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마무리? 내가 좋은 공을 던져야 한다.”
지난 20일 전화통화가 된 조상우(30, KIA 타이거즈)는 기본적으로 보직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 구위, 경험으로 치면 KBO리그 최정상급 마무리라는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막상 조상우의 통산 세이브는 88개다. 2013년 전체 1순위로 데뷔해 343경기에 등판한 걸 감안하면 세이브 개수가 적다. 오히려 홀드가 54개다.
저연차 시절엔 손승락 수석코치가 굳건한 마무리였다. 조상우는 핵심 중간계투로 뛰었다. 손승락 수석코치가 롯데 자이언츠로 떠난 뒤에도 셋업맨과 마무리를 오갔다. 전임 KIA 단장이 키움 히어로즈 사령탑 시절에는 조상우를 이닝에 관계없이 경기중반부터 가장 중요한 시점에 써서 톡톡히 재미를 봤다.
그 사이 오주원, 김재웅 등이 마무리로 깜짝 활약도 펼쳤고, 조상우는 전천후 인식이 강했다. 33세이브를 따낸 2020시즌 정도가 전문 마무리였다. 2019년부터 3년 연속 40경기 이상 뛰었으나 2년간 사회복무요원으로 쉬면서 절묘하게 피로를 회복하기도 했다. 올 시즌엔 중반부터 어깨염증이 있었으나 지금은 완벽히 나은 상태다.
조상우는 이날 통화에서도 딱히 보직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오히려 “감독님이 마무리를 맡기려면 내가 좋은 상태로 좋은 공 던지고 있어야 한다. 우리 팀에는 정해영이란 좋은 마무리가 있다. 같이 시너지를 내면 시즌을 잘 치를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했다.
이를 위해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센터를 찾아 투구 매커닉을 점검하고 몸 컨디션도 올리기로 했다. 기자와 통화 당시 갈지 말지 확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20일 밤 늦게 공개된 KIA 유튜브 채널 갸티비의 쇼츠에 따르면 미국에 가는 듯하다.
드라이브라인은 궁극적으로 투수들의 구속을 올리는데 도움을 준다. 조상우는 사회복무요원 전부터 구속이 서서히 떨어진 추세를 알고 있고 신경 쓴다. “(데뷔 초반과 비교해 투구 매커닉이)뭐가 바뀌었을까. 힘을 쓰는 방법이 달라졌을까, 뭐가 틀어졌을까. 교정하려고 가는 것이다. 몸 상태만 보면 구속은 작년보다 잘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잘 만들어서 돌아와야 한다”라고 했다.
키움 코치 시절부터 조상우를 오랫동안 지켜본 심재학 단장은 “툴이 좋다. 군대 갔다 와서 폼이 떨어지긴 했다. 그런데 아프지 않으면 뭔가 다시 자기 것을 찾아갈 수 있는 선수다. 리바운드 할 수 있는 선수”라고 했다.
보직은 이범호 감독이 결정한다. 조상우는 올 시즌보다 더 좋은 공을 던지는데 집중한다. 그리고 이범호 감독의 지시를 기다린다. 그저 "나도 우승 열망이 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잘 준비하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