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기적의 사나이'로 불리는 유승민(43) 제42대 대한체육회장 당선인이 "이제는 대한민국 체육을 바꾸는 기적을 만들겠다"고 각오를 나타냈다.
유승민 당선인은 16일 서울 서대문구 프레이저 플레이스 센트럴 서울 2층 서대문룸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 당선' 기자회견에서 "선수 시절부터 기적의 사나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셨는데 돌아보면 왕하오(중국)와의 대결이 가장 힘들었다"고 웃은 뒤 "앞으로는 대한민국 체육을 바꾸는 기적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유승민 당선인은 지난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진행된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유효표 1209표 중 417표(34.49%)의 지지를 얻었다. 경쟁자였던 이기흥 후보(379표·31.35%), 강태선 후보(216표·17.87%) 등을 따돌렸다.
국가대표 탁구선수 출신인 그는 2004 아테네 올림픽 남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고 은퇴 후에는 대한탁구협회장,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등을 지냈다.
유승민 당선인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지금 체육계가 어느 때보다 어렵다. 역대 훌륭한 대한체육회장님들이 계신데 그분들이 거쳐온 것을 넘어 최고로 부지런한 체육계 일꾼이 되겠다"고 말했다.
당초 유승민 당선인은 선거에서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반 이기흥' 후보 단일화가 되지 않았고, 이기흥 현 회장의 기반이 단단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변화의 바람이 컸고, 유 당선인은 예상을 깨고 대한체육회 수장에 올랐다.
그는 "난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분들이 어렵다고 하더라"고 웃은 뒤 "아테네 올림픽 때 왕하오와의 결승 데자뷔같은 느낌이었다. 그때도 결승 올라갔는데 그것만으로 축하 받았다. IOC 선수위원할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유 당선인은 "물론 나도 될 거라는 확신은 끝날 때까지 하지 못했다"며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칠 수 없었다. 담담하게 기다렸다"고 돌아봤다.
대한체육회는 최근 사법기관의 수사를 받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기흥 회장은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와 각을 세운 바 있다.
유승민 당선인은 정부와의 관계 회복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오늘 유인촌 문체부 장관님, 장미란 차관님을 만났는데 시원하게 '앞으로 유승민 회장이 추진하는 것에 있어 시원하게 서포트(지원) 해주겠다'고 이야기 하셨다"면서 "우려를 말끔히 해소하고 대한민국 체육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유 당선인은 당선 후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의 통화도 소개했다. 그는 "바흐 위원장과 전화를 했는데 농담으로 '위원장님께서 내게 '하드워커'라고 하셔서 지금 쉴 수가 없다고 했다"면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유승민 당선인 앞에는 산적한 과제가 많다. 정부와의 관계 회복과 무너진 학교체육 정상화 등 풀어야 할 것들이 쌓여있다.
그는 "문체부와의 신뢰 관계를 회복하고, 체육인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게 하겠다"면서 "체육 본질의 가치를 다시 끌어올리고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체육회가 될 수 있도록 이미지를 회복할 것"이라고 했다.
IOC 선수위원을 지냈던 유 당선인은 IOC 위원 도전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현재 IOC 위원인 이기흥 회장의 임기는 다음 달에 끝난다.
그는 "IOC 위원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그래도 당선을 통해 국제 관계를 끊김 없이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앞으로도 K-스포츠가 전 세계의 주축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IOC 위원은 말을 아끼겠다"고 말했다.
유 당선인은 앞으로 어떤 '체육회장'이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IOC 선수위원 됐을 때도 같은 질문을 받았다"며 "(2016년 당선되고) 8년 뒤 파리 올림픽에서 하드 워커란 별명이 붙었다"고 했다.
이어 "어느 때보다 체육회가 어려운 상황인데, 앞으로 '일 잘하는 회장'으로 인정받겠다. 체육인들이 기억하기로 '부지런한 일꾼'이었다, 우리를 위해 불태웠다는 평가를 받겠다"고 말했다.