는 지난 19일 키움 히어로즈에 현금 10억원과 2026년 1라운드, 4라운드 지명권을 내주고 조상우를 받는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웬만한 대어급 FA 계약만큼이나 눈길을 끈 소식이었다. 올 시즌 내내 트레이드 최고 매물로 거론됐던 조상우의 이적이 소문이 아닌 현실이 된 순간이었고, KIA가 2년 연속 우승에 사활을 걸겠다는 메시지가 읽힌 트레이드였다.
KIA는 예비 FA를 트레이드로 영입해 꽤 많이 재미를 본 팀이다. KIA는 당장 부족한 포지션을 채워 전력을 끌어올리고, 선수는 KIA에서 기회를 보장받으면서 몸값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2022년 포수 박동원(34, LG 트윈스) 2023년 포수 김태군(35, KIA)이 딱 그랬다.
KIA는 2022년 4월 키움에 내야수 김태진(29)과 현금 10억원, 2023년 신인 2라운드 지명권을 내주고 박동원을 데려왔다. 포수 육성에 냉정히 실패한 가운데 안방마님 없이 5강에서 버티기 쉽지 않았다. 박동원이 합류하면서 KIA는 공수에서 훨씬 안정감을 찾았고, 5위 턱걸이로 가을야구에 진출하며 결실을 봤다. 박동원은 KIA에서 뛴 112경기에서 타율 0.244(352타수 86안타), 17홈런, 53타점, OPS 0.773을 기록했다.
박동원은 KIA에서 보낸 6개월 덕분에 몸값을 높일 수 있었다. KIA는 박동원을 적극적으로 붙잡으려 했지만, FA 시장에 나가기 전에 단속하지 못했고 결국 LG 트윈스에 어렵게 얻은 안방마님을 뺏겼다. 박동원은 LG와 4년 총액 65억원에 계약하면서 좋은 대우를 받았다.
KIA는 박동원의 성공 사례를 발판 삼아 지난해 7월 김태군을 영입했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백업으로도 기회가 많지 않던 김태군을 주전으로 쓰기 위해 데려오면서 내야수 류지혁(30)을 내주는 1대 1 트레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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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군은 지난 시즌을 마치자마자 KIA와 3년 총액 25억원에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하며 방긋 웃었다. 김태군은 2019년 시즌을 마치고 첫 FA 자격을 얻었을 때 원소속팀 NC 다이노스와 4년 최대 13억원에 계약하며 아쉬움을 삼켰는데, 오히려 4년 뒤 노장으로 분류되는 시점에 더 큰 금액의 계약을 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김태군은 KIA 이적 2년차인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하며 헹가래 투수 정해영(23)과 뜨겁게 포옹하기도 했다.
조상우는 박동원과 김태군의 뒤를 잇는 KIA의 예비 FA 트레이드 영입 성공 사례로 합류할 준비를 하고 있다. KIA는 내부 FA 장현식(29)을 LG에 뺏겨 필승조에 생긴 큰 구멍을 조상우로 잘 막았다. 조상우는 2020년 세이브왕(33개) 출신으로 통산 88세이브를 자랑하는 리그 정상급 불펜이다.
KIA는 조상우를 영입하고 하루 뒤인 지난 20일 병원 검진을 받게 하면서 조금의 찜찜함도 남기지 않았다. 조상우는 지난 8월 어깨 통증으로 시즌을 접어 건강에 우려가 있었다. 심재학 KIA 단장은 조상우가 미국 시애틀에 있는 투수 트레이닝 센터인 드라이브라인 연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확신을 얻었지만,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조금 더 확실히 해뒀다. 오른쪽 어깨와 팔꿈치 모두 MRI 검진한 결과 특이 소견 없이 깔끔했다.
조상우는 미국에서 한 달 동안 자비로 개인 훈련을 진행한다. 효과를 본다면 박동원과 김태군처럼 KIA에서 인생 역전 드라마를 쓸 수 있다.
조상우는 "일단 군 생활하면서 운동을 열심히 하고 몸도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몸은 더 좋아진 느낌인데 왜 힘을 더 못 썼는지에 대한 공부를 하려고 한다. 드라이브라인에서 힘을 어떻게 쓰는지에 대한 것을 많이 알려 준다고 하니까. 그런 점들을 생각하면서 좋았을 때 모습을 더 찾아보려고 하고 있다"며 반등의 발판을 마련해 오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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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