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계 뒤집은 셰플러와 코르다의 독주 - 내 맘대로 뽑은 ‘2004 골프계 10대 뉴스’ [윤영호의 ‘골프, 시선의 확장’] 〈24〉

입력
2024.12.30 11:03
수정
2024.12.30 11:03
윤영호의 골프

스코티 셰플러가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하면서 손을 다쳐 PGA 개막전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 것이 아쉽지만, 골프 팬들은 2025년 시즌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2024년에 시선을 끌었던 뉴스를 열 가지로 정리해 본다.

첫 번째는 메리토크라시(능력주의)의 강화다. 최고의 골프선수가 최고의 대우를 받는 것이 골프 산업 전반에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메리토크라시다. 이러한 경향은 지난 몇 년간 지속되어 왔다. LIV 대회는 2500만 달러의 상금을 놓고 54명의 엘리트 선수가 컷오프 없이 3라운드 경기를 펼친다. 최고의 선수들이 LIV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PGA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PGA에서는 70명 선수가 컷오프 없이 2000만 달러를 놓고 벌이는 시그너처 대회를 신설했다. 마지막 대회인 페덱스컵 투어챔피언십의 우승상금은 무려 2500만 달러에 달한다.

두 번째는 PGA와 LIV의 적대감 감소다. 두 골프투어의 합병이 선언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아직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두 조직의 적대감은 확연히 줄었고, 최고 선수들을 한자리에 모으려는 의지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많은 LIV 선수들이 메이저대회에 초청받고 있으며, 두 조직의 수장은 던힐 링크스 챔피언십에서 같이 플레이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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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스코티 셰플러와 넬리 코르다의 독주다. 타이거 우즈 이후 나올 것 같지 않던 선수가 PGA와 LPGA에서 동시에 나왔다. 셰플러는 올 한해에만 마스터스, 올림픽, 투어챔피언십을 포함하여 9승을 거뒀다. 코르다도 연승행진을 달렸다. 넬리 코르다의 선전과 인기는 LPGA의 위상을 크게 높이고 있다.

네 번째는 KLPGA 인기의 지속이다. 우리나라 골프 팬과 이야기해 보면, 국내 여자 선수에 대한 팬심이 해외 남자, 해외 여자와 국내 남자 선수와 비교해 볼 때 압도적이다. 윤이나, 황유빈, 박현경, 박지영, 이예원, 방신실 선수에 대한 인기는 놀라울 정도다. LPGA 설립자 13인은 여자대회가 남자대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날을 꿈꿨다. 그들의 꿈은 태평양을 건너 대한민국에서 실현되었다.

다섯번째는 KLPGA와 KPGA의 대회 축소 움직임이다. 한화그룹은 KLPGA 최대 대회인 한화클래식의 중단을 선언했다. 클래식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무책임한 결정이다. 다년간 최고의 대회를 자청했던 스폰서가 하루아침에 대회 중단을 발표한 것은 충격적이었다. 상금 규모를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레거시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주요 골프대회 스폰서가 모르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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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번째는 윤이나, 장유빈과 김민규의 해외 진출이다. 윤이나는 LPGA로, 장유빈은 LIV로, 김민규는 DP월드투어로 진출을 결정했다. 이들이 해외 무대에서 활약하며, 메리토크라스 강화의 최대 수혜자가 되길 바란다.

일곱번째는 키건 브래들리의 라이더컵 캡틴 지명이다. 2025년에는 미국의 베스페이지 블랙 골프 코스에서 라이더컵이 열린다. 키건 브래들리를 미국팀 캡틴으로 지명한 것은 2023년 로마 대회의 참패를 설욕하기 위한 미국팀의 충격요법이다. 그는 지명도, 나이, 업적에서 캡틴의 요건에 근접하지 않았지만, 라이더컵에 대한 열정을 PGA OF AMERICA가 높이 샀다. 골프에서 열정 하나로 충분할 때가 있다.

여덟번째는 골프 코스 설계 저작권 문제에 대한 혼란이다. 우리나라 법원은 지난해까지 골프 코스 설계 저작권을 꾸준히 인정해 왔다. 그러나 올해 골프존과 골프 코스 설계자 간 소송에서 고등법원은 설계의 창작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했다. 골프 코스 설계자의 창작성 문제는 골프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창조적 정체성을 지키는 중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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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번째는 골프 대통령 트럼프의 복귀다. 미국 역대 대통령은 거의 모두 골프를 좋아했다. 트럼프와 바이든의 대선 토론에서 골프가 화제가 되었다. 45대 대통령 트럼프는 역대 대통령 중 재임중에 골프를 가장 많이 친 대통령이고, 47대 재임 기간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는 LIV에 대해서도 호의적이다. 탄핵당한 윤석열 대통령은 골프 연습을 재개한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 외교에 나서기 위함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2025년 국제정치 무대에서 골프는 이전보다 더 많은 뉴스를 만들어 낼 것이다.

윤영호의 골프

열 번째는 스크린 골프의 강화다. 우리나라의 스크린 골프는 산업적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골프업계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타이거 우즈와 로리 매킬로이가 주도하는 스크린 골프 리그 TGL이 2025년에 개막하면서 스크린 골프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윤영호 골프 칼럼니스트

윤영호 ㅣ 서울대 외교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증권·보험·자산운용사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했다. 2018년부터 런던에 살면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 ‘옵션투자바이블’ ‘유라시아 골든 허브’ ‘그러니까 영국’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 등이 있다. 런던골프클럽의 멤버이며, ‘주간조선’ 등에 골프 칼럼을 연재했다. 현재 골프에 관한 책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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