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필승조 탈락의 아픔이 컸을까. 한때 아시안게임 금메달 필승조로 이름을 날렸던 박치국(26·두산 베어스)이 재기를 위해 휴식을 반납하고 일본 오키나와로 향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관계자에 따르면 박치국은 구단의 허락을 받고 지난주 자비를 들여 일본 오키나와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5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되는 오키나와 윈터리그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일본 오키나와 윈터리그는 말 그대로 겨울에 진행되는 미니 베이스볼 리그다. 팀이 아닌 선수 개인이 합류해 팀을 이뤄 경기를 하며, 일본은 물론 대만 프로선수들도 기량 향상을 위해 찾는 리그로 알려져 있다.
박치국은 우리나라 선수 가운데 최초로 오키나와 리그에 참가했다. 12월과 1월은 선수들이 휴식을 취하고 스프링캠프를 준비하는 비활동기간이지만, 재기를 노리고자 사비를 들여 오키나와행을 전격 결심했다. “실전 등판이 더 필요하다”라고 판단한 순수 본인의 결정이었다.
박치국은 현재 낯선 선수들과 함께 실전 경기를 치르면서 2024시즌을 복기하고, 2025시즌 개선 방안을 찾고 있다.
박치국은 제물포고를 나와 201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 2차 1라운드 10순위 지명된 우완 사이드암 투수다. 데뷔 첫해부터 신예답지 않은 승부사 기질을 앞세워 필승조 한 축을 꿰찼고, 이에 힘입어 이듬해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승선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치국은 그해 67경기 1승 5패 3세이브 17홀드 평균자책점 3.63 호투로 두산 10년 필승조 탄생을 알렸다.
승승장구하던 박치국은 2021년 스프링캠프에서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7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다. 이후 긴 재활을 거쳐 2022년 6월 1군에 복귀했지만, 15경기를 뛴 상황에서 팔꿈치 인대 부위에 다시 불편함을 느꼈고, 6개월이 넘는 장기 재활에 돌입했다.
박치국은 이승엽 감독 부임 첫해인 지난해 금메달 필승조의 면모를 일시적으로 되찾았다. 62경기에 출격해 52⅔이닝을 소화하며 5승 3패 2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3.59로 재기에 성공했다. 인고의 시간을 거쳐 이기는 순간에 출격해 리드를 지켜내는 베어스 필승조의 핵심 요원으로 인정받았다.
박치국은 올해도 이승엽호의 필승 요원으로 분류됐지만, 52경기 2승 3패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6.38로 방황했다. 4월부터 부진을 겪으면서 최지강, 이병헌, 김택연 등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줬고, 패전조로 보직을 옮겨서도 큰 반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박치국이 크게 뒤진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것 자체가 낯선 장면이었는데 거듭된 부진으로 이천 신세를 지기도 했다. 여기에 정규시즌 종료 후 와일드카드 결정전 엔트리에서도 탈락, 다시 한 번 자존심을 구겼다.
박치국은 내년 시즌 또한 두산 뒷문의 한 축을 맡아야 한다. 베테랑 김강률의 LG 트윈스 FA 이적이 확정될 경우 더욱 그렇다.
두산은 김택연, 이병헌, 최지강 등 어린 선수들 위주로 필승조 리빌딩에 성공했지만, 베테랑과 신예 사이 가교 역할을 할 중간자가 필요하다. 내년이면 어느덧 프로 9년차가 되는 박치국은 이에 적합한 선수로 꼽히며, 강속구를 던지는 잠수함투수의 존재는 이승엽 감독의 뒷문 운영 또한 수월하게 할 수 있다.
박치국의 오키나와행은 2025시즌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박치국은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격언이 통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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