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와 롯데의 경기. KIA의 7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박찬호 타석 때 ABS와 관련한 상황이 발생했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2볼 2스트라이크에서 6구째 바깥쪽 커터가 낮은 코스에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빠진 공으로 본 박찬호는 이를 지켜보고 삼진 콜이 들리자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이에 이범호 감독을 비롯한 벤치도 들썩였다. 태블릿을 직접 들고 나와서 스트라이크가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KBO의 ABS 담당 현장 직원과 심판진이 직접 체크를 했다. 보다 못한 박찬호도 태블릿을 직접 들고 나와서 심판에게 재차 확인을 요청했다.
KIA 구단은 “태블릿 상에서는 빠진 볼로 보였다. 박찬호에게 던진 이 공 뿐만 아니라 앞서서 몇차례 비슷한 경우가 있어서 확인을 요청했고 ABS는 이상이 없다고 답변을 받았다”라면서 항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범호 감독은 납득을 하지 못한 듯 했다. 그러나 더 이상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마뜩치 않은 표정을 짓고 복귀했다.
이번에는 롯데 쪽에서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8회말 고승민의 타석이었다. 1볼 2스트라이크에서 5구째 바깥쪽 높은 코스의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으며 삼진을 당했다. 고승민은 납득하지 못하면서 그 자리에서 헬멧을 내동댕이 쳤다. 어필을 할 수 없기에 불만을 고스란히 표출한 것. 정종수 구심은 그 자리에서 퇴장을 명령했다. 김태형 감독은 다시 한 번 스트라이크가 맞는지에 대해 확인을 요청하는 과정이 있었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고승민은 이미 ABS 판정에 불만이 잔뜩 쌓여 있었다. 앞서 5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삼진을 당했는데 이때도 납득하지 못했다. 1볼 2스트라이크에서 몸쪽 높은 코스로 커터가 들어왔다. 고승민은 몸을 피했고 스윙을 할 몸의 각도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ABS존을 통과했다는 판정이 나오며 허무하게 돌아서야 했다.
ABS는 스트라이크 판정과 관련된 논란과 감정소모를 일시에 해소시킬 신 기술로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현장에서의 ABS는 여전히 이상과의 괴리를 호소할 뿐이다. 칠 수 없는 공, 납득하기 힘든 공에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오고 또 구장마다 ABS존이 다르다는 의혹도 현장에서 제기됐다.
시스템 상에서의 문제로 지난 4월19일 대구 NC-삼성전에서는 심판진의 ABS 고의 은폐 논란이 발생했다. 이 문제가 불거진 뒤 이민호 심판위원은 해고 조치를 당했다. ABS존 판정과 덕아웃에서 확인할 수 있는 태블릿 간의 시차가 적지 않은 문제를 현장에서는 꾸준히 제기했지만 KBO는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고 결국 화를 키웠다. 이후 음성 수신기를 배포했지만 현장의 불만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지난 22일 대전 한화 LG전 3회말 안치홍의 타석 때 최원호 감독이 ABS 판정과 관련해서 항의를 하는 장면이 있었다. 안치홍 타석에서 LG 투수 디트릭 엔스가 던진 4구째 공에 대한 어필이었다. 스리볼에서 엔스가 던진 4구째 직구가 바깥쪽 높게 벗어난 것으로 보였지만 ABS는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렸다. 1루로 걸어나가려던 안치홍이 멈칫했고, 1루 덕아웃에서 태블릿으로 투구 위치를 확인한 최원호 감독이 어필을 위해 나온 것이다.
23일 LG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최 감독은 이 상황에 대해 “태블릿에는 완전 볼로 찍혔다. 모서리 쪽에 공간이 생길 정도였다. TV 중계 화면상 ABS존은 시청자 편의로 공 크기를 크게 표시해서 태블릿에 나오는 것과 다르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심과 3루심, 양 측 덕아웃 수신기에는 스트라이크로 전달됐다. 최 감독은 “콜이 잘못된 건지, 태블릿에 나온 게 잘못된 건지 명확하지 않다. 태블릿과 콜이 따로 논 것인데 뭐가 정확한지 모르겠다. (콜이 정확하다면) 그럼 뭐하러 태블릿을 가져다 준건가”라며 “살짝 물리기라도 했으면 몰라도 태블릿에 (공과 존 사이) 흰색 바탕이 뜨는 게 보일 정도였다. 그래서 어필한 것이다”라고 해당 상황을 설명했다.
결국 ABS 시스템의 한계, 현실과의 괴리 등의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현장은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ABS는 과연 이대로 계속 수정 보완 없이 그대로 진행되어야 할까. 현장의 불만은 무시한 채 ‘이상 없다’라는 말로는 더 이상 불만을 해소시킬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